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의 낯선 제자
리스트의 낯선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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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0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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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가 독일을 여행하다가 어느 작은 마을에 들어갔어요. 거리 담벼락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가까이 가보았더니 한 여자 피아니스트가 독주회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그 피아니스트는 ‘피아노의 왕자, 프란츠 리스트의 제자’라고 적혀 있었어요. 리스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에, 처음 듣는 이름이었어요.
‘이상하다. 이렇게 낯선 사람이 내 제자라니!’
그날 저녁, 리스트가 마을에 왔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요. 음악회를 준비하던 여자는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그 여자는 리스트의 제자가 아니었어요. 그 여자는 병든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으로 연주회를 다니던 참이었어요. 연주 솜씨는 좋았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해 리스트의 이름을 몰래 빌렸던 것이었지요. 
“어쩌지? 리스트 선생님이 내 음악회 포스터를 보실 텐데.”
여자 피아니스트는 밤새 고민하다가, 다음 날 일찍 리스트를 찾아갔어요.
“선생님, 마을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셨지요?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저에게는 병든 어머니가 계시는데, 제가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저 같은 무명연주자의 음악회에는 오지 않아 당돌하게 선생님의 이름을 팔아 포스터를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장 가서 사람들에게 잘못을 빌고 연주회를 취소하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솔직히 말해주어서 고맙소. 자, 이쪽으로 와서 피아노를 한 번 쳐보겠소?”
리스트의 권유에 여자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열심히 피아노를 쳤어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연주하는 여자의 솜씨에 리스트는 깜짝 놀랐어요.
“훌륭한 솜씨요.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쳐보겠소.”
리스트는 여자 피아니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연주를 했어요.
“어떻소?”
“선생님의 연주를 들으니 제가 어떤 것이 부족한지 알겠어요.”
“좋소. 그러면 그 생각을 하면서 다시 쳐보시오.”
리스트는 여자 피아니스트의 부족한 점을 한 가지씩 가르쳐 주었어요.
“많이 좋아졌소. 이제 당신은 나의 제자요. 오늘 저녁 음악회에서 떳떳한 마음으로 연주해도 좋소.”
그날 밤, 이름 없는 피아니스트는 감격과 감동에 젖어 연주를 했고 청중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어요. 그리고 평생 리스트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하며 살았어요.
옳고 그름을 떠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피고 배려해 준 리스트의 배려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아름답게 바꾸어 준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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