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바 Jaffa
욥바 Jaffa
  • 관리자
  • 승인 2014.07.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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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 (19회)

 

 

욥바와 텔아비브, 이스라엘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곳
욥바는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65km쯤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다. 히브리 음으로 ‘야포(Yafo)’라고 불리는,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욥바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항구 도시 중 하나다. 에메랄드 빛의 지중해 해안을 끼고 있으며, 현재 행정구역은 텔아비브에 속해 있다. 성경 시대에는 가나안 지역의 가장 중심적인 항구 도시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갈멜산이 있는 하이파 해변의 항구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욥바는 항구 도시로서의 모습과 기능을 거의 잃었다.
1880년경에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유대인들이 욥바의 비싼 물가를 피해 당시 북쪽 해변의 벌판이었던 지금의 텔아비브로 이동을 시작했고, 1909년부터 신도시 텔아비브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텔아비브는 발전을 거듭해, 이스라엘이 독립하고 1년 뒤인 1949년에는 욥바가 텔아비브에 통합되었다.

이스라엘은 독립한 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여 현재는 750만 명을 넘어섰는데, 텔아비브에는 40만 명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가 된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경제와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봄의 언덕’이라는 뜻의 텔아비브는, 나훔 소콜로브라는 사람이 “이에 내가 델아빕에 이르러 그 사로잡힌 백성 곧 그발 강가에 거하는 자들에게 나아가…”(겔 3:15)라는 성경 구절에 나오는 ‘텔아비브’에서 그 이름을 얻었다. 물론 에스겔 성경에 나오는 텔아비브는 현재 이스라엘의 텔아비브가 아니라, 옛 바벨론제국의 그발 강가에 있었던 한 곳의 지명이다.
욥바와 텔아비브는 해변을 중심으로 남쪽은 욥바, 북쪽은 텔아비브로 구분된다. 예루살렘이 누런 빛깔의 벽돌로만 건물을 짓도록 법으로 정해 ‘황금의 예루살렘’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텔아비브는 흰색 건물들이 많이 지어져 일명 ‘화이트 시티(white city)’라고 한다. 텔아비브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욥바의 올드시티(old city) 길을 걸으니, 텔아비브의 거리들과는 대조적으로 빛 바랜 색조에 오스만투르크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듯 분위기가 고풍스러웠다. 자그마한 항구에는 작은 고기잡이 배들, 작은 유람선, 개인 소유의 요트, 오래된 통통배 등이 다닥다닥 붙어 제법 괜찮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작은 배들의 갑판에서는 뱃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요나도 저런 사람들에게 가서 배를 태워 달라고 했으리라…’
한여름 텔아비브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거기에 낚시를 하는 사람, 개와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 긴 옷을 뒤집어쓰고 물놀이를 하는 무슬림 여자들…. 그야말로 이곳은 홍해 해변과 함께 이스라엘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곳이다. 여느 사람들과 달리 큰 칸막이 같은 것을 빙 둘러 설치해 놓고,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가운데 수영을 하는 일부 유대교인들도 이따금 보인다.

 

 

레바논의 백향목을 들여오고, 베드로가 머물렀던 곳
구약 성경에서 욥바가 언급된 곳을 보면, 솔로몬 왕이 홍해를 통해 ‘오빌의 금’이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금을 수운해 왔고, 욥바 항구를 통해서는 레바논의 극상품 백향목을 뗏목을 이용해 들여와서 성전을 짓는 데 사용하였다(대하 2:16, 스 3:7). 그보다 앞서서는 여호수아 19장 46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업을 나눌 때 단 자손의 기업에 욥바가 나온다.
신약 성경에서는 사도행전에 베드로가 욥바에 머물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비다’라고 이름하는 여제자 도르가가 병들어 죽었을 때 제자들이 욥바에 있던 베드로를 룻다로 청하여 베드로가 그녀를 살렸고(행 9:36~42), 가이사랴에 살았던 백부장 고넬료가 종들을 욥바 바닷가의 피장(皮匠) 시몬의 집에 보내어 거기 머물던 베드로를 가이사랴로 청하여 와서 복음을 듣는 이야기가 나온다(행 10장). 나름대로 의롭고 경건하게 하나님을 섬겼던 고넬료가 구원받지 못했다가 베드로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받는다’는 말씀을 전할 때 구원받는 장면은, 읽을 때마다 큰 감동을 준다.
나는 텔아비브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욥바의 ‘올드시티(old city)’까지 일부러 걸어서 가보았다. 가는 동안 베드로를 청하러 가는 고넬료의 종들도 되어 보았다가, 욥바에서 다시스로 도망가는 요나도 되어 보았다가 했다.
 

“요나 때문에 파도가 이렇게 치는데 뭘 잡겠어요?”
성경에 나오는 욥바 이야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마 선지자 요나의 이야기일 것이다.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피해 다시스로 가려고 욥바 항구에서 배를 탔다. 다시스의 위치에 대해서는 학자들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보통 스페인에 있는 ‘타르테서스(tartessus)’라고 한다. 요나 이야기에서 감사한 것은, 요나가 큰 물고기에 의해 하나님의 말씀대로 다시 니느웨로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이 하신 말씀을 결코 거스르거나 되돌릴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욥바 항구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에게 “뭘 좀 잡았어요?” 하고 묻자, 미소를 지으며 “요나 때문에 파도가 이렇게 치는데 뭘 잡겠어요?” 하며 통 안에 있는 잡은 작은 물고기들을 보여 주었다.
단체 여행을 와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관광용 유람선을 타는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기에 가보니, 아이들이 한 친구를 가리키며 “오늘 우리는 이 녀석 때문에 풍랑을 만나 고생할 거예요. 이 친구 이름이 요나예요” 하며 즐거워했다. 욥바 항(港)은 유대인들의 기억 속에 요나의 이야기로 가득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베드로를 부르러 왔어요?”
욥바에는 베드로가 고넬료를 만나기 전 환상을 본 것을 기념하는 ‘베드로 환상 교회’가 있고, 그 앞에 ‘피장 시몬의 집’이라 불리는 집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임의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베드로가 머물렀던 진짜 피장(皮匠) 시몬의 집은 오랜 세월이 흘러 그 모양을 찾을 수도 없고 어디인지 아는 이도 없다. 그래도 ‘피장 시몬의 집’이라 불리는 곳이 어디인지 가보고 싶었다. 집을 찾다가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동네 아저씨들에게 “이 동네에 시몬의 집이 어디 있나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베드로를 부르러 왔어요?” 하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유대인 야콥과 이사야 53장을 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나는 욥바 항구에서 텔아비브 해변까지 걸어가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해변을 다니며 시계나 면도기 같은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에, 내가 성경 가방을 메고 가면 사람들이 나를 물건을 파는 장사꾼으로 여길 때도 많다. 그래도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곳에 같이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잘 들어주는 편이다.
한번은 ‘야콥’이라는 유대인과 이사야 53장을 펴고 성경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긴 턱수염 때문에 처음에는 그가 유대교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이었다. 약 40년 전 미국에서 어느 선교사에게서 복음을 듣고 죄 사함을 받은 분이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전도하는지 보려고, 자신이 거듭난 사람인 것을 숨기고 유대교인인 척하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나중에야 사실을 밝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이사야 53장을 줄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성지를 다니면서 유대인들에게 이사야 53장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어떤 유대교인은 ‘이사야 53장을 통해 많은 유대교인들이 개종했기 때문에 우리 모임에서는 절대 혼자서는 읽으면 안 되는 금서로 규정되어 있으며, 읽을 때는 랍비와 함께 다 같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사야 53장 4절은 그들의 생각을 거울처럼 비추어 주고 있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에게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사 53:4)
오래 전에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한 번도 예수님이 벌을 받아서 고난을 당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성경에 ‘우리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유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 정말 유대인들은 성경 말씀 그대로 예수님이 교만하여 하나님께 벌을 받아서 고난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다.
이사야 53장 4절은 그들이 하고 있는 생각을 거울처럼 그대로 비추어 주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이 구절을 보여 주면,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성경에 기록된 것을 보고는 당황하는 유대교인들을 많이 보았다. 만약 나도 유대 땅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그들처럼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욥바 해변을 돌아다니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성경 가방을 모래사장에 던져두고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아주 시원하고 좋았다. 요나 선지자가 바다에 던져졌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욥바의 앞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욥바와 텔아비브에서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 그리고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고 있지만, 이사야 53장 6절 말씀대로 “각기 제 길로” 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 우리 모습과 상관없이 아무 조건 없이 우리 무리의 죄악을 예수님께 담당시키시고 또한 해결하신 하나님께 한없이 깊은 감사가 넘쳐난다.

 

이제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이 길을 여신다
최근에 욥바 텔아비브 해변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에는 내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와서 말씀을 전해 달라고 부탁해서 갔다. 베드로는 고넬료가 말씀을 전하러 와 달라고 하여 욥바에서 가이사랴로 갔는데, 나는 예루살렘에서 욥바 텔아비브로 갔다. 욥바에서 전도하고 텔아비브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박옥수 목사님이 로마서 11장 26절의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말씀을 펴서 가르쳐 주셨는데, 그 말씀 하나를 믿으면서 내 삶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에 내가 전도하려고 애쓸 때에는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이 일하셔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보내시고 길을 여시는 것을 경험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모든 일에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것이 이렇게 쉼이 있고 행복한 줄을 전에는 미처 몰랐다. 하나님을 떠난 요나에게는 고통뿐이었는데, 그 길이 참 어리석었다는 마음이 든다.
욥바와 텔아비브 해변을 걸어다니며, 복음에 관심없는 이 유대인들이 곧 복음 앞으로 돌아설 것을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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