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인 같은 한국인 아닌 한국인"

2018-05-23     한인숙

-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780km 떨어진 메켈레(Mekelle)는 에티오피아의 고전문화의 향취가 느껴지는 도시이다. 이곳, 메켈레에서 [제9회 아프리카 유니버시아드 체육대회] 자원봉사자 훈련을 진행하던 중, IYF 모토 중 하나인 도전정신에 걸맞춰 새로운 언어에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주최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는 68년 전 한국전쟁에 참여해 한국과 피를 나눈 형제 국가로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학생들에게 마음이 열리기 시작할 즈음 굿뉴스코 단원들은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했다. 함께 지나온 한국과의 관계를 다시 기억하자는 의미와 함께.

홍보를 시작하며, 우리의 열정 어린 취지에 맞게 학생들도 반응해줄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홍보에 들어갔다. 의외로 학생들은 흥미로워했고 관심을 가져주었다. 우리가 알게 된 또 다른 부분은 꽤 많은 학생들이 한국 채널을 통해 이미 한국 드라마나 방송을 접해본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관심있는 학생들을 하나 둘 만나 말하기 대회 지원자들이 모였다.

막상 접수를 받아 원고를 쓰고 연습하는데 학생들의 준비과정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았다. 때론 '얘는 과연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또한 준비기간 내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돕는 이들을 붙여 주셨다. 항상 그랬듯이 우리의 시작은 정말 미흡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있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8:7)'

홍보하던 중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는 그녀가 원래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유니버시아드 체육대회 관계자인 줄 알고 집으로 정중히 모셔 접대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친한 친구로부터 한국사람들이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말하기대회 접수도 하고 한국사람들에게 인사도 할 겸 지나가는 길에 들렀던 메켈레대학 법학 전공 여대생이었다. 우연히 찾아온 이 학생의 이름은 라헬. 어릴 적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배운 유창한 한국말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날 한국에서 온 김성삼 목사는 한국말로 교제했고, 라헬은 한국말로 교제하던 중 구원을 받았다! 라헬의 구원간증은 마치 더운 날 시원한 냉수 한 잔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너무 큰 기쁨이 되었다. "목사님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하나님 앞에 죄인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의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나님이 나를 구원받게 하려고 어릴 때부터 한국방송을 보게 했고,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도 출전하게 하신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해요. 이렇게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통해서 구원도 받고 저는 행운아인 것 같아요." - 라헬

아직 현지어도 서툴고, 영어도 서툰 굿뉴스코 단원들과 지원자들 사이에서 라헬은 원고도 봐주고 통역도 해주며 금방 우리와 함께하며 큰 도움을 주었다.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그 기간 내내 하나님의 손길은 너무 크게 느껴졌고 때마침 한국에서 온 마인드 교수들의 도움 또한 하나님이 미리 준비하신 선물 같았다.

4월 27일 메껠레 국립대학교 메인캠퍼스에서 드디어 두근거리는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지원자들도 첫 한국어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영역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들 앞에서 한국에서 온 이보배 굿뉴스코 단원이 더듬더듬 현지어인 암하릭어로 사회를 보았다. 3개월 남짓 배운 현지어로 긴장한 참가자들을 위로라도 해주듯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는 모습을 사회자는 직접 먼저 보여주었다.

굿뉴스코 단원들의 댄스공연, 바이올린 연주로 행사장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조금 풀어지는 듯했고, 메켈레 대학 Dr. 압델카디르 부총장 축사가 이어졌다. 

“학생들에게 어떤 분야에 한 가지만 아는 사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IYF 에 감사를 표합니다.” - 압델카디르 부총장 축사 

1번부터 28번까지 발표가 이어지고 발음이 현지어를 말하는지 한국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를 정도로 아직 시작에 불과한 학생들부터, 10년 넘게 한국채널을 통해 한국에 너무 가보고 싶은 마음을 유창하게 표현한 학생까지. 전달하는 각각의 색깔은 달랐지만 이렇게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준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떨렸던 발표 뒤엔 홍성호 심사위원장의 심사평 및 메세지가 있었고 마지막엔 지부장들 그리고 학생들과 그룹으로 나뉘어 피드백도 해주고 우리를 소개하고 말씀도 나누는 더 가까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단체사진을 남기며 우리들 마음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참가자들 한 명 한 명이 스냅사진처럼 남는 듯했다. 20일 뒤 한국어 말하기 본선 대회가 남아 있다. 이어지는 본선전까지 학생들은 더 연습하고 우리와 만날 것이다. 이 시간들을 통해 하나님이 준비한 사람들을 얻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소망이 일어난다. 모두들 파이팅!!


- 한국어 말하기 대회 본선전-

 예선전을 마친 대회 참가 학생들도, 대회를 준비하는 우리들도 또다시 설렘과 기대로 본선대회를 기다렸다. 한국어가 아직은 서툴고, 다만 한국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IYF를 만남으로써 한국어 스피치를 준비했는데 바쁜 학업에도 틈틈이 굿뉴스코 단원들과 연락하며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이 열정적이었다.

​5월 17일, 20일 만에 다시 만난 본선대회 날. 대회 시작 전 참가자들 하나 둘 대회장으로 모여들었다. 예선 대회 때와는 사뭇 다른 잘 갖추어입은 복장과 정숙한 표정들에서 대회를 대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가 묻어났다. 

이번에는 특별히 우간다, 잠비아 IYF 지부장들이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함께해주었는데, 각 지부마다 세계대회나 다양한 IYF활동들을 해오던 지부장들 또한 학생들의 발표실력이나 자세들을 기대하며 심사를 준비했다. 또한 한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한국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6년간 한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셀람은 우리와 만나 복음도 듣고 연결되어 이번 본선 대회에 사회자로 함께하게 되었다. 굿뉴스코 이보배 단원과 살렘이 함께 현지어인 암하릭과 한국어의 콜라보 MC로 본선 대회가 시작되었고, 이번 본선에는 메켈레대학 Dr. 킨데야 총장이 축사를 전해주었다.

[제9회 아프리카 유니버시아드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메켈레 대학은 우리 IYF에 자원봉사자 훈련을 맡기면서 마인드교육 훈련활동이나 도움에 마음을 활짝 열고 있다. 메켈레 대학 대표로 총장은 학생들에게 자원봉사자 훈련뿐 아니라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IYF에 뜻깊은 감사를 표했다. 

발표가 시작되고 예선전 이후 연습을 많이 한 모습들이 발표 속에서 나타났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가정에서 헌신적으로 일하시는 어머니를 표현해내기도 하고, 자신의 작은 행동이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경험담이나 표현이 청중에게 전달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 또한 소소하게 전달되는 것이 행사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티그라이 방송국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취재를 나와 학생들의 열띤 발표와 행사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엔 예선전과는 다르게 심사기준도 좀더 심층적으로 평가되었는데 메시지와 주제의 연관성, 참신성, 청중과의 소통 등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되었다. 심사평을 발표하고 장려상부터 3, 2, 1등이 발표되었다. 드디어 궁금했던 1등이 발표되고 한 사람 한 사람 발표될 때마다 응원하러 온 친구들은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저는 13년동안 한국 방송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한국 방송을 통해 본 한국이 좋았고 자연스럼게 방송을 통해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께 어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1950년도에 일어났던 한국 전쟁에 우리나라 군인들이 도와주러 갔었는데 저의 할아버지께서도 참전용사로 한국에 가셨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 좋아했던 한국이 더더욱 좋아졌습니다. 몇해 전에 있었던 대사관 행사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 한국 분이 쓴 편지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60년이 지나 찾아와서 너무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도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거의 7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까지 감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 1등 '라헬' 원고내용

“저는 사실 십일 년 전에 방송을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냥 재미있는 다른 채널을 찾고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방송은 KBS월드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한국 방송만 봤죠. 하루종일 KBS방송을 보고 있는 저를 보면서 부모님과 친구들이 그랬죠, “너 한국 가서 한국인 될 꺼니?” 한국에 가는 것은 저의 꿈이죠. 한국인이 되는 건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도 가고 싶었고 지금도 가고 싶습니다. 한국에 간다면 해야 할 것이 아주 많아요. 한국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것들 중에 하나가 많은 한국 전통 요리를 먹는 것입니다. 가장 먹고 싶은 한식은 삼겹살과 삼계탕 입니다. 물론 아디스에 있는 아리랑 한국 식당에서도 먹어봤지만 그곳은 한국이 아니잖아요" - 2등 '게타훈' 원고내용

마지막으로 박영주 IYF 이사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여러분들 생각을 바꾸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안 돼, 나는 못해’, 라는 생각들을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재플 슈츠(JFFLE CHUTES)’라는 햄버거 가게는 빌딩 7층에 자리하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장사가 안 될 것이라는 예견을 받았는데요, 그런 흔한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인기있는 햄버거 가게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고정된 사고 속에 쉽게 ‘안 된다. 어렵다.’ 라는 그런 생각들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고, 갇혀있던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여러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박영주, IYF 이사

​단순히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아니라 이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느꼈다. 대회 참가한 학생들 또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몰랐고 막막했지만 한발 한발 도전하면서 보이는 작은 변화들은 보는 이들에게나 참가 당사자들에게도 작은 소망이 되었다. 전세계 중 특히 아프리카는 보이는 것들이 참 크게 느껴진다. 꿈은 환경과 비례하지 않는데도 피부에 너무 가깝게 와닿는 열악한 환경, 낙후된 경제, 이런 것들이 쉽게 젊은이들에게 꿈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그랬던가?! 꿈꾸지 않는 자, 청춘을 포기한 것이라고.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라고. 이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 만큼은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꿈, 열정, 소중했던 기억들을 담아 마음껏 내보인 멋진 청춘의 시간이었다. 아무리 멋진 날개를 가진 독수리라도 날 수 있는 창공이 없다면 날개를 펴볼 수 없듯이, 젊음의 날개를 활쩍 펴볼 수 있는 기회를 앞으로 IYF를 통해 한껏 만나보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