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나아만 장군 집의 계집종
[설교] 나아만 장군 집의 계집종
  • 글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22.05.06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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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기쁜소식
이달의 설교

 


“그 주모에게 이르되, 
우리 주인이 사마리아에 계신 
선지자 앞에 계셨으면 좋겠나이다. 
저가 그 문둥병을 고치리이다.”(왕하 5:3)

 

사마리아에 사는 한 처녀가 아람 군사들에게 포로로 사로잡혔다. 고향을 떠나 너무나 먼 아람에 있는 나아만 장군 집에 종으로 끌려간 처녀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내가 왜 적국에 포로로 잡혀 와야 하지?’ 하나님을 믿는 처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생각났다. ‘어머니 아버지가 얼마나 걱정하고 계실까? 동생들이 너무 보고 싶다.’ 더욱 난감한 건 나아만 장군이 문둥병자였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 부엌일… 쉴 새 없이 해도 일이 벅찼다. 종살이에 휴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앙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믿었는데 하나님이 왜 나를 포로로 잡혀 오게 버려두셨지?’
로마서 8장 28절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그때는 로마서가 없었기 때문에 계집종이 이 말씀을 알지 못했겠지만, 하나님께서 계집종의 마음을 인도하여 자신의 처지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셨다. 

“네가 변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어?”
어느 날 계집종이 생각했다. ‘장군님이 문둥병에 걸려서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때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저 문둥병, 사마리아에 계시는 엘리사 선지자님을 만나면 금방 고칠 수 있는데.’ 생각이 다시 이렇게 이어졌다.
‘내가 장군님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지. 장군님이 사마리아에 가서 엘리사 선지자님을 만나 병이 나아 돌아오면 얼마나 기쁠까? 이 집에 근심이 떠나고 평화로워질 거야. 사람들이 행복해질 거야. 맞아,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셨구나! 내가 하나님의 뜻을 모르고 불평만 했구나.’
제일 먼저 변한 것은 계집종의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계집종의 마음에 있던 슬픔과 절망이 모두 물러갔다. 이제는 마음에 기쁨이 넘치고 하나님에 대한 소망이 크게 일어났다.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직분을 주셨구나. 장군님 병이 나으면 평화가 찾아오고, 장군님이 하나님을 믿으면 부하들도 많이 구원받겠구나.’ 두려움과 근심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구석구석까지 하나님에 대한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찼다. 
계집종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나아만의 아내였다. 
“얘, 너 이리 좀 오너라.”
“예, 사모님. 무슨 일 있으세요?”
“내가 보니 네가 변한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어?”
“예, 사모님. 안 그래도 사모님께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무슨 일인데?”
“장군님 일이에요.”
“뭐, 장군님 일이라고? 그래,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예, 말씀드릴게요. 장군님 병에 관한 이야기인데, 장군님 병이 낫게 될 거예요. 그래서 하나님이 저를 이 집으로 보내신 것이 확실해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우리나라 이스라엘에 가면 엘리사라는 선지자가 계셔요.”
“그래서?”
“그분은 참 하나님의 사람이세요.”
“그게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데?”
“관계가 있지요. 그분은 장군님의 병을 분명히 고치실 수 있어요.”
“뭐라고? 말 같은 말을 하거라. 장군님의 병을 어떻게 고쳐?”
“두고 보세요. 그분은 하나님의 사람이에요. 얼마든지 고치셔요.”
“그런 소리 하지 마! 그 사람이 문둥병을 고친단 말이야?”
“예, 사모님. 그분은 죽은 사람도 살리셨거든요.”
처음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둥병을 고칠 것 같다는 쪽으로 나아만 장군 아내의 마음이 기울어져 갔다.
‘만일 우리 남편 병만 고칠 수 있다면 뭐가 문제야?’
저녁때가 되어 나아만 장군이 퇴근해서 식사 자리에 앉았다. “여보, 이스라엘에 엘리사라는 선지자가 있대요.” 하며 나아만의 아내가 말문을 열었다. 나아만 장군이 놀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았다.
“엘리사? 나도 엘리사 선지자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해?”
“우리 집에서 일하는 저 아이가 이야기해서요.”
“무슨 이야기인데?”
“그분이 당신 병을 고칠 수 있대요.”
“뭐라고? 엘리사 선지자가 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그게 말이 돼? 그랬다면 내가 진작 고쳤지.”
“아니에요. 그렇게만 말하지 말고 당신이 한번 물어봐요.”
“그래, 그 아이를 오라고 해.”
그래서 계집종이 나아만 장군 앞에 서게 되었다.
“네가 선지자 엘리사를 만나면 내 병이 낫는다고 했나?”
“예, 장군님. 그분은 장군님의 병을 고치시고 남아요.”
나아만 장군 역시 처음에는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계집종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웬일인지 병이 낫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갔다. 거짓말이라도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하루를 살아도 문둥병이 낫는다고 믿으며 살고 싶었다
나아만 장군이 지난날을 생각해 보았다. 병이 처음 발견된 뒤 받은 충격, 이제는 병이 심해져서 손에 칼이 잘 잡히지 않는 일. 그리고 문둥병이 심해져 왕이 나아만의 자리를 다른 장군에게 주어 아람 사람들이 “나아만 장군이 문둥병자라 자리에서 쫓겨났대.” 하는 광경이 머리에 그려졌다. 
‘내가 그 수모를 겪으며 어떻게 살지?’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문둥병자가 된 후 가졌던 고통들이 단숨에 마음에 떠올랐다. 
나아만 장군도, 그의 아내도 계집종의 말이 거짓말이라도 믿고 싶었다. 하루를 살아도 문둥병이 낫는다고 믿으며 살고 싶었다. 마음이 거기에 이르자 갑자기 계집종에 대한 고마움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계집종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문둥병자인 자신을 생각해준 것만으로도 사무치도록 고마웠다. 장군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장군이 계집종에게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얘, 말만 들어도 고맙다. 네가 내 병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니, 내가 네 마음을 너무나 모르고 지냈구나. 미안하다.”
나아만 장군은 계집종이 자신의 병에 대해 염려해 주고, 나을 수 있도록 길도 이야기해 주어 너무나 고마웠다. 계집종은 엘리사 선지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다 이야기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세 사람이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는데 마음이 하나로 흘렀다. 계집종의 말을 듣고 세 사람 모두 마음에서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이 다 나았다. 

이제 너는 종이 아니라 우리 딸이야
늦게 잠자리에 든 나아만 장군은 다음 날 일찍 일어났다. 먼저 부대로 가서 일을 대강 처리하고 곧바로 왕궁으로 향했다. 왕을 만나 자신의 병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 엘리사가 자신의 병을 낫게 할 것이라고 확실히 말했다. 왕이 말했다. 
“그게 사실이오? 내가 이스라엘 왕에게 글을 보내리라.”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모두 같은 마음이 되니 일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드디어 나아만 장군이 이스라엘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좋은 마차에 선지자에게 줄 선물들을 싣고, 수행하는 군사들이 말을 타고 이스라엘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사마리아에서 돌아오는 마차와 말들이 나아만 집의 창밖으로 보였다. 나아만의 아내가 계집종과 함께 밖으로 뛰어나갔다. 장군이 아내를 보고 외쳤다. 
“여보, 병이 다 나았어! 내 손 좀 봐요! 여기 다리도 팔도 모두 다 나았어요!”
나아만 장군의 집안이 시끌벅적했다. 모두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함께 기쁨을 나누던 장군이 벽 앞에 서 있는 계집종을 향해 다가갔다.
“고맙고, 고맙다. 네가 우리 집에 있는 큰 근심을 사라지게 했어. 이제 너는 종이 아니야. 우리 딸이야.”
하나님은 우리가 당면한 어떤 어려운 일도 바꾸셔서 복으로 은혜로 만드신다. 하나님은 지금도 쉬지 않고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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