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넘쳐 흐르는 다리를 건너려면…
물이 넘쳐 흐르는 다리를 건너려면…
  • 편집부
  • 승인 2014.03.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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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에 앉아

 
고향이 경북 영천인, 오십대 중반의 어느 목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40년 전, 목사님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목사님이 살던 영천군 금호면 원기동에서 중학교에 가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했다. 마을 앞에 흐르는 금오강에 세워진 다리로, 일제시대에 놓은 것이었다. 다리는 달구지 2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폭에, 길이는 150미터 가량 되었고, 다리 좌우에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주는 난간이 없었다.
여름 어느 날, 홍수가 나서 강물이 불어 물이 다리 위로 찰랑찰랑 넘쳐 흘렀다. 마을 학생들이 다리를 건너서 학교에 가야 하는데, 여간 난감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리에 난간이 없으니 다리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자칫 잘못하여 다리 밖으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학생들이 하나 둘 다리 앞에 모여들고, 선생님들도 등교할 제자들이 걱정되어 다리로 나와서 건너편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손을 잡고, 밑에 흐르는 물을 보지 말고 우리를 보고 걸어와!” 하고 소리쳤다. 반듯이 걸으려고 하면 물살에 의해 조금씩 방향이 틀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7~8명의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시대로 손에 손을 잡고, 자신들이 발을 내딛는 곳을 보지 않고 멀리 서 있는 선생님들을 보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물살이 찰랑거리며 발목을 때렸지만 개의치 않고 선생님들만 보고 앞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건너편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가 걷는 인생 길이, 신앙의 길이 물이 넘쳐 흐르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반듯이 가고 싶지만, 악한 영이 끊임없이 우리 마음에 영향을 미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렇기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쏟아서 반듯하게 걸으려고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내 위치를 살피지 않고 오직 목적지를 주목하고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겨야 마침내 건너편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하나님의 말씀을 바라보고 있는가? 오직 그것만 바라보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느덧 길에서 벗어나 세찬 탁류(濁流)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열 걸음, 스무 걸음을 문제 없이 걸었다 해도 지금 시선이 발 밑을 향하고 있다면 곧 길에서 벗어나 큰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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