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멸치도 내장이 있다면...
잘생긴 멸치도 내장이 있다면...
  • 조현주
  • 승인 2013.04.12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 속 에세이

 
     멸치를 다듬으려고 쟁반에 펼쳐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김새가 각각이다. 물속을 휘젓고 
     다니던 놈들을 잡아 펄펄 끓는 물에 재빨리 삶아 말렸을 텐데… 생사가 바뀌는 그 가공可恐스런 
     상황 속에서도 체통 지키려는 양반처럼 입 다물고 꼿꼿이 있는 놈, 토르소처럼 머리도 꼬리도 
     사라지고 몸통만 덩그러니 남은 놈, 두고 온 바다가 아쉬운지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보는 놈…. 
     이렇게 멸치들의 마지막 모습은 똑같지 않다. 하지만 육수를 우려내는 데엔 멸치가 잘 생겼는지, 
     어디를 쳐다보고 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머리와 내장이 깨끗이 제거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구원의 세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나님 앞에 설 때 나의 열심, 수고, 봉사, 재물은 다 제거
     되어야 할 것들이다. 멸치 내장을 끄집어내듯이 내 생각이 폐기되고, 마음에 나노 입자만큼이라도 
     죄를 남겨서는 결코 천국 입장이 불가하다. 그런데 멸치가 스스로 내장을 빼낸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손이 그 일을 해준 것처럼, 우리의 죄는 스스로 씻을 수 없고 오직 예수님이 대신해주실 
     때 눈처럼 희게 바뀔 수 있다. 마른 멸치의 머리를 떼고 내장을 발라내면서, 우리의 드러난 허물은 
     예수님께서 기뻐 일하실 수 있는 아름다운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