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의 믿음으로 나는 새 길을 걷는다
그분들의 믿음으로 나는 새 길을 걷는다
  • 월간 기쁜소식
  • 승인 2013.02.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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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살고 싶은 청년

나는 평범한 학생으로, 성격도 밝은 편이었다. 그런데 완벽하지도 않으면서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 집착이 강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못 봐서 원하던 대학에 가질 못했다. 재수를 시작했지만,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버렸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실 때까지 자다가, 나가시면 일어나서 게임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결국 수능도 보지 않았다. 부모님은 1년이 지나서야 내가 수능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셨다.

다시 1년을 집에서 나가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게임을 그치고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보지만, 머리가 아파서 '생각하기 싫다. 그냥 게임이나 하자!' 하고 다시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점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 대입 준비를 한다면서 게임만 하고 지내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한심했고, 아는 사람들에게 '요즘 뭐하냐?'고 질문 받는 것이 싫어서 밖에 나가지 않고 내 방 안에서만 지냈다. 결국 나는 고립되었다. 나중에는 가족들까지 만나기가 두려웠다. 내 방이 내 모든 세상이 되었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공부도 않고 부모님 속만 썩이는 내 모습을 보니 나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부모님은 나를 그런 삶에서 건져내려고 무척 노력하셨다. 대학은 안 가도 되니까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지내라고 하셨다.

부모님의 희생과 도움으로 1년 반 만에 내 방에서 나와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인 '경산1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같은 과의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나에게 아이들이 궁금한 것이 많을 것 같고,왜 이제 대학에 들어왔는지 물어볼 것 같고…. 게임에 빠져 살았던 시간들, 아버지를 암에 걸리게 만든 잘못…. 나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캐물을 것 같고 부끄럽기도 해서, 그런 일을 당하기 싫어 아예 반 아이들과 어울리질 않았다. 수업도 반만 참석하고 나머지 시간은 게임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진솔한 친구들, 멋진 캠프

2012년 봄 어느 날, 학교에서 월드캠프를 홍보하는 IYF간사님을 만났다. 내게도 월드캠프를 소개하는 팜플렛을 주면서 '이 캠프에는 외국인이 많이 오고, 부산에서 한다'며 가보라고 했다.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소개해주어서 가고 싶었다. 또 외국인들이 많으니까 나에 대해 물을 일도 없을 것 같아 재미있겠다 싶어서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캠프에 참석해서 보니 한국 대학생들도 많았다. 마음이 편치 않고, 반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그런데 반 모임 때 보면, 다른 친구들은 나처럼 답답하게 살지 않고 무척 솔직했다. 자신의 마음을 부끄러운 부분까지 진솔하게 드러내는 아이들이 좋아 보였다. 마음이 점점 열리고 어느새 그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다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도 아닌데, 열흘 남짓 함께 지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스스로 마음을 맏고 사람들고 단절된 채로 산 이후 처음으로 인간관계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기쁨을 느꼈다.

   

월드캠프는 처음으로 인간관계에서 따뜻함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정들었던 반 친구들과.

 

캠프 중간에 아프리카 댄스를 배웠다. 한창 노래를 따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들이 무대 위로 뛰어나가 춤을 추었다. 그러니까 수천 명의 학생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그 춤을 따라 했다. 나는 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화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반 친구도 좋고, 캠프에서 갖는 프로그램들도 좋았다.

 

이건 내게 필요한 이야기다

하루는 반 모임 때 반장이 나에게 죄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어려서부터 물건을 훔치거나 나쁜 짓을 한 적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도 2년 동안 방에만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고통을 드린 것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죄 때문에 고민한 적도 없었다. 내가 반장에게 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반장은 "죄가 하나도 없냐?" 하고 다시 물었다. "있기야 있지…."하고 대답하자 이유없이 마음이 편해졌다. 내 죄를 인정하니까 평안이 찾아오는 것을 보았다.

월드캠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캠프에 다시 참석하고 싶었다. 힘들었지만 배운 것도 많고,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기쁜소식하양교회의 최은성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교회에 한번 찾아오라고 하셨다. 교회에 가자 목사님은 나에게 복음을 전해주셨다.

나는 내가 수능에 실패하고 게임에 빠져 산 것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도 부끄러웠지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이고 아버지가 나 때문에 병을 얻으셨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러난 죄만 죄가 아니고 마음속에 있는 죄도 죄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맞는 말이다!'라고 인정됐다. 그리고 인간이 본디 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어서 목사님이 우리를 악으로 이끌어가는 사탄의 존재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하나님이 계시니까 그런 나쁜 놈도 있겠구나'하고 생각되었다. 목사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내게 필요한 이야기다'라는 느낌이 들었고,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잘못했다. 이 길로 가야겠다' 싶었다.

   
 

목사님은 우리를 죄에서 건지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당신의 독생자를 이 세상에 보내셨고, 예수님께서 내 죄를 씻으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야기가 다 마음에 와 닿았는데, 특별히 로마서 5장 19절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한 사람의 순종치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의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롬5:18)

말씀으로 마음이 발고 평안해졌다. 아버지가 나 때문에 병을 얻으셨다는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2012년 7월 20일경이었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싫은데… 

목사님과 이야기를 마친 후 '이제는 성경 말씀을 들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도록 교회에서 살고 싶었다. 목사님께 교회에서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목사님이 허락해주셔서 바로 교회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교회에서 지내다 보니, 대구 인근의 교회에 있는 여러 형제 자매님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겪은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생각 속에 빠져서 어려워했던 것이었고, 정말 힘든 삶을 산 분들이 있었다. 내 삶은 거기에 비하면 감사해야 할 삶이었다. '내가 왜 별것 아닌 걸 가지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했지?' 하나님이 다 씻어주신 죄요, 지난 이야기이기에 나도 지난 내 삶들을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9월이 되어 목사님께서 IYF에서 주최하는 영어말하기대회에서 내 이야기를 원고로 써서 참가해보라고 하셨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싫은데…. 그래도 목사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기쁜소식대구교회의 여러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번역도 해주고, 연습하는 것도 도와주셨다. 목사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준형아, 네가 상을 받으려고 대회에 나가는 게 아니야. 그냥 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거야. 상은 하나님이 이미 다 주셨어. 네가 이 일이 감사한 것만 알면 돼."

나는 내 이야기가 부끄러운데, 사람들은 원고가 좋다고 하고 잘한다며 칭찬해주었다. 마지막 연습 때에도 칭찬을 받아 '내가 진짜로 상을 받는 거 아냐?' 하고 상을 받고 싶은 욕신미 일어났다. 영어말하기대회 대구 지역 예선이 있던 날, 50명 가량이 참석했다. 나는 상을 타려는 욕심에 잘하려고 하다가 혀가 꼬여서 버벅거리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이 바보 같고 내가 한심했다. 하지만 목사님이 이야기하신 대로 나는 상(6등, 장려상)을 받았다.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하던 은둔형 외톨이였던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발표하고, 상을 받은 사람이 된 것이다.

 

내게 주어진 새 삶이 좋다

나는 교회 생활이 좋다. 우리 교회 근처에 대학이 많아서 집이 먼 학생들 3명이 나와 같이 교회에서 지내는데, 함께 사는 게 재미있다. 때로는 먼저 구원받은 세 형제의 생활이 나보다 못한 것 같아 내가 착하다고 여기다가, 목사님께 그렇지 않다고 혼이 나기도 한다.

목사님과 같이 지내는 것도 좋다. 언제든지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궁금한 점은 물을 수 있으니 말이다. 고민되는 문제들이나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도 의논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목사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다 맞는 것은 아니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내 생각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옳겠다는 마음이 든다. 목사님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분 같은 느낌이 든다.

부모님도 내가 교회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활동하고…. 교회에 와서 보시고는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며 좋아하신다. 교회에 마음은 열려 있지만 아직 신앙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부모님도 구원받게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2013년에 인도로 해외봉사를 가려고 굿뉴스코 워크숍에 열심히 참석했다. 이곳에서 지낸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을 생각하며 즐거웠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누구와도 편하게 이야기하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 계획에 조금 변경이 생겼다. 2013년에 공익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 것이다. 공익요원 신청서를 다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근무지와 근무 시기가 결정되는데, 우리 집 앞에 있는 요양원에서 1분기부터 근무하도록 배정을 받았다. 이 일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나와 함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에서 함께 생활하는 세 형제와

세상에서 믿음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부모님이 고맙다. 지금은 군복무중인 한 살 아래 동생, 자기보다 몇 년 늦게 대학생이 된 나를 형으로 대해준 동생이 고맙다. 나를 IYF와 만나게 인도해준 간사님이 고맙다. 월드캠프에 참석했을 때 내 마음을 열게 해준, 자신들의 마음을 투명하게 내보였던 친구들이 고맙다. 나에게 연락해주고 복음을 전해주신, 나를 옳은 길로 인도해주시는 목사님이 고맙다. 함께 지내는 교회 식구들이 고맙다. 모두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23년, 길지 않은 삶이지만 돌아보면 소중한 것들이 남는다. 무엇보다 믿음이 마음에 소중하게 남는다. 내가 게임에 빠져 비정상적인 삶을 살 때 나를 끝까지 믿고 후원해주신 부모님 때문에 나는 바에서 나와 힘들게나마 세상에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내가 영어말하기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믿어주신 목사님 덕분에 나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 스스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주위에 계시는 분들의 믿음으로 나는 어둠에서 벗어나 새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서 믿음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가기 힘든 길들을 주위 분들의 믿음을 의지해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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