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의 행복한 하루
교도소에서의 행복한 하루
  • 글 윤태현 전도사(기쁜소식여주교회)
  • 승인 2015.09.30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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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간증

월드캠프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지난 6월, 교도소에 마인드 교육을 다니고 있는 김기성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은 여주교도소에 갈 예정인데 함께 가자고 하셨다. 나는 촌각을 다투는 일들로 마음이 매우 분주했기에, 월드캠프 준비로 바빠서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 전에도 김 목사님은 나를 만날 때마다 여주교도소에서 마인드 강연을 해보라고 권하셨지만, 이런 저런 핑계와 변명을 들어 교도소에 한 번도 찾아가 보지 않았다.
 월드캠프가 끝나고 여주와 가까운 문막에 계신 박동선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 목사님이 여주교도소에 갈 때 내가 바빠서 자신이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나님 앞에서 사고해 보고 뒤돌아 내 마음을 더듬어 보면서 내 마음이 잘못된 부분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형편적으로는 바쁘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내 마음이 목사님과 교회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감각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내 마음을 따라 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교도소 재소자들 앞에서 마인드 강연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김기성 목사님은 교도소 생활을 해보셔서 재소자들에게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실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강연을 못해. 내가 강연을 하면 재소자들이 싫어할 거야.’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강하게 잡고 있었다.
 생각을 따라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을 때, 마침 동기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가진 생각과 마음을 꺼내놓았다. 목사님은 조금 강한 어조로 나를 책망하고 권면해 주셨다. “교도소에서 복음을 전하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나 하나님의 종의 마음에 마음을 합치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데, 하나님의 일 앞에서 윤 전도사의 조건을 보고 있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는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조금 더 나아가, 마음속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나는 그래도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보다는 낫다’는 마음을 드러내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윤 전도사가 교도소에서 마인드 강연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야. 마인드 강연을 하면서 재소자도 변하겠지만, 하나님은 윤 전도사의 영혼에 복을 주실 거야.”
 마인드 강연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부딪치면 하나님께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하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김기성 목사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내가 잘못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다음 주 월요일에 여주교도소에 갈 예정이니 그때 함께 가자고 하셨다. 마음을 돌이키니 하나님께서 은혜를 입히신다는 마음이 들어 감사했다.
 9월 7일, 마인드 강연이 있는 날 아침 7시에 김 목사님이 출발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셨다. ‘강연이 오후 1시인데, 왜 이렇게 빨리 출발하셨지?’ 바로 목사님께 전화를 드리자 먼저 여주교회로 가겠다고 하셨다. 목사님은 9시 30분쯤 포도 한 상자를 들고 교회에 도착하셨다.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를 돌아보시고 나와 교제를 나누고 싶으셨구나….’ 일찍 출발하신 목사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12시까지 한참 마음을 나누면서 후배에게 한 가지라도 가르쳐 주고 싶으셨던 목사님 마음을 무시했던 시간들이 더욱 선명하게 마음에 비쳐졌다.
 강연 시작 시간인 1시에 맞춰서 여주교도소에 도착했다. 교도관이 반갑게 김 목사님을 맞이했다. 여주교도소는 인성교육 부분에서 전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이었다. 강의실과 시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처음 교도소에 가는 터라 모든 것이 어색했지만, 목사님과 함께 있다는 것이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5년 형刑 미만의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인드 교육이 시작되었다. 교도관 두 명이 함께 참석했는데, 한 사람은 앞쪽에 앉아서 내용을 메모해 가며 강연을 경청했다. 강연이 시작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소 삐딱했던 재소자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앉은 자세를 스스로 고치고 강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님이 죄를 범한 과거 이야기와 교도소에서 생활한 이야기는 재소자들의 마음을 열고 강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마인드 강연의 핵심 메시지가 전해지면서 재소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응했다.
 “여러분은 5년 미만의 형을 받았기 때문에 빨리 교도소를 나가고 싶은 마음과 출소하면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여러분은 반드시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재소자들의 표정에서 목사님의 강연에 그들의 마음에 적지 않은 충격과 도전을 받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은 마약을 확실하게 끊었다고 믿은 친구가 출소 며칠 만에 다시 마약을 하고 교도소에 간 이야기를 들은 재소자들이, 강연의 핵심인 ‘자신을 믿는 마음’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해결책으로서 마음을 다스려주고 이끌어줄 멘토가 반드시 필요함을 이야기할 때, 앞에서 강연을 듣던 교도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강연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1시간 30분의 강연이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50명의 재소자들 대부분이 경청했고, 강연이 끝나자 모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마음에서 나온 마인드 강연이 짧은 시간에 재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교도관들도 깊이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앞에서 강연을 들은 교도관은 재소자들이 강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세밀하게 모니터링 했다고 이야기했다. 외부 강사들의 강연을 평가하고 강연 내용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목사님은 강연을 마치고 인성교육을 주관하는 교도관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소개해 주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강사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모든 것이 아주 쉽고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내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앞서서 믿음으로 달려가는 목사님과 함께하는 동안 하나님께서 나에게도 길을 열어 주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고 행복할 뿐이었다.

 교도소를 나오면서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나는 항상 하나님의 마음을 가진 종과 교회의 음성을 내 생각으로 가로막고 대적하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하인들을 통해 나아만 장군의 마음에 감각을 주시고 돌이키게 하신 것처럼 내게도 그렇게 역사하셨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여주교도소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교도소에서 마인드 강연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나를 통해서도 일하시겠다는 소망이 있다.
 여주교도소에서 김기성 목사님과 함께하는 동안 가장 행복한 하루를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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