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난 이르마 아주머니
7년 만에 만난 이르마 아주머니
  • 김진수 (핀란드 선교사)
  • 승인 2013.12.16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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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전체 인구가 5백만 명이 조금 넘는 핀란드에서는 인구가 5만 명만 되어도 큰 도시다. 이곳에 살면서 지방 도시들에 성경공부 모임이 시작되고 교회가 세워지길 오래 기도해 왔다. 하지만 수도 헬싱키를 제외한 지방 도시에는 집들이 밀집되어 있지 않기에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서 성경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작년 7월에 단기선교사들과 핀란드 자매들이 세 팀을 이루어 무전전도여행을 떠났는데, 한 팀이 ‘하멘린나’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전도하다가 만난 중년 남자 ‘요르마’는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사람으로, 그는 미아(Mia) 자매의 간증을 듣고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후 전도팀은 요르마의 친구 10여 명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융숭한 대접도 받았다.
전도여행을 계기로 하멘린나에서 성경공부 모임이 시작되었고, 그 해에 집회도 가졌다. 오랫동안 기도하며 사모하던 일이 이뤄지니 감격스러웠다.
지난 9월에 우리는 하멘린나에서 다시 집회를 가졌다. 그곳에 사는 ‘요르마’와 ‘한누’가 장소를 구하는 일부터 사람을 모으는 일까지 마음을 다해 도왔다. 집회에 30명쯤이 참석해서 복음을 듣는데, 마음이 굉장히 뜨거웠다. 설교를 마치자 중년의 여자 분이 나를 찾아왔다. “김 목사님, 저 모르세요? 이르마예요.”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자료들을 펼쳐가며 누구인지를 기억해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알 수 있었다.
이르마(Irma). 선교 온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가까워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단기선교사들이 짧은 비자 기간 때문에 종종 우리 교회에 왔다가 돌아갔다. 한번은 러시아 단기선교사들이 왔을 때 우연히 러시아 사람 세르게이가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그에게 러시아 단기선교사의 통역으로 복음을 전해 그가 구원을 받았다. 정말 짧은 단어로 통역했지만 세르게이는 구원을 받고 기뻐했다.
그 후 세르게이는 여러 사람을 교회로 데려왔다. 문제는 의사소통이었다. 당시 나는 영어를 겨우 하며 핀란드 말을 어렵게 배우고 있었고, 세르게이는 핀란드 말을 아주 어눌하게 했다. 하루는 세르게이가 이르마를 데리고 와서 복음을 전해 달라고 했다. 이르마는 핀란드 말만 할 줄 알았다. 그날 마침 러시아 단기선교사 자매가 와 있어서 우리는 어렵게 성경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한국어로 말하면 자매가 러시아 말로 통역하고, 그것을 세르게이가 정말 엉성하게 핀란드 말로 통역했다. 한 마디가 전달되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뜨거웠지만 방도가 없었다. 결국 이르마는 이틀을 우리 집에 거한 후 자신이 멀리서 산다고만 하고 돌아갔다. 너무 아쉬웠고, 핀란드 말을 못 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런데 7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것이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르마는 “목사님, 오늘 설교 잘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예수님의 피만 의지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여기에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한누가 친구라고 했다. ‘그렇구나!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이르마와의 만남은 모든 사람에게 소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나의 원함대로 안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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