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이 아닌 퇴비를 주어야
거름이 아닌 퇴비를 주어야
  • 손인모
  • 승인 2014.08.1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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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 손인모의 참외 농사 이야기 3

 
1988년에 함께 농사를 짓던 형님이 복음의 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시면서, 전에는 여러 작물을 재배했지만 처음으로 참외만 재배하기로 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았기에 참외 농사를 잘 지어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비료를 많이 쓰기보다 거름을 많이 주면 농사가 잘될 것 같았다. 그래서 돼지똥과 소똥을 닥치는 대로 경운기로 실어 날랐다. 산더미처럼 쌓인 거름을 보며 흐뭇했고, 밭이 시커멓게 될 만큼 거름을 듬뿍 뿌렸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했지만, 그 해 농사는 망치고 말았다. 잎만 무성하고 참외는 별로 달리지 않았다. 달린 참외들도 품질이 엉망이었다. 다음 해에도 잎만 무성했다. 열심히 거름을 많이 냈는데,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 즈음 동네 친구가 일본 선진농업을 견학하고 와 ‘거름’과 ‘퇴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내가 돈분豚糞과 우분牛糞으로 만드는 것은 퇴비가 아니라 거름이라고 했다. 가축의 배설물을 쌓아둔 채 뒤집어 주지 않고 비닐로 덮어 놓으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기에 썩으며, 그것은 죽은 거름이라고 했다. 자주 뒤집어 주어 산소 공급이 원활해야 미생물이 번식해 좋은 퇴비가 된다는 것이다. 거름은 썩은 것이기에 밭에 뿌리면 오히려 작물의 뿌리가 건강하게 내리지 못하고, 꼭 필요한 잔뿌리들이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성주에는 현지 참외 공판장이 있다. 공판이 시작되면, 농부들이 출하한 참외들을 중매인들이 볼 수 있게 샘플로 한 박스씩을 여는데, 공판장에 나온 참외들을 보니 내가 재배한 참외보다 품질이 뛰어난 참외들이 많았다. 어떻게 그렇게 좋은 참외를 생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좋은 참외를 출하한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보니, 그분이 농사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도 퇴비였다. 퇴비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은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몇 년 후, 일본 오사카에 있는 토마토와 포도 농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그 농장들에서는 3년을 숙성시킨 퇴비를 듬뿍 주고 있었다. 퇴비를 얼마나 많이 주었는지, 토마토 농장은 밭이 푹신푹신했다. 포도 농장에 가 보니, 포도나무의 굵기가 허벅지보다 굵고 스무 개 남짓의 가지에는 탐스러운 포도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살아 있는 퇴비의 힘이었다.
그 후로 나도 퇴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가축의 배설물에 톱밥과 낙엽 등을 섞은 후, 1년에 다섯 번 정도 포크레인으로 뒤집어 주고, 비가 많이 올 때만 비닐로 덮었다가 다시 벗겨 산소 공급이 잘 되어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도록 했다. 5년 전부터는 산에서 낙엽과 낙엽 밑에 하얗게 번식하고 있는 미생물을 모아 축분畜糞과 섞어서 밭에 듬뿍 뿌리고 있다. 제법 오래 전부터 우리 밭 참외는 공판장에서 최고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보 참외 농사 시절, 무지했던 나는 그저 열심히 축분畜糞을 모아 밭에 듬뿍 뿌리고는 풍성한 수확을 꿈꾸었다. 농작물은 뿌리가 좋아야 줄기도 좋고, 열매도 좋다. 참 농부는 그 길을 배워 작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한다. 그것이 농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나님은 내 인생을 가꾸시는 농부다. 내 삶에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하나님은 내 마음밭을 경작하신 후 퇴비를 듬뿍 뿌리신다. 그 퇴비는 죽은 거름 같은 나 보기에 좋은 길이 아닌, 엄청난 생명이 살아 역사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내 마음에 늘 당신의 말씀을 듬뿍 뿌리셔서 내 신앙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삶 속에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시는 지혜로운 농부이신 하나님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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