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소(贖罪所), 은혜의 자리
속죄소(贖罪所), 은혜의 자리
  • 김창영(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13.09.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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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강좌

 
율법을 덮은 자리에서
하나님이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하는 곳은 ‘속죄소’입니다. 시은좌(施恩座, mercy seat)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은혜를 베푸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그 은혜를 베푸는 자리에서 우리와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그들은 조각목으로 궤를 짓되 … 정금으로 그것을 싸되 그 안팎을 싸고 …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둘지며, 정금으로 속죄소를 만들되 … 속죄소를 궤 위에 얹고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넣으라,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출 25:10~22)
성막의 가장 안쪽인 지성소에는 아카시아 나무의 일종인 조각목으로 만들어 정금으로 안팎을 싼 궤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십계명이 기록된 두 개의 돌판이 들어 있었습니다. 율법이 들어 있는 그 궤를 뚜껑으로 덮었는데, 그 뚜껑이 바로 속죄소(贖罪所)입니다. 증거궤에 율법을 넣은 후 속죄소로 덮어버렸기 때문에 그 앞에 서면 율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행위가 어떠한지를 측량하는 율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와 만나고 싶으신 것입니다.
율법은 우리에게 완벽한 선을 요구합니다. ‘네가 복을 받으려면 죄를 하나도 짓지 않고 완벽하게 선해야 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법들 가운데 하나라도, 한 번이라도 어기면 저주를 받습니다. 선에 이르는 것에 실패하고 악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율법의 하나라도 어기면 모든 율법을 어긴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누구든지 온 율법을 지키다가 그 하나에 거치면 모두 범한 자가 되나니”(약 2:10)
이 세상에서 성경에 기록된 율법들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실은 십계명 가운데 한 계명도 제대로 지킬 수 없습니다. 인간은 율법을 다 지켜서, 스스로 완벽하게 선을 행해서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율법 앞에서, 즉 인간의 행위를 따지는 자리에서는 우리와 만나고 싶지 않으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만나면 우리에게 저주를 내리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율법을 궤 속에 넣고 그것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율법을 덮은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우리와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
“그는 … 백성을 위한 속죄제 염소를 잡아 그 피를 가지고 장 안에 들어가서 … 속죄소 위와 속죄소 앞에 뿌릴지니”(레 16:14~15)
구약시대에는 1년 동안 지은 죄를 한 번에 씻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이 7월 10일, ‘대속죄일’입니다. 그날 대제사장은 속죄(贖罪)할 염소를 잡아 그 피를 가지고 지성소 안으로 들어가서 속죄소 위와 앞에 뿌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1년 동안의 죄가 씻어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장래 좋은 일의 대제사장으로 오사 손으로 짓지 아니한 곧 이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으로 말미암아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히 9:11~12)
모세가 지은 성막은 하늘나라에 있는 것을 본떠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땅에 있는 성막이나 그 안에서 드리는 제사들은 다 하늘나라에 있는 것들의 모형이었습니다. 모형인 이 땅의 성막에서는 ‘참것’의 그림자인 염소나 송아지의 피로 죄를 씻는 제사를 드렸지만, 하늘나라에 있는 참 장막에서는 염소나 송아지의 피로는 안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속죄제물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흘리신 피를 들고 이 땅의 성막이 아닌 하늘나라 성막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짓지 아니한, 곧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은 하늘나라에 있는 장막입니다. 예수님은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닌 당신의 피를 들고 그 장막의 성소에 들어가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습니다.
이 세상은 영원한 세계가 아닌 시간계(時間界)로 과거와 현재, 미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땅에서 드리던 속죄제사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시간의 제약이 있는 이 땅이 아닌 영원한 세계, 하늘나라에서 속죄제사를 드리셨습니다. 영원한 세계에서 우리 죄를 영원히 씻는 영원한 속죄를 이루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영원히 의롭게 만드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를 힘입어

 
“예수께서 다시 크게 소리지르시고 영혼이 떠나시다.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마 27:50~51)
성경에 보면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휘장은 성소와 지성소를 구분하는 것으로 촘촘하게 짜인 두꺼운 막(幕)입니다. 바로 이 휘장이 찢어진 것인데 아래에서 위로 찢긴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찢겼습니다. 그것은 땅에 있는 인간이 찢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찢으신 것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성소의 휘장을 찢으셨다는 것은 이제 휘장이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대제사장들이 1년에 한 번씩 지성소에 들어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속죄제사를 드릴 때 이 휘장을 지나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속죄소 위와 앞에 피를 뿌려 죄를 속했습니다. 속죄제물인 염소와 송아지의 피 없이는 휘장을 지나 지성소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영원한 속죄를 이루신 후에는 더 이상 속죄제사를 드려야 할 일이 없기에 휘장이 쳐져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힙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히 10:19)
예수님이 영원한 속죄를 이루신 후, 우리는 예수님의 피를 힘입어 하늘나라 성소에 언제든지 담대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행한 선, 기도, 봉사를 힘입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습니다.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롭고 산 길이요, 휘장은 곧 저의 육체니라.”(히 10:20)
휘장 가운데로 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롭고 산 길이 열렸습니다. 영원한 속죄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1년에 한 차례씩 휘장을 젖히고 들어가 제사를 드리던 시대가 끝났습니다. 더 이상 휘장이 필요 없기에 그 휘장이 찢어져버렸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죽으심이 휘장을 찢어버렸기 때문에 언제든지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은혜로 열어 놓으신 길
인간이 하늘나라에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율법을 다 지켜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길은 인간이 갈 수 없는 죽은 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율법을 증거궤 속에 넣고 속죄소로 덮어버리셨습니다. 그리고 그 속죄소 위에 예수님의 피가 뿌려졌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새 길, 누구든지 실제로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길을 여신 것입니다.
의롭게 되기 위해서 우리가 일한 것이 없습니다. 은혜로 되었습니다. 이 은혜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포함됩니다. 사람은 어릴 때 부모의 은혜 안에서 자라는데, 그 은혜에는 부모의 희생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일한 것 없이 은혜로 죄 사함을 받았지만, 예수님은 그 일을 이루시기 위해 당신의 몸을 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몸을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습니다. 우리 편에서는 넘치는 은혜요, 하나님 편에서는 우리가 지은 죄의 값 이상의 대가를 치르신 것입니다.
하나님 마음에는 은혜가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희생하실 마음이 있습니다. 그 은혜로 우리 죄를 다 씻으셔서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갈 수 있는 새롭고 산 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거기’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속죄소(贖罪所)’,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뿌려진 곳, 우리 죄가 씻어진 곳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우리가 의롭게 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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