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둘 나이에 구원받길 사모한 어르신
여든 둘 나이에 구원받길 사모한 어르신
  • 박옥수 목사
  • 승인 2013.05.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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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까지 복음을 끝날까지 주님과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서예 전시회에 초대받아
한번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서예 전시회에 초대받아 갔다. 우리나라 최고 서예가들의 잔치다. 전시장에는 여러 모양의 서예작품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서예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그 모임의 회장인 어르신의 초대를 받은 나도 앞자리 중앙에 앉았다. 곧 시상식이 시작되고 축사가 이어졌다. 먼저 몇 분의 축사가 있은 후 회장님이 나를 소개하며 축사를 하라고 권하셨다. 나는 여러 행사에 참석해 보았지만 서예 행사는 처음이었기에, 왼쪽 가슴에 큰 꽃을 달고 단상 위에 서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감격스런 마음으로 오늘 상을 받으신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넘치길 바란다’고 짧게 축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 이제 죽는데 하늘나라에 갈 자신이 없다.”
나를 초대한 회장님은 우리 교회 장로님의 장인이시다. 돌아가신 우리 형님보다 연세가 한 살 더 많아서 나와 13살 차이인데, 아주 건강하셨다. 어르신은 따님이나 사위의 손에 이끌려 예배에 한두 번 참석하셨지만, 신앙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계시지는 않은 듯했다. 나도 어르신이 교회에 오시면 인사만 하고, 언젠가 조용한 시간에 신앙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서 그냥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작년에 하나님께서 어르신에게 귀한 은혜를 허락하셨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몸에 암이 잔뜩 퍼져 있었다. 82세나 되신 분의 온몸에 암세포가 퍼졌으니 누구든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은 죽음을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 교회에 나오면서 죄를 사함받고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복음을 들어서 거듭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죽음 앞에 서니까 ‘내가 지금 죽으면 하늘나라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은 따님들과 사위에게 “나, 이제 죽는데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늘나라에 갈 자신이 없다. 빨리 박 목사님에게 전화해서 나 좀 만나게 해줘라. 하늘나라에 갈 확신을 갖고 싶다.” 하고 말씀하셨다.
어르신은 두 따님의 부축을 받으며 아주 불편한 몸으로 어렵게 내 사무실로 찾아오셨다. 꼭 돌아가신 형님을 보는 것 같아서 정말 반갑고, 무척 감사했다. 

그렇게 마음을 쏟아 말씀을 듣는 어른은 처음 보았다
그동안 내가 만난 많은 노인 분들은 중한 병에 걸리면 안절부절못하며 좋은 약을 먹고 좋은 의사를 만나서 병을 고치려고 했다. 그런데 어르신은 ‘내가 곧 세상을 떠나는데, 죄 사함을 확실히 받지 못하고 죽으면 영원한 지옥인데, 다른 거 다 두고 박 목사님을 만나서 죄 사함을 받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신 것이다. 중병에 걸려 그런 생각을 하는 어른을 나는 생전 처음 만났다. 어르신은 “목사님, 나는 죄 사함의 확신이 없습니다. 오늘 어떻게든 죄 사함의 확신을 갖고 싶습니다.” 하며 자리에 앉으셨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죄 사함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그 어르신만큼 영혼의 문제에 갈급한 마음을 가진 분 또한 처음이었다.
꼭 형님을 뵙는 것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정확하게 인간의 죄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말씀드렸다. 먼저 죄를 옮기는 것은 인간이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어르신,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옮기려고 하면 일생 동안 지은 수많은 죄를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옮기면 죄가 빠질 수 있는데, 그렇게 죽어 죄가 있어서 하늘나라에 못 가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그래서 이사야 53장 6절에서는 하나님이 우리 죄를 예수님에게 직접 넘기셨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넘기셨다면 완벽하게 넘기셨을 겁니다. 하나님은 우리보고 ‘너희들이 다른 것은 다 해도 죄의 문제는 손대지 마라. 너희들이 죄 문제를 손대면 절대로 완벽하게 할 수 없어. 죄 문제는 내가 할게’ 하고 우리 죄를 하나님이 직접 예수님께 다 넘기신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이 받으신 고난에 대해 말씀드렸다.
“이사야 53장 5절에,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은 예수님이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죄, 바로 어르신의 죄를 위하여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르신의 죄를 위하여 가시관에 찔리셨고, 손발이 쇠못에 박히셨고, 옆구리를 창에 찔리는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때 어르신의 모든 죄에 대한 심판과 형벌이 끝나서 죄가 사해졌습니다.”
어르신은 눈을 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말씀을 들으셨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쏟아 말씀을 듣는 어른을 처음 보았다.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어르신의 얼굴 표정이 달라지면서 기뻐하셨다. 죄 사함의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연로하신 어른께서 맑은 정신과 분명한 판단력으로 정확하게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하나님 앞에 너무나 감사했다. 어르신은 학자요 서예에 뛰어난 분으로 서예가 모임의 회장을 맡고 계시기에 그런 것으로 인해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마음을 모아서 복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어르신을 엘리베이터까지 모셔 드렸는데, 어르신은 두 따님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가셨다.

“목사님, 죄 사함을 받고 암세포가 싹 사라졌습니다.”
열흘 뒤, 어르신은 다시 나를 찾아오셨다. 지난번에는 지팡이를 잡고 거동이 많이 불편하셨는데, 이번에는 얼굴도 밝고 건강한 몸으로 두 발로 걸어서 들어오셨다.
“목사님, 제가 죄 사함을 받고 난 뒤에 하나님께서 제 병을 깨끗이 낫게 하셨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봤는데 암세포가 싹 사라지고 온 몸이 깨끗해졌습니다.”
어르신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나님께 ‘어르신을 건강하게 축복하시고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 뒤로 어르신은 기뻐하며 건강하게 사신다. 연로하여 예배에 자주 오시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린다. 한번씩 교회에 오실 때면 내 손을 잡고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해 하시며, 마음에 늘 감사가 가득 차 있다.

남은 생애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다가 영광스런 성에 들어가실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인사동 서예 전시회에 갔을 때, 어르신은 연로하신데도 행사를 주관하며 인사말도 하고 나에게 서예 작품들도 보여주셨다. 하나님의 은혜로 난생처음 멋진 글씨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구원받은 후 하나님께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을 주셨다. 그 가운데 어르신처럼 연세가 많은 분이 겸비한 마음으로 복음을 밝게 받아들이고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어르신이 남은 생애를 주를 의지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돌리며 살다가 황금보다 찬란한 영광스런 성에 들어가실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이런 어른들이 많이 구원받는 귀한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번씩 어르신을 뵐 때마다, 그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어르신을 구원하신 하나님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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