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추억
행복과 추억
  • 원작/톨스토이
  • 승인 2013.10.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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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두 형제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쯤 가다 보니 큰 숲이 나타났습니다. 두 형제는 숲 그늘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기분이 좋아진 두 형제는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 동안이나 잤을까?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저만치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글을 발견하고 그대로 하는 사람은 행복의 집에 이를 것이다. 우선 해가 돋는 쪽을 향해 곧장 걸어가라. 거기서 한참 가다 보면 숲이 나타날 것이고, 숲 속에 있는 시냇물을 헤엄쳐 건너야 한다. 시내를 건너 가다보면 새끼 곰을 데리고 있는 어미 곰을 만날 것이다. 새끼 곰을 빼앗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라. 그곳에 집이 한 채 있는데, 그 집이 바로 행복의 집이다.”
 
글을 다 읽은 동생이 호기심에 찬 눈을 반짝이며 형에게 말했습니다.
“형, 정말 행복의 집이 있나 빨리 가 보자.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면 좋잖아.”
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나는 새끼 곰을 잡기 위해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이 글이 정말인지 아닌지도 믿을 수 없잖아? 만약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곧 어두워질 텐데 시냇물을 어떻게 찾니? 잘못하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거야. 그리고 잘 생각해 봐. 만약 시냇물을 찾았다고 해도 물이 깊고 물살이 세면 어떻게 건널 건데? 자칫하다가는 물귀신이 되기 십상이야. 시내를 무사히 건넌다고 치자. 그 사나운 곰에게서 무슨 수로 새끼를 빼앗는단 말이니? 역시 잘못하다가는 곰에게 잡혀 끔찍한 일을 당할지도 몰라. 공연히 섣부른 짓 하다가는 행복은커녕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도 없을 거야.”
 
형은 계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어려운 일은 그뿐만이 아니야. 만약 새끼 곰을 무사히 빼앗았다고 쳐. 그 무거운 새끼 곰을 데리고 어떻게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거니? 혼자 몸으로도 산에 올라가기가 힘든데 말이야. 나는 정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행복을 찾기 위해 이런 위험과 수고를 무릅쓰기는 싫어!”
 
 
형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형,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런 말을 바위에 새겨 놓은 거 보면 반드시 무슨 뜻이 있을 거야. 어쩌면 정말 우리에게 준 특별한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이 글을 우리가 보고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 행운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지도 몰라.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 행복을 찾으려면 위험과 모험이 따르게 마련이고, 용기와 지혜도 필요한 거야. 나는 해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포기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형, 우리 한번 용감한 형제가 되어 보자!”
 
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생의 말을 받았습니다.
“옛날 속담에 ‘큰 행복을 노리다가 작은 행복을 놓친다’는 말이 있지. 또 ‘손 안에 있는 참새가 날아다니는 학보다 낫다’는 말도 있지 않니?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큰코다치기 전에 여행이나 계속하자.”
그러나 동생은 지지 않았습니다.
“형,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는 속담도 있잖아? 어떻게 편안히 앉아서 행복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겠어? 형이 정 싫다면 나 혼자라도 찾아가 보겠어.”
 
두 형제는 결국 헤어졌습니다. 형은 동생이 행복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동생은 동생대로 형의 태도를 아쉽게 생각하며 해가 돋는 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습니다.
 
한참 가다 보니 정말 시내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옷을 벗어 머리에 이고 헤엄쳐 건너갔습니다. 다행히 물살이 약해서 헤엄을 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강을 건너 또 한참을 가니 산기슭에 곰이 누워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모든 일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그대로였습니다. 동생은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곰에게 다가갔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미 곰이 새끼 곰을 옆에 두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동생은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재빨리 새끼 곰을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산비탈이 높아 숨이 찼지만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갔습니다. 이상하게도 어미 곰은 뒤쫓아 오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온몸에는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 동생은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지만, 바위에 적힌 그대로 이를 악물고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산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산꼭대기에 올라서자 눈앞이 확 트였습니다. 그곳에는 끝없이 넓은 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나와서 동생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잘 오셨습니다!”
그 중 제일 좋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맞으며 동생을 화려한 마차에 태웠습니다. 마차는 천천히 달려 대궐 같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동생은 그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몇 년이 흘렀습니다. 동생이 살고 있던 곳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아주 힘이 센 사람들이 쳐들어온 것입니다. 동생은 위험을 느끼고 벌벌 떨었습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 싸웠습니다. 그리고 숲으로 도망을 갔다가 오래 전에 헤어졌던 형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살았는지 죽었는지 서로 소식을 모르던 형과 동생은 부둥켜안고 반가움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동생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형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형은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말했습니다.
“그것 봐라. 내 말이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나는 이 숲에서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잖아. 그런데 너는 대궐 같은 집에서 풍요롭게 살았지만 결국 이렇게 쫓겨 다니고 있지 않니?”
그러자 동생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아. 지금은 이렇게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그곳으로 가길 잘했다고 생각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세상을 맛보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을 했어. 그런데 형에게는 그런 경험도, 추억도 없잖아? 이렇게 멋진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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