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세 사람과 평범한 한 사람
비범한 세 사람과 평범한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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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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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넓은 들판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그 중 세 사람은 보따리를 등에 메고 뜨거운 햇볕에 얼굴을 찌푸린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이야기나 나누면서 갑시다. 당신들은
어디를 가는 길이오?”

맨 앞에 걷고 있던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서쪽에서 살고 있는 외과의사요. 더 넓은 세계에 나가 많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여행을 가는 길이라오.”
그 다음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동쪽에서 왔소. 나는 한의사인데 더 배울 의술이 있을까 해서 여행을 하는 길이오.”
처음 질문을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나는 남쪽에서 온 내과의사요. 나 또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자 여행을 하고 있지요.”
세 사람이 다 자기 소개를 했는데, 맨 뒤에 걸어오는 사람만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말을 꺼낸 사람이 맨 뒤에서 걷는 사람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디를 가는 중이오? 짐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여행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맨 뒷사람이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길을 나섰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소?”
쏟아지는 질문에 맨 뒷사람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특별한 기능을 가진 것도 없습니다.”

 
세 사람은 기가 막히다는 듯 평범한 사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아는 것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다면 사는 것이 재미없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 나가려고……. 쯧쯧!”
“짐도 챙기지 않고 맨 몸으로 무슨 여행을 하겠다고……. 우리와 함께 여행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아시오.”
“아, 네.”
그때부터 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어느 덧 들판을 지나 밀림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밀림은 어둡고 썰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앞에 사자 한 마리가 누워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사자는 목숨이 겨우 붙은 채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내과의사가 말했습니다.
“숨소리를 들어보니 혈압이 떨어졌군요.”
외과의사가 말했습니다.
“다리 근육을 안 쓴지도 오래된 듯한데, 나이가 많이 든 사자가 분명합니다.”
한의사도 거들었습니다.
“혈색을 보아하니 굶은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쌓아온 지식과 이론을 통틀어 사자를 진찰하고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자기들의 지식과 기능을 총동원 한다면 죽어가는 사자를 살려낼 수 있다며 뿌듯해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기능을 가지고 이 사자를 살려냅시다.”
“이 사자 한 마리쯤 살리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죠.”
“자, 어서 시작합시다.”
“안 돼요!”
그때 평범한 사람이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당신들의 지식과 기능을 이 사자를 살리는 일에 쓰지 마세요.
사자가 살아나서 우리를 다 잡아먹으면 어떡해요?”
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하는 말에 짜증스럽게 대꾸했습니다.
“거의 다 죽은 사자를 살려내는 위대한 일을 막을 셈이오?”
“역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란…….”
“저리 비켜서 구경이나 하시오.”
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하는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사자를 살리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사자가 살아날 순간이었습니다. 그러자 평범한 사람이 다시 한 번 간절하게 그들을 말렸습니다.
“여러분이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으니 제발 그만하세요. 위험해요.”
“나 원 참, 무식한 사람이 왜 나서는 거야?”
“뭘 아는 게 없으면서 겁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자, 자. 대꾸할 시간이 없어요. 어서 마무리합시다.”

 
세 사람은 평범한 사람에게 면박을 주고는 사자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하는 수 없이 조금 떨어진 나무 위로 올라가 세 사람이 하는 일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으르렁, 어흥!”
드디어 사자가 살아났습니다. 사자의 우렁찬 포효가 마치 자신들을 향한 축포라도 되는 듯, 세 사람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습니다.
“하하하!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해냈소.”
“똑똑한 우리 셋이 힘을 모은다면 못할 것이 없겠소.”
그때 사자의 눈빛이 번뜩였습니다. 그러더니 사자는 커다란 앞발로 세 사람을 깔아뭉갰습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해 속이 완전히 빈 상태였는지라, 사자는 순식간에 세 사람을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숨을 죽이고 사자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나무 위에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에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인데, 그것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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