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소라게 나라 & 노란 소라게 나라
파란 소라게 나라 & 노란 소라게 나라
  • 송근영
  • 승인 2020.11.12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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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야비한 노란 소라게 녀석들! 절대로 우리 땅을 빼앗길 수 없다!”
“미련한 파란 소라게들이 우리 땅으로 넘어오게 해선 안 돼!”
“우리는 절대 질 수 없다!”
넓은 갯벌에 소라게들의 나라가 있었어요. 서쪽은 파란 소라게 나라, 동쪽은 노란 소라게 나라였지요. 파란 소라게들과 노란 소라게들은 서로 땅을 더 가지려고 언제나 치열하게 싸웠어요. 

 

파란 소라게 나라의 왕은 용맹하고 덩치도 커서 두려워하지 않고 늘 맨 앞에서 싸웠어요. 파란 소라게들은 그런 왕을 따라 집게발을 휘두르며 기세등등하게 싸웠지요. 그래서인지 싸울 때마다 파란 소라게 나라가 승리했어요.  
노란 소라게 나라의 왕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흠…. 우리 땅이 훨씬 더 좁아졌단 말이지. 녀석들이 똘똘 뭉쳐서 땅을 지키고 있으니 빼앗을 수가 없는데 이를 어쩐다.’
노란 소라게 왕은 점점 줄어드는 자기 나라 땅을 생각하니 약이 올라서 잠이 오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땅을 빼앗을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던 노란 소라게 왕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소리쳤어요.
“그래! 바로 그거야!”
며칠 뒤, 노란 소라게 나라 사신이 파란 소라게 나라를 찾아왔어요. 

 

“아니, 노란 소라게 왕이 무슨 일로 나에게 사신을 보냈단 말이냐?”
파란 소라게 왕은 놀란 표정으로 사신을 맞이했어요. 노란 소라게 사신은 파란 소라게 왕에게 예를 갖춰 인사한 뒤, 따라온 신하들에게 손짓을 했어요. 그러자 신하들이 반짝이는 진주로 장식된 화려한 소라 껍데기를 파란 소라게 왕 앞에 놓았어요.
“폐하, 저희 노란 소라게 왕께서 그동안 있었던 전쟁에 대해 사과하고 파란 소라게 왕께 존경의 마음을 전하려고 이것을 보내셨습니다. 아주 귀한 천연진주로 장식했답니다.” 
사신의 말에 파란 소라게 왕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어요.  
“오호라. 정말 아름다운 소라 껍데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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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소라게 신하들이 왕에게 말했어요. 
“그, 그러나 폐하,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걸어오던 노란 소라게 왕이 이렇게 선물을 보내온 것이 수상하옵니다.”
“예, 맞습니다. 선물을 돌려보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짝이는 진주 소라 껍데기가 마음에 든 파란 소라게 왕은 신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어허! 무슨 쓸데없는 말이냐! 평생 한 번 가질까 말까한 아름다운 소라 껍데기를 선뜻 나에게 준 걸 보면 나를 존경하는 것이 분명해! 그리고 선물 하나 받는다고 무슨 큰일이 날 것도 아닌데 이처럼 호들갑을 떠느냐! 모두 조용히 하거라!” 
파란 소라게 왕은 말을 마치자마자 진주 소라 껍데기로 바꿔 입고 거울 앞에 섰어요.
‘음, 훨씬 위엄 있어 보이는군.’  
화려해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파란 소라게 왕은 진주 소라 껍데기를 매일 정성껏 관리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파란 소라게 왕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이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왕의 의자가 너무 초라해 보이는 거예요.
“어허, 이상하다. 의자가 원래 이렇게 촌스럽고 초라했던가? 쯧쯧, 색깔도 칙칙해서 나의 진주 껍데기와는 안 어울리는구나. 여봐라, 당장 이 의자를 바꾸어라!”
신하들은 왕의 의자를 화려한 산호 의자로 바꾸어 놓았어요. 
“이제야 좀 어울리는군. 음? 그런데 궁궐 바닥이 왜 이렇게 우중충한 게냐?”
파란 소라게 왕은 궁궐 바닥에 돌도 새로 깔고, 기둥 색도 다시 칠하고, 창문틀도 바꾸었지요. 궁궐 안은 점점 더 화려하게 변해갔어요. 

신하들도 너도나도 자신의 소라 껍데기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이보게, 내 소라 껍데기가 어떤가? 이번에 궁궐에 어울리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바꾸었다네.”
새 소라 껍데기를 장만한 한 신하가 말했어요. 
“정말 멋지군! 처음 보는 멋진 장식이야.” 
“저, 저기 좀 보게, 아직도 저런 촌스러운 소라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니!” 
신하들은 서로 경쟁하듯 아름다운 장식과 색깔을 가진 소라 껍데기들을 구해왔어요. 자신의 소라 껍데기가 더 멋지다고 자랑하면서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니는 신하들을 보면 수군거렸지요. 파란 소라게 왕이 단지 작은 소라 껍데기 하나를 선물로 받은 것뿐인데 궁궐 전체가 들썩이게 된 거예요. 

궁궐이 화려해졌다는 소식이 온 나라에 퍼졌어요. 그러자 마을에 사는 파란 소라게들도 멋진 소라 껍데기를 구하느라 바빴지요. 파란 소라게 나라의 왕과 신하, 모든 소라게들이 소라 껍데기와 궁궐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다는 소문은 노란 소라게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하하하하, 드디어 땅을 되찾을 때가 왔도다. 여봐라! 그동안 우리가 훈련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때가 왔다. 파란 소라게 나라로 쳐들어가자!”
파란 소라게들이 소라 껍데기를 꾸미는 동안 열심히 훈련해서 힘을 기른 노란 소라게들은 ‘돌격’을 외치며 파란 소라게 나라로 쳐들어갔어요. 

파란 소라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노란 소라게들을 보고 놀라 허둥지둥 전투를 하러 나갔어요. 파란 소라게 왕도 부랴부랴 소라 껍데기를 갈아입고 나섰지요. 
“자, 전원 돌격하라!”
 파란 소라게 왕이 언제나 그랬듯이 맨 앞에서 돌격을 외쳤지만 다들 멋지고 귀한 소라 껍데기가 아까워서 전투에 나서지 않았어요.
“어어, 이번에 단 장식 비싼 건데…. 상처 나면 안 되는데!”
“새 소라 껍데기는 숨겨 두고 다른 거 입고 나갈 테니 먼저 가세요!”
“이번 전쟁은 헌 껍데기 입은 게들만 하는 게 어떨까요?” 

예전 같았으면 너도나도 앞장서서 용맹하게 싸웠을 파란 소라게들이 소라 껍데기를 챙기느라 우왕좌왕했어요.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소라게들도 옆에 있는 게들을 보고 같이 머뭇거렸지요. 노란 소라게들은 거침없이 적진으로 밀고 들어가 파란 소라게 진영을 흐트러뜨렸어요. 파란 소라게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바빴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파란 소라게 왕은 비통한 표정으로 후회하며 말했어요. 
“이럴 수가! 단지 소라 껍데기 하나를 받았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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