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 찾아온 따스한 햇살처럼 (4)
북유럽에 찾아온 따스한 햇살처럼 (4)
  • 김우림(12세) _핀란드 헬싱키
  • 승인 2014.10.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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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이는 3살 때부터 부모님(김진수 선교사)과 함께 핀란드에서 살았어요. 성경 말씀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아빠를 가장 존경한다는 우림이.  그래서 아빠와 같은 선교사가 되는 꿈을 품고, 핀란드어는 물론이고 스웨덴어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겨울이 긴 나라 핀란드에 따스한 햇살이 더욱 반갑듯이, 어려울수록 자신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더욱 감사하다는 우림이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봐요.
 
 2014년 8월 23일 블루베리 따러 숲으로
깨끗한 호수와 숲이 많은 핀란드는 야생 블루베리가 유명하다. 7월 말에서 8월 즈음, 숲에 가면 블루베리가 많이 열려 있다.
오늘은 엄마를 따라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블루베리가 자라는 곳은 땅이 질퍽거리는 숲이라 장화를 신고 잠바도 입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다. 엄마는 우리에게 조그만 통을 주시며 가득 채우라는 미션을 주셨다.
블루베리는 잎사귀 밑에 숨어 있어서 쪼그려 앉아서 따야 한다.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으니까 다리가 아팠다. 블루베리는 열매가 작아서 아무리 따도 통에 채워지는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동생 우빈이는 블루베리를 따서 통에 채우지 않고 자꾸만 입으로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단기선교사 누나가 “안 씻고 먹어도 돼?” 하고 물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이곳은 환경이 깨끗하고 공해가 없어서 씻지 않고 먹어도 돼.” 하고 답해 주었다. 이렇게 물도 공기도 깨끗한 핀란드에서 사는 것이 감사하다.
▲ 잎사귀 밑에 숨어있는 야생 블루베리를 따려면 허리를 숙여야 해서 다리도 아프고 힘들지만 잘 익은 블루베리를 거두는 기쁨으로 이길 수 있어요.
한참이 지나 겨우 통을 다 채워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에 엄마는 이모, 삼촌들이 디저트로 먹을 빵을 만드시는데 내일은 우리가 따온 블루베리를 넣어 빵을 만드실 거라고 했다. 오늘 블루베리를 딸 때는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는데, 내일 교회에 오신 이모 삼촌들이 우리가 따서 만든 블루베리 빵을 드시고 행복해 하실 것을 생각하니까 피곤이 싹 풀렸다. 내일 엄마가 빵 만드실 때도 도와드려야지!
 
2014년 9월 5일 6학년 친구들과 함께
4박 5일 동안 학교 친구들과 캠프에 다녀왔다. 핀란드는 새 학년이 되어도 반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5학년 때 반 친구들과 함께 6학년이 되어 졸업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우리 학교는 캠프 비용을 학생들에게 직접 마련하라고 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준비해 입장권을 팔고 빵도 만들어 팔았다. 그렇게 우리가 직접 준비한 돈으로 캠프를 가니까 더욱 신이 났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삐스빨라(Pispala)에 도착했다. 낮에는 주로 야외활동을 많이 했다. 70미터나 되는 가파른 경사로를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코스가 있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막상 다 내려와서 보니 재미있었다. 또 아이스링크에 가서 컬링 게임도 했다. 얼음 판 위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을 미끄러뜨려서 표적 안에 넣는 것이다. 남학생과 여학생 팀으로 게임을 펼쳤는데 우리 남학생 팀이 이겼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유 시간에는 친구들과 사우나를 했다. 핀란드는 사우나 문화가 발달해 있다. 우리는 50도가 넘는 사우나 실에 들어가 물을 뿌려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우나가 좋은 것은 친구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 아이들은 마음 속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독립심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약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하고 또 어려운 것이 있어도 알아서 해결하라고 가르친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중학생 형은 부모님께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이야기는 나한테 하지 말아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내 친구들도 아무리 친해도 자기 집안 이야기나 어렵다는 등의 속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을 나누고 예수님을 전하기가 어려워서 안타깝다. 그래도 남은 일 년 동안 내가 먼저 마음의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
▲ 캠프에 가서 배를 탔어요. 친구들과 함께 박자를 맞추어 노를 저으면 이 큰 배가 앞으로 나아가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벌써 선착장에 도착했어요.
▲ 핀란드 학교는 새 학년이 되어도 반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올라가 친구들과 계속 한반이 되어 지내요. 오랫동안 함께 공부하며 지내다 보니 모두 다 친하지요. 그런데 핀란드 친구들은 독립심이 강해서 마음의 이야기나 어려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아쉬워요.
2014년 9월 17일 스웨덴어를 통역하는 꿈을 꾸며
오늘 학교에서 스웨덴어 시험을 봤다. 어제 집에서 혼자 스웨덴어 교과서를 펴서 시험 준비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시험 결과가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
▲ 학교에서 배우는 스웨덴어 교재.
핀란드 학교는 4학년이 되면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아빠는 나에게 스웨덴어를 공부하라고 하셨다. 나중에 아빠가 스웨덴에 성경세미나를 하러 가시면 내가 옆에서 통역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스웨덴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 어렵다. 원래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체육 같은 활동적인 과목을 좋아하긴 하지만 스웨덴어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또 다른 친구들이 방과 후에 노는 것을 보면 불평스러웠다. 그런데 엄마는 부담스럽고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공부도 마음을 꺾고 하라고 하셨다.
한번은 내가 아무리 공부해도 통역할 만큼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더니, 따냐(Tanja) 누나 이야기를 해주셨다. 따냐 누나는 핀란드 사람인데, 한국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와서 한국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아빠가 전하는 말씀을 통역하고 있다. 엄마는 따냐 누나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직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써서 공부하면 하나님이 지혜를 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리고 아빠가 스웨덴에 가서 복음을 전할 때 내가 옆에 서서 통역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이번에는 혼자서도 시험공부를 재미있게 했다. 공부의 부담을 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 스웨덴어 공부는 정말 어려워요. 그러나 앞으로 스웨덴어를 통역하며 복음을 전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면 저절로 책상 앞에 앉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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