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 김창영
  • 승인 2013.06.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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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강좌

 

정금으로 덮인 조각목
“그들은 조각목으로 궤를 짓되 장이 이 규빗 반, 광이 일 규빗 반, 고가 일 규빗 반이 되게 하고 너는 정금으로 그것을 싸되 그 안팎을 싸고 …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둘지며, 정금으로 속죄소를 만들되 장이 이 규빗 반, 광이 일 규빗 반이 되게 하고 … 속죄소를 궤 위에 얹고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넣으라.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 25:10~22)
이 말씀은 증거궤를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궤’란 상자를 말합니다. 배 상자에는 배가 들어 있는 것처럼, 증거궤는 하나님이 증거하신 율법이 들어 있는 상자입니다. 모세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십계명이 기록된 두 개의 돌판을 상자 안에 넣었습니다.
증거궤를 만드는 재료는 조각목입니다. 조각목은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으로, 가시나무입니다. 조각목으로 만든 궤를 정금으로 안팎을 쌉니다. 안에서 봐도 금이고, 밖에서 봐도 금입니다. 조각목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금반지를 선물할 때 반지를 담은 상자는 보통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금반지가 들어 있습니다. 안에 나무를 넣고 금으로 포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증거궤는 조각목을 금으로 다 쌌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가치를 많이 두지만, 인생을 조금 알고 성경 안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보면 자신만큼 가치가 없는 존재가 없습니다. 마음의 세계로 들어가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을 보면 깨끗한 것이 없습니다. 가시나무인 조각목처럼, 멀리서 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가까이에 가서 보면 상처를 주는 가시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삽니다. 인생이 가시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인내나 교양으로 속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가려서 그렇지, 속에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만큼 더러운 존재가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조각목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우리가 정금으로 다 덮이는 것입니다. 안에서 봐도, 밖에서 봐도, 위에서 밑에서 봐도 정금인 우리, 얼마나 놀랍고 행복한 일입니까! 이 사실을 몇 회에 걸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시는 장소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속죄소’입니다. 안에 조각목이 없고 온전히 정금으로만 되어 있는 속죄소는 율법을 넣은 증거궤를 닫는 뚜껑입니다. ‘은혜를 베푸는 자리’라고 해서 ‘시은좌(施恩座)’라고도 합니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 25:22)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시는 장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주 만물에 충만하시지만, 우리가 아무 데에서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너희들이 나를 만나려면 그곳에 와야 한다’ 하고, 당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곳이 바로 속죄소입니다.
누가복음 10장에는, 어떤 사마리아인(人)과 강도를 만나서 거반 죽어가던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강도가 그를 흠씬 두들겨 패고 옷과 가진 것을 다 빼앗아갔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 길로 지나가다가 죽어가는 그 사람을 보았지만 그냥 지나가버렸습니다. 그 후에 어떤 사마리아인이 여행하다가 그 사람을 보고는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려가서 돌보아주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사마리아인과 강도 만난 자가 만나는 곳이 있습니다.
“어떤 사마리아인은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눅 10:33)
이 말씀에 보면 사마리아인이 “거기 이르러”라고 했습니다. ‘거기’가 어디입니까?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심하게 맞아서 죽어가는 곳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거기’에 가는 것이 좋습니까? 강도를 만나서 가진 것 다 빼앗기고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 좋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문제 없이 잘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을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사업에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어떤 사람은 자녀 문제로 큰 고통을 당하고….
하나님은 이처럼 인생에서 실패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십니다. 물론, 외적으로 망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음에서 실패한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일로든 마음이 무너진 사람, 그 사람을 예수님은 찾아가십니다. 여행을 하며 거반 죽은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사마리아인은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늘 여행을 하십니다.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다 무너진 사람입니다.

 

사마리아인과 만나려면 ‘거기’에 있어야
강도 만난 자의 이야기는, 어떤 율법사가 예수님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하고 묻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율법사는 자신이 무엇을 해서 영생을 얻고자 했습니다. 예수님은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율법에 기록되어 있다고 대답한 율법사에게, “네 대답이 옳도다. 이를 행하라. 그러면 살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법은 그 말한 대로 행하면 삽니다. 그러나 행하지 못하면 죽습니다.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어떤 사람은 강도를 만나서 거반 죽었습니다. 우리 가운데 죄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움이 올라올 때 ‘미워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그렇게 되지 않고, 악한 생각이 올라올 때 ‘이러지 말아야지!’ 한다고 악한 생각이 버려지지 않습니다. 만약 인간이 죄를 이길 수 있다면 구원자가 필요없습니다. 그러나 강도를 만나서 죽도록 두들겨 맞은 어떤 사람처럼, 인간은 죄에 처참하게 당하며 삽니다. 인간은 죄와 싸워서 진, 죄인입니다.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처럼 죄에 흠씬 두들겨 맞아서 죽어가는 바로 그 사람을 찾아갑니다.
인간은 죄를 이길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지킬 수 없기에 율법을 덮어야 합니다. 그리고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은혜의 자리에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죄에 죽도록 두들겨 맞아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행하는 사마리아인과 만나려면 ‘거기’에 있어야 합니다. ‘거기’는 은혜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가인은 언제 하나님과 마음에서 만날 수 있었는가?
마지막으로, 가인이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가인은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거둔 것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제사가 열납되지 않고 동생 아벨의 제사가 열납되자 아벨을 죽였습니다.
가인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서 본다고 합시다. 가인이 농사를 짓습니다. 여기까지 가인은 성실합니다. 거기에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니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서 드렸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받아주셨다면 가인은 아주 흡족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도 가인이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제사를 받아주시지 않자 아벨을 죽입니다. 동생을 죽이고는 발뺌을 합니다. 그것이 가인의 참 모습이었습니다.
전에 가인의 속이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지만, 하나님은 그때도 가인의 속을 보고 계셨습니다. 농사하는 가인도 살인자였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가인도 살인자였습니다. 그런 가인의 제사를 하나님이 어떻게 받으실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고 중심을 보시기에 가인의 제사를 받으실 수 없었습니다.

 

가인은 아벨을 죽이기까지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자신은 괜찮은 사람, 성실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인은 결국 동생 아벨을 죽입니다. 그것이 가인의 참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형제를 미워하면 살인한 것이고,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으면 이미 간음했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고 깨끗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그의 속까지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늘 죄를 품고 있고, 그 죄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죽을 때까지 몸으로 죄를 짓지 않는다 해도 그 속은 늘 악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살인자요, 간음자인 것입니다.
가인의 참 모습이 드러났을 때 그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가인은 지은 죄가 드러난 후, 하나님께 “만나는 사람이 나를 죽이겠나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 사람들이 나를 죽여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할 때 “내가 뭘 잘못했는데 죽이려고 해?”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인이 선 이 자리가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거기’입니다. 자신이 다 망한 위치, 거기에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그렇지 않다. 너를 죽이는 자는 벌을 7배나 받으리라.” 하고 가인에게 표를 주어 죽음을 면케 하셨습니다. 구원의 표입니다.

조각목 같은, 가인 같은 우리 인생. 그대로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지만, 정금 같은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입혀집니다. 하나님은 그 은혜를 우리에게 베푸시려고 우리와 ‘거기’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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