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저는 장갑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라이프] 저는 장갑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1.12.0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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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호 기쁜소식
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_263 | 박옥수 목사 간증

 

‘여기는 군대야, 훔치는 것 말고 길이 없어’
살면서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이 닥칠 때가 있다. 그러면 누구나 난감해진다. 1965년 겨울, 나는 군에 입대해 대구 50사단에서 신병 교육을 받고 있었다. 하루는 자고 일어났는데 내 관물대 위에 올려놓았던 장갑이 보이지 않았다. 자는 동안 누가 훔쳐간 것이다. 군대에서 만난 첫 번째 어려움이었다. 
장갑을 잃어버린 뒤, 겨울에 맨손으로 훈련을 받는 것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내무반장이 알면 매를 심하게 맞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어려웠다. 많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른 길이 없어. 나도 자다가 화장실에 갔다 오는 척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갑을 내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해.’ 
군대에서는 도둑질을 자주 한다. 특히 훈련병 시절에 보급품이 없어지면 전 부대원이 같은 것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훔치면 그만이다. 
‘그런데 훔치다 들키면 어떻게 되지?’
그 생각을 하다가 내가 자주 내무반 동기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군에 입대해서도 복음을 전하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행복했다. 복음을 전하면 내 마음이 아주 밝아지고 행복해졌다. 그런데 내가 도둑질하다가 들키면 더 이상 복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복음을 전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내가 누리는 기쁨과 행복도 사라질 것이었다. 기쁨과 행복 없이 하는 군 생활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래도 여기는 군대야. 할 수 없어. 훔쳐야 돼. 다른 길이 없잖아.’
사실 내무반에서 누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다가 들켜도 다 웃으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내 경우는 달랐다. 모든 동기들이 내가 예수님을 믿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갑을 훔치다가 들킨 뒤 전도하면 “야, 도둑놈도 전도하냐?” 하며 비웃고, 그러면 내 얼굴이 붉어지면서 할 말을 잃을 것 같았다. 마음이 정해졌다. 
‘그래, 내가 도둑질하다 안 들킬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들키면, 군 생활을 하는 3년 동안 나는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힘들게 지낼 거야. 훔치지 않아야겠다.’

‘그래, 하나님은 이 청년을 살리실 수 있지’
사도행전 20장에 보면, 사도 바울이 아시아(지금의 터키)의 드로아 지방에서 말씀을 전했다. 그곳을 떠나 예루살렘에 갔다가 로마로 갈 것이어서, 떠나기 전날 성도들과 떡을 떼기 위해 모여 함께 성찬식을 가졌다. 이어서 바울이 말씀을 전했다. 이제 드로아를 떠나면 다시 올 수 없기에, 바울의 말씀이 밤중까지 계속되었다. 
그 자리에 유두고라는 청년이 함께 있었는데, 그가 3층 창에 걸터앉아 졸다가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내려가서 보니 유두고가 죽었다. 그때 바울의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무슨 말씀을 밤중까지 전해? 적당히 하지. 그렇게 하니까 청년이 졸다가 떨어진 거지.’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바울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바울이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하나님은 이 청년을 살리실 수 있어.’
바울의 마음에 그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하나님이 살리실 수 있지.’ 
바울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면서 하나님이 유두고를 살리시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 청년을 안고 말했다. 
“떠들지 말라. 생명이 저에게 있다.”
바울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니 하나님이 도우실 것을 믿게 되었고, 그 믿음으로 모두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가 떡을 떼어 먹고 날이 새기까지 말씀을 전했다. 사람들은 유두고가 살아난 것을 인해서 위로를 받았다. 

‘전우 좋다는 게 뭐냐? 한 켤레 너 가져라’
우리 삶에도 유두고가 떨어진 것 같은 사건이 생각지 않게 일어날 때가 있다. 나도 장갑이 없어졌을 때 즉시 ‘여기는 군대고, 다른 방법이 없어. 나도 훔쳐야 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훔치다가 안 들킬 수도 있지만, 만일 들키면 내가 내무반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겠어? 누가 내 이야기를 듣겠어?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제일 큰 기쁨이 복음 전하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도와주십시오. 저, 도둑질 안 하겠습니다. 장갑을 주십시오. 어려움을 당하면 당하겠습니다. 저는 장갑을 훔치지 않겠습니다.’
그날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날은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잠깐 쉬는 시간에 한 동기가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보며 말했다. 
“야, 박옥수. 너 장갑 없어?”
“응, 없어. 자고 일어나니까 누가 훔쳐갔어.”
“자식, 나에게 말하지. 나한테 두 켤레 있는데 내가 한 켤레 줄게.”
“야, 인마. 너 어디서 훔쳤어?” 
“훔치긴.” 
“안 훔쳤으면 어떻게 두 켤레야?”
“우리 형님이 여기 중대장이야. 내 손에 동상이 있다고 한 켤레 더 주셨어. 야, 전우 좋다는 게 뭐냐? 한 켤레 너 가져라.”
그 친구가 장갑을 한 켤레 벗어서 내 손에 들려주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가 올라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군대에서도 역사하시네요!’
그 후에도 내가 복음을 전하는 동안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어려울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을 의지했다. 어려울 때마다 기도했고, 하나님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내가 만난 어려운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 주셨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어려움은 하나님이 일하시는 좋은 조건
장갑 한 켤레, 큰 것이 아닌 것 같지만 나에게는 정말 크고 소중한 것이었다.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어려움을 만났고, 하나님을 의지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며,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내 기도에 응답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다시 장갑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그 뒤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을 바라보았고, 그때마다 하나님이 일하셨다. 한결같이 도우시는 하나님의 살아 있는 은혜가 있어서, 내가 지금까지 힘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바울에게 일어난 유두고가 죽은 일, 내게 일어난 장갑을 도둑맞은 일, 어려움 같았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하나님을 바라보게 했고, 그 바라봄을 인해 하나님이 역사하셨다. 그래서 복음 전도가 힘있게 이어질 수 있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는, 만나는 어려움이 어려움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아주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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