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끝나지 않은 지진의 후유증
[아이티] 끝나지 않은 지진의 후유증
  • 이한솔 기자
  • 승인 2013.04.05 0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사람들에겐 도무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 불행은 아무런 예고없이 한순간에 찾아왔다.
 
미처 피하기도 전에 수많은 집이 무너져내렸다. 마치 음료수 캔처럼 구겨져버린 건물들과 그 아래로 구겨진 사람들, 줄넘기 줄 처럼 30여분간 튕겨지던 전봇대 줄들....곳곳에서 들려오던 비명소리와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넋나간 표정은 지옥이라 표현해도 좋을만큼 끔찍했다.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공포가 서려있다.
 
대통령궁이 무너졌을 정도니 서민들의 상황은 어땠을지 그 피해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말그대로 순식간에 도시는 폐허가 되어 버렸다. 수많은 이재민이 생겨났고 자연스레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텐트촌’이 도시 곳곳에 형성 되기 시작했다. 그날의 후유증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곳곳의 거리에 배겨있다.
 
▲ 쓰레기더미 바로 옆에 위치한 텐트촌의 모습
무너진 잔해들과 쓰레기로 가득한 거리, 쓰레기더미... 대부분의 텐트촌은 그런 거리 옆에 자리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지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구역질이 날만큼 고약한 악취가 풍기고 이 냄새를 맡고 찾아든 엄청난 파리떼, 그리고 벌레들이 들끓는 쓰레기더미 옆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렁이처럼 엉켜붙어 생활을 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대한 텐트촌들... 불과 한평이나 될까? 좁디 좁은 텐트안에 평균 6명의 식구가 생활을 한다. 그들의 눈에서 희망이란 찾아볼수 없다. 쓰레기 더미 냄새에 중독된 그들의 코는 더 이상 냄새를 맡지도 못한다. 낮에는 이글 거리는 햇볕 때문에 텐트 속에 들어가기만 해도 마치 사우나에 들어 간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서 일까? 유독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새벽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이 학교를 잃고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고 거리에서 방황하는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무언갈 뒤지기도 하고, 이미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강에서 씻기도 한다.
 
지진의 피해로 발생한 쓰레기더미와 시체들로 인해 땅은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대부분의 우물 또한 오염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사람의 손으로 우물을 파도 썩은 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 맑을 물을 찾기 위해선 기계로 우물을 파야 하지만 그 가격은 너무나 비싸 엄두조차 낼수 없다. 기계로 판 우물가는 많치 않기때문에 길게는 한시간씩 물을 긷으러 가야 하는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꼭 집집마다 물을 긷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물을 길어야 하기때문에 학교를 가지 못한다. 불과 초등학교 저학년 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가방 대신 물동이를 이고가는 것을 볼때면 한쪽 가슴이 너무나 저며온다.
 
▲ 오염된 냇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오는 아이
 
얼마전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만났다.
 
‘넌 꿈이 뭐니?’ 
‘꿈..? 꿈이.. 뭐에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말이야.’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난 학생이 되고 싶어요.’
 
나는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학생이 꿈이라니....' 
내 유년시절엔 한번도 ‘학생’이 꿈이 었던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이 된 이후 공부하는게 싫고 학교가는게 싫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아이 앞에서 더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미안했다. 나의 지난날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모든 것들이... 
 
지진이 난지 3년이 지났지만 지진의 후유증은 너무나 컸다. 곳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아직 어린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간음을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람들이 소망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꿈이란 사치요, 유혹은 현실을 잠시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환상이다. 그들에게는 이런 유혹을 이길 힘이 없다.
 
아이티, 이 곳에는 복음이 아니면 소망이 없다. 이곳 사람들과, 꿈마져 잃어버린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복음이 얼마나 귀한것인지를 새삼 느낀다. 깊은 절망 속에서 복음을 듣고 구원을 받아 이제 교회안에서 쉼을 누리는 형제자매들을 볼때 너무 감사하다. 
 
▲ 구원받은 Roody 형제
 
이 세상에선 지옥같이 살았지만 이젠 천국에 갈수 있어 너무 기쁘다는 Willson.
지진이후 아이티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해외 갈 생각만 하던중 구원을 받고 교회에 살고 있는 Chery,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버려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거기다 지진까지 찾아와 모든 걸 잃어버려 자살할 생각만 하던 중 구원을 받은 Roody.
다음 기회에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아이티를 위해 기도하시는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리고 아이티에 죽어가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님께, 이 귀한일에 우리같은 사람을 쓰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