가장 필요한 것
가장 필요한 것
  • 송근영
  • 승인 2020.05.2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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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같이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휴….”
한참을 걸어가던 소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어요. 아직 갈 길이 먼데, 늦었다고 독수리를 타고 먼저 가버린 뱀에게 서운했거든요. 

하늘나라의 임금님이 온 땅을 다스리던 시절, 동물들은 서로 사이좋고 평화롭게 지냈어요. 하늘나라 임금님은 평화로운 땅을 보고 기뻐서 큰 잔치를 열어 축하하기로 했답니다. 모두가 초청 받은 잔치에 한 마을에 살던 뱀과 소도 초청을 받았어요. 
드디어 잔치가 열리는 날, 무얼 하는지 준비가 늦어진 뱀은 집을 나서며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는 소에게 말했어요. 
“이런, 오래 기다렸니? 미안해, 소야. 그런데 나는 이번 잔치에 절대 늦으면 안 돼. 임금님께 잘 보여야 하거든. 넌 이런 데 관심이 없을 테니 한 번만 봐주라. 마침 지나가던 독수리가 태워준다고 하네. 먼저 갈게. 이따 봐.” 
똑똑한 뱀이 언제 독수리에게 연락을 했는지 독수리가 와 있었어요. 뱀은 소와 같이 가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빨리 가기 위해 독수리 등에 업혀 가버렸어요. 
“배 뱀아! 뱀아! 같이 가야지!”

‘그렇게 기다렸는데 먼저 가버리다니….’
일찌감치 서둘렀지만 뱀을 기다리느라 늦어버린 소는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잔치에 가고 있었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저 앞에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게 보였어요. 거북이의 걸음으로는 잔치가 다 끝나도 도착하지 못할 게 분명했지요. 소는 그런 거북이를 지나쳐 가려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거북이와 함께 가면 더 늦을 게 뻔했어요. 
‘그냥 갈까? 늦으면 재미난 순서들을 다 놓칠 수도 있는데….하지만 거북이는 어떻게 해.’
소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기를 두고 먼저 간 뱀이 떠올라 거북이를 등에 태우고 가기로 했어요. 
‘그래, 내가 빨리 뛰어가면 되지 뭐.’
“거북아, 나랑 같이 가자. 얼른 내 등에 타.”
“어, 정말? 고마워서 어쩌지. 그럼 부탁 좀 할게.”   

소가 거북이를 태우고 부지런히 가고 있는데 얼마 후에 작은 개울이 나타났어요. 징검다리가 있었지만 물에 휩쓸려 갔는지 중간에 돌 하나가 빠져 있었어요. 
“어떻게 하지? 저기 돌이 없어서 건널 수가 없겠는 걸?”
소가 걱정을 하자 거북이가 잠시 궁리를 한 뒤 말했어요. 
“이렇게 해보자. 내가 돌이 있던 자리에 가 있을 테니 내 등을 밟고 지나가봐.”
거북이는 헤엄쳐서 빠진 돌 자리에 갔어요. 그러자 소가 거북이를 딛고 무사히 개울을 건넜답니다. 
“거북아, 고마워. 네 덕분에 잔치에 갈 수 있게 되었어.”
“고맙긴, 나야말로 고마워. 나 혼자였다면 아직도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을 걸. 하하.”
많이 늦긴 했지만 다행히 소와 거북이는 잔치가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흥겨운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잔치 자리에서 하늘나라 임금님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외쳤어요. 
“다들 잘 듣거라! 이렇게 즐거운 잔칫날 내가 문제를 하나 내겠다. 문제에 답을 하는 자에게는 그 마음에 합당한 상을 내릴 것이다!”
하늘나라 임금님의 말에 동물들은 모두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어요. 특히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었던 뱀은 더더욱 신경을 곤두세웠지요. 드디어 임금님의 신하가 문제가 적힌 두루마리를 열었어요.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
동물들은 문제를 읽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
“갑자기 저런 건 
왜 물어보시지?”
“밑도 끝도 없이 저러면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거야?”

그러는 사이에 뱀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어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한번 이야기해 보거라. 너에게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임금님은 궁금한 눈빛으로 뱀에게 물었어요. 
“존경하는 임금님,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힘’이 아니겠습니까? 저같이 작은 동물은 더욱더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살려면 힘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뱀의 말이 끝나자 임금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어요.
“그래, 또 누구 다른 대답은 없느냐?”

뱀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다른 동물들이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뒤쪽에 있던 소가 조용히 손을 들었어요.
“임금님, 저에게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좋은 친구’를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친구와 함께라면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만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친구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금님은 둘의 대답을 듣고 말했어요. 
“좋다, 너희 둘의 대답에 따라 각각 상을 내리겠다. 힘을 바란 뱀에게는 날카로운 이빨과 독이 나오는 독주머니를, 좋은 친구를 바란 소에게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온순한 성품과 풍성한 젖 주머니를 주도록 하겠다! 자 그럼, 가장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너희들이 바라던 대로 행복하게 지내도록 하라!”
필요한 것을 상으로 받은 뱀과 소는 너무 기뻤어요. 그래서 임금님께 절을 하고 마을로 돌아왔답니다.

독주머니를 갖게 된 뱀은 무서울 것이 없었어요. 
독이 나오는 이빨을 보여주기만 하면 누구든 두려워하며 도망을 갔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는 뱀이 나타나기만 해도 모두 피했어요. 아무도 뱀을 찾아오지 않자 뱀은 언제나 혼자였어요.  
소는 온순한 성품으로 화가 난 동물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 점점 더 많은 동물들이 소를 찾아갔어요. 
또 소는 풍성한 젖을 배고픈 아기 소들에게 나누어주었지요. 뱀은 늘 조용한 집에서, 소는 화기애애한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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