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로켓폭죽
교만한 로켓폭죽
  • 원작/오스카 와일드
  • 승인 2014.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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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 왕자의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나라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넘쳐났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과 무도회가 이어졌습니다. 모두들 임금님이 부는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무도회 다음에는 불꽃놀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정원에 임시로 세운 단에 나란히 자리를 잡은 폭죽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 이야기를 꺼낸 건 꼬마폭죽이었습니다.
“노란 꽃이 잔뜩 피었네요. 이 세상은 아름다워요.”
그 얘기를 듣고 긴폭죽이 말했습니다.
“기껏 궁전 정원을 보고 이 세상이라니? 하긴 너 같은 꼬마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상상도 못하겠지. 세상을 모두 둘러보려면 최소한 3일은 걸릴 거야.”
그때였습니다. 누군가의 기침 소리에 모든 폭죽들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건 로켓폭죽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로켓폭죽이 기침을 하는 것은 감기에 걸려서가 아닙니다. 그래야 주위를 끌 수 있고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두들 조용해지자 로켓폭죽이 입을 열었습니다.
“왕자와 공주는 참 복이 많은 분들이군요. 내가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날 결혼을 하니 말입니다.”
꼬마폭죽이 말했습니다.
“아니, 그 반대 아닌가요? 왕자님이 결혼하실 때 아저씨가 쏘아 올려지는 것 아니냐고요.”
“너는 그럴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로켓폭죽은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주위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난 아주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난 폭죽입니다. 어머니는 바퀴폭죽이었는데 춤을 잘 추기로 소문났지요. 한번은 열아홉 바퀴나 돌았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일곱 개의 분홍별이 하늘로 올라갔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프랑스 출신의 로켓폭죽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엄청난 높이로 날아올랐기에 다시는 땅으로 내려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워낙 자상한 분이라 다시 땅으로 내려왔지요. 내려올 때도 어찌나 화려했던지, 신문은 아버지를 가리켜 ‘폭죽의 승리’라고 했답니다.”
“‘폭죽의 승리’가 아니라 ‘폭죽 기술의 승리’겠지요.”
벵겔폭죽이 로켓폭죽의 말을 정정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로켓폭죽은 끝까지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겼습니다.
“분명히 폭죽의 승리라고 썼다니까요. 그리고…… 참,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당신의 집안에 대해 자랑 하고 있었지요.”
긴 폭죽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참 그랬지요? 갑자기 예의 없이 끼어든 폭죽 때문에……. 난 예의 없는 폭죽은 딱 질색이에요. 만약 오늘 밤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줄 거예요. 왕자와 공주도 결혼생활이 불행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임금님도 불행해질 거예요. 그렇게 내 존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는군요.”
그러고는 정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비처럼 쏟아져 로켓폭죽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칠흑 같은 하늘에 달님이 떠올랐습니다. 별들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가운데 궁전 정원에서 음악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맨 처음 바퀴폭죽이 빙글빙글 돌면서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그 다음에 긴폭죽이 쏘아 올려졌습니다. 뒤를 이어 꼬마폭죽들이 춤추듯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딱총폭죽도 신나게 뻥 뻥 터졌습니다. 불꽃놀이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로켓폭죽만 터지지 않고 남은 것 빼고는 말이에요. 로켓폭죽은 눈물을 흘려 화약부분이 젖는 바람에 터지지 않은 것입니다. 로켓폭죽이 무시하고 얕보던 모든 폭죽들은 황금빛으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습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고 공주와 왕자도 기쁨이 가득 찬 얼굴로 웃었습니다. 그러나 로켓폭죽은 여전히 교만했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한 폭죽이라서 남겨놓은 모양이군. 이 다음에 더 중요한 행사가 있겠지.”
모든 행사가 끝나고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일꾼들이 정원을 청소하러 왔습니다.
“날 모셔 가기 위해 궁전에서 보낸 사람들인가 봐.”
한 일꾼이 로켓폭죽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건 아주 엉터리 로켓폭죽이잖아.”
일꾼은 로켓폭죽을 담 너머로 던졌습니다.
“엉터리? 엉터리 로켓 폭죽이라고?”
로켓 폭죽은 믿어지지 않는 얼굴로 날아갔습니다.
“내가 잘못 들었을 거야. 맞아! ‘엉터리’가 아니라 ‘엄청난’이라고 한 것일 거야.”
로켓폭죽은 진흙탕에 떨어졌습니다. 그때 오리가 다가왔습니다. 오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꽥꽥! 이봐요, 댁은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아니면 사고로 그렇게 되었어요?”
“당신은 촌뜨기인가 보군요. 그게 아니면 나를 모를 리가 없지요. 나는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가 황금색 비를 뿌리며 내려오는 폭죽이랍니다. 놀랍지요?”
“아뇨. 그게 대단한가요? 소처럼 밭을 갈거나 말처럼 마차를 끌거나 개처럼 양을 보살피는 것도 아닌데.”
“어이가 없군. 겨우 그런 일에 나를 비유하다니! 나는 신분이 높아서 그보다 훨씬 훌륭한 일을 한다고요.”

“각자 생각이 다르니까 이만 이야기하죠. 난 배가 고파서 이만 가 봐야겠어요.”
그러고는 오리는 헤엄쳐 가버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이번에는 사내아이 둘이 주전자와 나뭇가지들을 갖고 걸어왔습니다. 로켓폭죽은 기대감에 넘쳐 아이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나를 데려가려고 궁전에서 온 사람들인가?”
로켓폭죽은 의젓한 모습으로 진흙탕에 몸을 담그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로켓폭죽을 집어 들며 말했습니다.
“이게 뭐지?”
“모닥불을 피우는 데에 넣으면 되겠다.”
그러더니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바닥에 쌓아 놓고 맨 위에 로켓폭죽을 놓고 불을 붙였습니다. 로켓폭죽이 소리쳤습니다.
“난 역시 특별해. 캄캄한 밤이 아니라 이렇게 환한 대낮에 날 쏘아 올리려나 봐. 하긴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물이 끓을 동안 우리는 좀 자자.”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로켓폭죽 몸이 말라 드디어 화약에 불이 붙었습니다.
로켓폭죽은 신이 나서 소리쳤습니다.
“이제야 내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 난 하늘의 별보다 달보다 해보다도 더 높이 올라가야지.”
그 순간 로켓폭죽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신난다. 드디어 내 뜻이 이루어졌어!”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하늘로 솟은 로켓폭죽의 그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뻥! 뻥! 소리와 함께 화약이 터졌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이들도 깊은 잠이 들어서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로켓폭죽이 터진 뒤 남은 막대기는 연못 옆을 걸어가던 거위에게
떨어졌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막대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거위는 깜짝 놀라서 연못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나는 이렇게 모두를 놀라게 한다니까.”
로켓폭죽은 그렇게 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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