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2013-03-09     이인정

내 길의 빛 | 이인정

 

작년 여름 나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몇 달 사이에 체중이 8kg 정도 빠지고,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숨을 쉬기가 힘들고, 밥을 먹거나 말하거나 걷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온 몸이 아팠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누가 큰소리를 치면 들을 수 없고, 아이에게 야단도 칠 수 없었다. 심장이 몹시 빨리 뛰고 숨이 차서 조금만 움직여도 주저앉아야 했다. 나중에야 내가 갑상선기능항진증에 걸린 것을 알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호르몬 약을 먹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먹어야 하고, 그 후로 계속 먹어야 하는지 끊어도 되는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수 있다고 담당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병원에서 내게 처방해준 약은 부작용이 적어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인데, 내 몸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다른 약으로 바꾸어서 먹었지만 또 부작용이 나타났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어느 주일 예배 시간, 앞자리에 앉아서 우리 교회(기쁜소식남양주교회) 목사님이 전하시는 말씀을 듣는데 마음에 말씀이 들려왔다. 목사님이 “은혜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베풀어지는 겁니다.” 하셨다.
‘뭐?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게 베풀어지는 게 은혜라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큰 충격이었다. 구원은 은혜로 받았지만 이후의 삶은 믿음이 있어야 하고, 나의 근본 모습을 깨달아야 하는 등 그렇게 무슨 노력과 결실이 갖추어져야 은혜를 입을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며 살았다.
수없이 들었던 말씀, 은혜! 그 말씀이 내 마음에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도 정말 주님의 은혜를 입고 싶었고, 은혜를 입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나는 믿음이 없어서 은혜를 못 입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들린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기에 나는 다른 사람보다 술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구원받고 교회 안에서 결혼했지만, 갓 구원받았던 남편은 구원받은 사람의 삶에 대해서 잘 몰랐다.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몰랐다.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나는 술 자체가 너무 싫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남편과 자주 부딪혔고,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남편은 남편대로 주님으로 말미암아 술이 끊어지는 은혜를 맛본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간섭을 받자 오히려 마음을 닫고 교회를 떠나버렸다.
“십팔 년 동안을 귀신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보시고 불러 이르시되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시고 안수하시매 여자가 곧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지라.”
(눅 13:11~13)
주일 예배 시간 말씀 속에 등장하는, 꼬부라져서 조금도 펴지 못하는 여자, 그 여자가 어쩜 그리 나와 같은지…. 나는 펴진 삶을 살고 싶었지만 내 삶은 펴지지 않았다. 내 인생, 내 가정, 내 몸…. 꼬부라져서 조금도 펴지 못하는 여자가 바로 나였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 여자를 보시고 불쌍히 여겨 부르시고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고 말씀하셨다. 여자는 병을 낫기 위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주님이 여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신 것이다.
‘아, 이게 은혜구나! 주님이 하신 것을 그냥 받는 거!’
여자는 곧 병에서 놓였다. 한 번도 펴지 못하던 여자가 몸을 폈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 말씀이 그대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내가 병에서 놓였구나! 꼬부라진 내 인생에서도 놓였구나! 주님, 감사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가 흘러나왔다.
‘이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시겠구나!’
하나님께서 그 전부터 남편에게 원치 않는 일, 억울한 일을 당케 하셔서 남편의 마음을 낮추고 계셨다. 내 마음에 믿음이 들어온 후 남편과 크게 다투었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싸움이었기에 마음에 평안이 있었다. 곧 하나님께서 남편을 교회로 이끄셨고, 집회에 참석하게 하셨다. 그리고 말씀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하셔서 하나님 편으로 마음을 옮겨주셨다. 남편은 매일 마시던 술을 끊고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고 있는 학원의 일도 목사님에게 물어 인도를 받는 모습이 기적 같았다.
한번은 내가 직장 일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자, 남편이 나를 교회로 데리고 갔다. 사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려놓고 교제를 받게 한 것이다. 남편은 내가 교제를 마칠 때까지 예배당에서 나를 기다렸다. 저녁도 못 먹고 배가 무척 고팠을 텐데…. 하나님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시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지 모른다.
나도 말씀대로 병에서 놓임을 받았다. 약을 끊었는데, 지금은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 오히려 아프기 전보다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모른다.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사 9:6)
기묘자요, 모사요, 전능하신 하나님이요, 영존하시는 아버지요, 평강의 왕이신 주님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내가 산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나와 상관없이 은혜를 베푸실 주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