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고 춤추는 장례식
노래하고 춤추는 장례식
  • 조경원(가나 선교사)
  • 승인 2013.11.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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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장례식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무겁다.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찬송을 해도 사람들은 곡조에 맞추어서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었다. 한번은 단기선교사들과 함께 어느 장례식에 참석해서 예배를 드리는데, 장례를 치르는 가족이 ‘단기선교사들이 댄스를 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음악도 춤도 흥겹기에 ‘그래도 되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했다. 머리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꼭 해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적응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던 그런 모습들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다.
가나에서는 장례식을 굉장히 크게 생각한다. 사람이 죽으면 바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시신을 병원 냉동실에 안치한 후 가족들이 모여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의논한다. 보통은 1~2개월 후에 장례식을 갖는다. 장례식에는 가족은 물론 고인(故人)의 친구나 고인을 아는 사람은 다 모이기에, 고인의 가족들은 ‘장례식을 언제 갖는다’는 포스터를 만들어서 붙이기도 하고, 신문에 내기도 하고, 때로는 TV에 광고하기도 한다.
장례식을 알리는 포스터에는 ‘Home Call(본향으로 가다)’이라는 문구가 많고, ‘Return Back to The LORD(주께로 돌아가다)’라는 문구도 많이 사용된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대부분 교회에 나가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생각하기에 사람이 죽으면 그가 천국에 갔다고 믿으려고 한다. 육체라는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세계로 갔다고 여기기에, 울고 슬퍼하기보다 노래하고 춤추며 슬픔을 잊고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게만 보였던 장례 풍경이 한국보다 훨씬 성경적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한번은 장례식 중에 1시간 20분 동안 성경 말씀을 이야기하며 복음을 전했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경청했다. 장례식 때 복음을 들은 사람도 많고, 교회에 연결된 사람도 많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인이 천국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기에 장례식은 슬픔의 장소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기 좋은 장소인 것이다.
창세기 50장에서, 요셉은 죽음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에게 “하나님이 정녕 너희를 권고하셔서 이 땅에서 인도하여 가나안 땅에 이르게 하시리니, 그때 여기서 내 해골을 메고 올라가겠다고 하라.” 하고 맹세시켰다. 그는 죽어서 애굽 땅에 장사되었지만, 그의 마음은 가나안 땅에 있었다. 살아서도 그의 몸은 애굽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세계 안에서 살았다.
구원받은 성도는 이 땅에 살지만 이 땅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 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본향을 마음에 그리며 살고, 이 땅의 삶은 나그네 길이라고 했다.
가나에 온 지 10년이 되었다. 이제는 이곳에서 사는 것이 익숙하고, 이곳이 고향 같다. 하지만 나의 참 본향은 하늘에 있고, 나의 꿈과 소망도 거기에 있다.
이제는 장례식 때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이 친숙하고, 좋아 보인다. 저 하늘에 대한 분명한 소망이 있다면 죽음이 왜 슬픔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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