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행복한 학교

2020년 9월호 기쁜소식 선교지 이야기 | 키리바시 대안학교 '애벌레에서 나비로'

2020-09-18     글 윤태현 (키리바시, 기쁜소식타라와교회 선교사)

 

 

2016년 3월, 키리바시에 파송되어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낯설고 아주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비행기를 보기 위해 공항에 모여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면서 키리바시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짐작했다. 키리바시는 인구가 1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인데, 1년에 1,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학업을 중단하며 그 수가 매년 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의 다수는 갱에 가입하거나 술로 시간을 보내고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7년에 교육부 장관님을 초청하여 한국 월드캠프에 함께 참석했고, 장관님이 박옥수 목사님과 면담하며 구원받으셨다. 박 목사님은 장관님에게 “우리는 키리바시에서 학교를 세워서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해줄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나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했다.
2018년 2월 어느 날, 대통령 비서실장님이 나에게 혹시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다. 만약 만들 수 있다면 학교를 중퇴하고 문제가 많은 자신의 딸을 우리 프로그램에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순간 ‘키리바시에 학교를 세우겠다’고 하신 박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대안학교를 하길 원하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제대로 된 교실도 선생님도 없고 어떻게 커리큘럼을 짜야 할지도 몰랐지만 나와 아내, 단기선교사 네 명과 교회 청년들이 학교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했다. 학교의 이름은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애벌레와 같은 키리바시 청소년들이 대안학교를 통해 나비와 같이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벌레에서 나비로>라고 지었다. 학생 10명이 등록했고, 4월에 키리바시에서 첫 대안학교가 시작되었다.
모든 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혹은 학업을 따라갈 수 없어서 스스로 포기하고 마음에 많은 상처를 가진 채 실망 속에 있었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경험도 지혜도 능력도 없었지만,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하나님이 도우시고 은혜를 입히시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나는 마인드교육 과목을 맡아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가르쳤는데,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모든 학생이 구원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가장 행복한 학교로 하나님이 만들어 주셨다.
올해로 개교 3년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이 꿈과 행복을 얻었다. 학기 말에는 학예회를 하고 국회에서 공연하는데, 그 소식이 키리바시 신문에도 보도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등 귀빈들이 참석하는 ‘국가 청소년의 날’에 우리 학생들이 공연해 키리바시에서 가장 유명한 학교가 되었다. 아직은 학교 건물이 없어서 학생을 10명밖에 받을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머지않아 아름다운 학교 건물과 교실을 주실 것을 소망하며 학생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시작된 키리바시 대안학교 ‘애벌레에서 나비로’가 키리바시 청소년들을 ‘행복으로 잠들고 소망 가운데 눈을 뜨게 하는’ 일에 쓰임 받고 있음이 감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가장 불행한 아이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습니다. 키리바시의 많은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미혼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이 아주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를 너무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어머니가 있어서 괜찮았습니다. 저도 어머니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열한 살 때 갑자기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아프다가 괜찮아지실 거로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병은 더욱 심해졌고 병원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한 지 몇 개월 후,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를 데려간 하나님을 원망했고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를 사랑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저를 돌봐주시기 시작했지만, 그때부터 저는 점점 삐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갱에 가입하고 술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돈을 자주 훔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학교에 다시 보내려고 애쓰셨지만 저는 공부할 마음이 없어서 계속 도망갔고, 크고 작은 사고를 계속 치면서 열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저를 위한 새로운 학교를 찾았다고 함께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우겼고,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에게 한 번만 함께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하루만 가보고 그만둘 생각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애벌레에서 나비로> 대안학교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첫날 수업에 참석하고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온 언니들과 오빠들이 다른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댄스, 음악, 태권도 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첫 날 수업에 참석하고 나서 저는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안학교의 학생이 되었습니다.
모든 수업이 재밌고 좋았지만, 특히 음악과 마인드교육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수업을 받기 시작한 지 얼마 후에 선교사님께서 마인드교육 시간에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우리를 위해 주셨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씻어주셨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는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가장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저를 사랑해 저를 버리지 않고 할아버지를 통해 이 학교에 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장 불행한 아이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감사한 마음에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음악을 배우고 리코더 연주하는 법을 배우면서 저는 처음으로 마음에 꿈을 가졌습니다. 지금 저의 꿈은 음악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대안학교에서 성경도 많이 배우고 음악도 배워서 나중에 저같이 예수님의 사랑을 몰라서 불행한 아이들에게 복음도 전하고 음악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안학교를 세워주신 하나님과 선교사님, 그리고 우리를 사랑으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을 만나 강한 마음을 얻었습니다
 

저는 열한 살 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마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거나 도둑질을 하고 때론 사람이 없는 집을 부수는 등 계속 사고를 치면서 살았습니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저는 배우는 것이 느려서 공부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늘 실망에 빠지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했고, 부모님도 저를 포기했습니다.
소망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 마을 청소년 담당 경찰관이 집에 찾아와서 부모님에게 대안학교를 소개하셨습니다. 저도 너무 지루하고 따분해서 그 학교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부모님이 버스비를 주셔서 대안학교에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인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학교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대안학교의 모든 수업이 즐겁고 좋았는데, 성경을 가르쳐주는 시간은 저에게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교회에 다니고 있어서 선교사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하루는 제가 평소에 자주 입는 영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한 여학생이 저를 놀리며 “너는 영어도 못 하면서 왜 영어가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냐?”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학교도 결국 똑같구나. 공부를 못하는 내가 있을 곳이 아냐.’ 하며 학교에서 도망 나와 집으로 왔습니다. 그 여학생이 너무 싫었고, 다시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부모님과 담당 경찰관에게 저를 다시 학교에 보내 달라고 계속 연락했습니다.
부모님과 경찰관의 설득에 못 이겨 저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 앞에 도착했지만 들어갈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제가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교사님이 버스정류장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저에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사람의 말에 상처를 쉽게 받는 것은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쉽게 깨지는 보통 유리 같은 마음이 있고 어떤 충격을 받아도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와 같은 마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이 쉽게 상처를 받는 것은 마음에 죄가 있어서 예수님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며, 어떻게 죄 사함을 받고 마음에 예수님을 받아들여서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날 저는 죄 사함을 받았습니다. 한 여학생을 통해 예수님과 만날 수 있게 해주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구원받은 후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하나님이 강한 에서가 아니라 연약한 야곱을 택해서 은혜를 베풀고 복을 주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가장 부족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고 은혜를 입히셨다는 마음이 들면서 감사했습니다. 전에는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했는데, 이제 하나님이 나를 도우신다는 마음이 드니까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배우는 것이 아주 느리지만, 예수님이 저를 도와주시고 선생님과 친구들도 도와주고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5월에 가진 학예회에서는 제가 학생 대표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