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이긴 나무꾼
호랑이를 이긴 나무꾼
  • 글/정성미 그림/이가희
  • 승인 2014.08.12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날 옛적, 숲 속의 왕은 호랑이였어요. 하루는 늙은 호랑이 왕이 아들 호랑이를 불러 이야기했어요.

“아들아, 나는 이제 얼마 못 살 것 같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네가 이 숲의 왕이 되면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네, 그게 무엇인데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네가 아무리 힘이 세도 사람을 당할 수는 없으니 네 힘을 믿고 사람 앞에 나서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네, 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얼마 뒤, 아들 호랑이가 아버지를 이어 숲의 왕이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이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세다고 우쭐댔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 맞다. 사람이라는 게 있었지. 사람이 얼마나 세기에 아버지가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을까?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제 아무리 사람이라도 내 힘을 당할 수 있을까? 그래! 어디 한 번 맞부딪쳐 보자.”
호랑이는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했어요. 하루는 숲을 벗어나 들판에 나가 보았어요. 머리에 커다란 뿔을 단 황소가 풀을 뜯고 있었어요. 호랑이는 천천히 다가가 황소에게 물었어요.
 
“으르렁! 네 놈이 사람이냐?”
“음매, 호랑이님! 저는 황소입니다.”
“그럼 사람이란 놈을 아느냐? 알면 말해보아라.”
“그럼요, 잘 알고말고요. 이 코뚜레를 보십시오. 사람들은 제게 이 코뚜레를 끼워놓고 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닙니다. 그러면 저는 꼼짝 없이 끌려가야 한답니다.”
“그래? 힘센 너에게 그런 짓을 한 것 보면 사람이란 놈은 힘이 굉장히 세구나?”
“아닙니다. 밭을 갈 힘도 없어서 저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걸요? 조금만 무거운 물건도 나르지 못해서 제게 수레를 끌게 하고요. 그걸 보면 힘이 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호랑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어요.
‘도대체 사람이란 어떤 놈이기에 힘센 황소를 마음대로 끌고 다닐까?’
호랑이는 사람이 어떤 동물인지 더욱 궁금해졌어요.
한참을 걷던 호랑이는 사막에서 졸고 있는 낙타를 만났어요.
“으르렁! 네 놈이 사람이냐?”
“히히힝! 아니오, 저는 낙타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사람이란 놈은 어디 있는 거지?”
“왜 사람을 찾으시려고요?”
낙타가 벌벌 떨며 물었어요.
“나와 사람 중에 누가 더 센지 겨루어 보려고 그런다.”
“아이고, 호랑이님! 사람이 얼마나 센데 겨루시려고요. 그러다가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납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뭐야? 사람이란 놈이 그렇게 세단 말이냐? 사람이 너보다 더 크냐?”
“아니오. 사람은 몸집도 작고 털도 없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제 등에 올라타겠다고 하면 저는 꼼짝없이 무릎을 꿇어야 해요.”
“어째서 너보다 약한 놈한테 꼼짝 못하는 거지?”
“제 코를 보세요. 사람은 저에게 코뚜레를 씌어서 주저앉혀 놓고 제 등에 무거운 짐을 잔뜩 올려놓곤 하지요.”
“사람이란 놈은 힘도 세지 않고 몸집도 작다면서 어떻게 너같이 큰 놈을 마음대로 부린단 말이냐?”
“호랑이님! 사람은 지혜를 가지고 있어요. 지혜를 써서 자기보다 몇십 배 힘이 센 동물들을 다 이길 수 있어요.”
호랑이는 낙타와 헤어져 걸으면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도대체 지혜가 뭐지? 힘센 황소나 커다란 낙타를 마음대로 부리는 것을 보면 지혜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분명한데…….’
 
 지친 호랑이가 숲속으로 돌아가다가 마침 나무를 하러 온 나무꾼과 마주쳤어요. 호랑이는 나무꾼에게 물었어요.
“혹시 네 놈이 사람이냐?”
“그렇다. 내가 사람이다!”
호랑이는 나무꾼을 훑어보았어요. 정말로 몸집도 작고 털도 없고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도 없었어요.
‘쳇, 사람이 겨우 이렇게 생겼단 말이야? 이까짓 놈은 한 방에 끝낼 수 있겠어.’
호랑이는 비웃으며 말했어요.
“네가 황소와 낙타를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 그렇다면 나와 싸워보자.”
나무꾼은 호랑이의 위협에 진땀이 흘렀지만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물론이지. 내가 가진 지혜의 힘은 어마어마하거든.”
“도대체 지혜가 어떻게 생겼는지 꺼내봐라. 어서!”
“어쩌지? 너를 만날 줄을 모르고 지혜를 집에 두고 왔는걸. 내가 얼른 집에 가서 가져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는 게 어때?”
호랑이는 얼른 지혜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무꾼이 머뭇거리며 말했어요.
“그런데 말이야, 내가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는 순간 네가 나를 덮칠까봐 못 가겠어. 내가 집에 다녀올 동안 나무 둥치에 묶여 있어 줄래?”
나무꾼의 엄살에 호랑이는 속으로 비웃었어요.
‘이렇게 겁이 많으면서 나와 싸우겠다고? 큭큭큭, 저 놈이 지혜를 가져오면 얼른 빼앗아야지.’
“좋아. 대신 얼른 다녀와야 해.”
호랑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무꾼은 가지고 있던 밧줄로 호랑이를 나무에 꽁꽁 묶었어요.
“자, 됐다. 내가 지혜를 가지고 올 때까지 이렇게 기다려!”
나무꾼은 횡 하니 마을을 향해 내달렸어요.
며칠이 지나 호랑이는 그제야 속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작고 힘도 없는 사람이 나를 꼼짝 못하게 하다니. 아버지 말씀이 맞았어. 사람에게 나서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어떤 사람은 지금도 호랑이가 숲속 어딘가 나무 둥치에 묶여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호랑이가 겨우 줄을 풀고 달아나 다시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깊은 숲속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