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으로서는 할 수 있느니라
하나님으로서는 할 수 있느니라
  • 이명순
  • 승인 2013.06.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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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의 빛

 
그날은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작은딸이 “엄마, 나 좀 봐. 이쁘지!” 하고 뽐내듯 내 앞에서 자기가 산 옷을 자랑했다. 옷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는 마음이 들었다. 흰 레깅스 바지에 빨간색 티셔츠. 중학생이 입기에는 좀 야한 옷이어서 ‘네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의 반응이 좋지 않자 딸은 엄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우리 세계를 몰라! 우리 친구들은 다 이런 옷 좋아해! 엄마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관심도 없잖아!” 그날은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편이 회사에서 불법을 행해 구속되면서 ‘너는 얼마나 힘들겠니? 아직 혼란스런 사춘기인데…’ 하고 딸아이를 용납했다. 딸바보였던 남편은 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칠 정도로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아빠를 향한 딸의 연민의 정이 너무 커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을 자주 보면서 딸아이에게 마음이 약해져 갔다. ‘엄마가 니 나이에는 이런 고통은 없었는데…’ 짠하고 가슴이 쓰렸다. 이런 감정들 때문에 혼낼 마음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지냈다.

하나님, 날 구해주세요!
회사 돈을 횡령해서 구치소에 수감중인 남편으로 인해 두 딸들과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무리 숨을 크게 쉬어도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살기 싫었고 죽으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수없이 날 이끌었다. 남편을 향한 원망, 하나님을 향한 불신이 내 속에서 불같이 타올랐다. 내 관심은 ‘나 이제부터 어떻게 살지?’뿐이었다. 구원받고 수없이 들었던 말씀들은 이론에 불과했다. 어떤 말씀도 이 현실 앞에서 능력이 되어주질 못했다.
“또한 저희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두사 합당치 못한 일을 하게 하였으니”(롬 1:28)
그동안 교회와 함께했던 것이 부질없는 짓이었던 것 같아서 분하고, 남편이 수감된 현실이 너무 싫어서 수없이 남편을 죽였다 살렸다 했다. ‘누가 이 고통에서 날 건져낼 수 있을까?’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서 살 소망이 없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초라함과 비참함이 느껴졌다.
이쯤 되니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딸들 두 끼 밥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고, 밤에는 불면증에 고통해야 했다. 너무 힘이 들고 괴로워서 밤거리를 무작정 몇 시간씩 걷고 들어와도 여전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나 이러다 미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런 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약만 의존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원망하고 미워했던 하나님을 만나고 싶었다.
“아! 하나님,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입니다. 이 육체에서는 악밖에 나올 게 없네요. 날 좀 살려주세요! 날 구해주세요!”
마음 중심에서 통곡이 쏟아졌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나님 앞에 마음이 굴복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렸다. 교회에 새로 오신 김태호 목사님이 교제해 주셨다.
“자매님! 우리는 산 영이에요. 왜 죽은 육하고 반응하고 살아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그래,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지. 내가 죽었는데, 죽은 육에서 나오는 생각에 이끌려 반응하며 괴로워했네. 내가 속았구나! 더러운 사탄한테 농락을 당한 거야!’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롬 8:6)
이 말씀이 마음에 박혔다. 처절하게 짓밟힌 내 영혼의 상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내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들이 좋은 마음으로, 정으로 찾아와서 들으라고 유혹하지만,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므로 난 주님만 바라보고자 했다.

싸울 힘을 주신 주님, 여기까지는 아니지요?
딸과 싸우기로 마음먹은 날, 내 속에 싸울 힘을 주시는 주님이 계셨다. ‘오늘은 꼭 널 이겨야겠다.’ 난 딸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네 아빠는 도둑놈이야! 엄마도 아빠와 한 몸이니까 도둑년이고! 그러면 너는 도둑 딸이네?! 그런 년이 어디서 투정을 부리고 큰 소리야!!”
딸아이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빠가 왜 도둑놈이야? 어떻게 아빠를 그렇게 몰아넣어?!”
딸도 소리소리 지르고 한바탕 난리를 부렸다. 난 도마질하던 칼을 들었다. 순간 후회되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엄마는 이 칼로 너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고, 너도 이 순간 엄마를 죽이고 싶지? 엄마는 수없이 아빠를 죽이고 싶었어!”
딸아이는 더 이상 감당이 안 된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내어 울었다. 나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싸울 힘을 주신 주님, 여기까지는 아니지요? 도와주세요.”
문을 열라고 외쳐도 꼼짝하지 않는 딸. 베란다 쪽으로 해서 들어가려고 하자 딸아이는 맨발로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너, 고생 좀 해봐라. 열 번 정도 사정하면 문을 열어줘야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20분,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나가서 구석구석 둘러보았지만 딸아이는 없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걱정이 되어 집으로 와서 기도했다.
“싸울 마음을 주신 주님! 도와주세요. 주님께서 딸아이 마음을 이끌어주세요.”
마음이 평안했다. 주님이 이끄시는 게 분명하게 느껴지니 난 쉴 수 있었다. 3시간이 지나서야 근처에 사는 자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매님, 하영이 우리 집에 있어. 하영이가 엄마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데 무슨 소리야?” 자매님은 궁금해하면서 “저녁 안 먹은 거 같아서 저녁 먹이고 있을 테니까 데려가요.” 했다. 하나님이 그렇게 인도하셨음이 느껴지니 눈물이 났다.
‘우리 가정에 이 큰 고통을 주신 것은 나를 해하려는 게 아니라 내게 하나님의 평안을 주려고 하신 거구나!’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남편도 하나님이 이끄시겠다는 믿음이 왔다.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 마음을 너무 몰랐어.”
난 딸아이와 두 눈을 마주보고 앉았다. 딸아이는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교제를 했다.
“하영아, 아빠 마음에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라는 말씀 한 구절만 있었다면 아빠가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말씀 한 마디가 없어서 그냥 육신의 생각을 따라가 결국에는 감옥에 갇혀 있는 거잖아. 하영아,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보기에 예쁜 옷 입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엄마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도 듣지 않았어. 누가 그런 생각을 하영이에게 넣었을까? 마귀가 넣은 거야. 그것뿐이겠어? 예쁘게 화장도 하고 싶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노래방 가고…. 네 육체의 욕구대로 너를 이끌고 가는 거야. 네가 그 정체도 모르고 끌려 산다면 결국 어디에 있겠어? 엉망이 되어서 사탄이 원하는 곳에 갇혀 있겠지. 안 그래?”
딸아이는 “엄마, 미안해. 내가 엄마 마음을 너무 몰랐어.” 하며 눈물을 주룩 흘렸다. 딸을 안아주면서 같이 울었다.
“엄마도 미안하다. 엄마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없어서 그동안 아빠 일로 사탄이 넣어준 생각을 부인할 수 없어서 고통스럽게 지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두운 형편들을 몰아내고
우리는 그날부터 마음을 나누며 사는 모녀가 되었다. 마음이 통하니 무엇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는 딸이 “엄마, 오늘 애들이 모여서 놀자는데, 난 이제 아이들이 못마땅해 보여서 안 가려고.” 하였다. 매일 나가서 놀던 딸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딸과 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엄마!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는데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마음이 편해지고 은혜 입었어.”
노는 것 좋아하고 꾸미는 것 좋아하던 철없던 딸이 마음이 바뀌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 정말 감사 드린다. 그러고 보니 나도 병원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들어서 가지 않았다. 먹던 약들도 자연스럽게 끊어지고, 나를 온전케 하셨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믿어졌다.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
(히 10:14)
큰딸은 그라시아스음악학교에 다니는데, 하나님이 열린장학금 주체인 삼성의 장학생이 되게 하셔서 큰 장학금을 받았다. 절대로 웃을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우리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한마음으로 흐른다. 절대로 이 형편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말씀이 어두운 형편들을 몰아내고 나를 끊임없이 하나님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내 마음에 그렇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이젠 그 어느 것도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6)
하나님이 하실 수 있는 남편 문제, 물질 문제. 나에겐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고 다 하실 수 있는 하나님의 문제이다. 다 하실 하나님이 계시기에 난 걱정이 없다. 그렇게 우리를 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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