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금덩이
가짜 금덩이
  • 키즈마인드
  • 승인 2015.10.18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하는 동화
 
옛날, 한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이 부자는 인정이 많아서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면 모르는 척하지 않고 도와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 부자를 좋아했어요. 
어느 날, 한 젊은 사람이 부자의 집에 찾아왔어요. 좋은 비단 옷을 입은 젊은이는 부자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앉아 이야기를 꺼냈어요.
“부자 어른, 저는 이곳에 잠시 볼일이 있어 한양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을 살 일이 생겨 돈이 필요한데 한양에 다녀오자니 시일이 많이 걸려 상황이 어렵게 되었지 뭡니까? 그래서 부자 어른께 돈을 좀 빌리러 왔습니다. 3천 냥만 꾸어주십시오.”
“3천 냥이나?”
낯선 젊은이가 3천 냥이나 빌려달라는 이야기에, 부자는 당황하였어요. 그때 젊은이가 가져온 보자기를 펼쳤어요. 그 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금덩이가 들어 있었어요. 그것도 어른 주먹만한 것이었어요.
젊은이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했어요.
“이 금덩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입니다. 대강 따져 봐도 수만 냥은 나가는 물건이지요. 그런데 돈이 아쉽다고 쉽게 팔 수는 없으니 이것을 맡겨놓고 3천 냥만 빌려가겠습니다. 그리고 한양에 갔다 와서 본전과 이자를 갚겠습니다.”
젊은이의 말을 듣고 보니, 금덩이를 맡아두고 돈을 꿔주는 데에 문제가 없을 성싶었어요. 부자는 선뜻 젊은이에게 3천 냥을 내어주었어요.
 
며칠 뒤, 한양에서 금방을 하는 조카가 부자 집에 왔어요. 부자는 조카에게 커다란 금덩이를 자랑하듯 꺼내 보여줬어요.
“얘, 네가 한양에서 금방을 오래했지만 이렇게 큰 금덩이는 못 보았을 것이다.”
부자의 예상대로 조카가 깜짝 놀라며 금덩이를 살펴보았어요.
“삼촌,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대단하지? 어제 한 젊은이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맡기고 갔단다.”
“삼촌, 이건 가짜예요.”
“뭐? 이게 가짜 금덩이라고??”
“네. 돌멩이 겉에 살짝 금을 입힌 거라고요. 보세요, 이렇게 긁어보면 속에 돌멩이가 나와요.”
“에구, 그랬구나!” 
부자는 손에 맥이 풀리고 가슴이 쿵쾅 쿵쾅 뛰었어요.
“삼촌, 누군지 모르나 작정하고 돈을 가져간 듯한데 너무 속 끓이지 마시고 빨리 잊으세요.”
“그래, 알았다.”

조카가 돌아간 뒤, 부자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내가 확인을 안 해보았구나! 그렇다면 돈을 되찾을 길이 없을까?’
부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돈을 가져간 놈은 내가 철석같이 믿고 돈을 내주었을 때 얼마나 통쾌했을꼬?’
한나절을 생각에 잠겨 있던 부자가 무릎을 쳤어요.
“그렇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부자는 벌떡 일어나 가짜 금덩이를 주섬주섬 싸서 궤 속에 넣었어요. 이튿날, 부자는 이웃집 잔치에 갔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부자는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이를 어쩌나! 엉엉엉!”
“갑자기 왜 그러나? 몸이 어디 불편한가?”
“아닐세. 엉엉!”
“그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큰일 났네. 나는 이제 다 망했네.”
“자네 같이 큰 부자가 망하다니,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말해 보게.”
“글쎄, 며칠 전에 한 사람이 찾아와서는 금덩이를 맡기고 3천 냥을 꾸어가지 않았겠나? 그런데 그날 밤 도둑이 들어서 그 금덩이를 훔쳐갔다네. 며칠 있으면 금덩이 주인이 다시 와서 금덩이를 돌려 달라고 할 터인데 어쩌면 좋은가! 내 재산을 다 팔아도 그 금덩이 값을 못 갚을 테니 말일세.”
“아이고, 어쩌다가 도둑을 맞았는가. 참으로 안 됐네.”
그 소문은 금세 마을에 퍼졌고 이내 이웃 동네까지 쫙 퍼져 나갔어요.
 
마침 아직 이웃 동네에 머물던 가짜 금덩이 주인도 그 소문을 들었어요. 그 젊은이는 ‘옳다구나’ 하며 부자를 찾아갔어요.
“부자 어른, 저 왔습니다.”
“아, 벌써 오셨나?”
“예, 볼일이 수월하게 풀려서 바로 돈을 갚으러 왔습니다. 자, 여기 어른께 빌려간 3천 냥과 이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제가 맡긴 금덩이를 돌려주시지요.”
부자는 젊은이가 내민 3천 냥과 이자를 차곡차곡 세기 시작했어요.
‘으흐, 금덩이를 내주지 못하니까 뜸을 들이는구나. 이제 부자의 재산은 내 차지가 된다.’
젊은이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부자는 돈을 다 확인하고 금고 안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어요.
“부자 어른, 갈 길이 바쁘니 어서 제 금덩이를 돌려주시지요.”
“알겠네.”
부자는 궤짝을 열어 가짜 금덩이를 꺼내 젊은이 앞에 내밀었어요.
“본전과 이자를 받았으니 응당 금덩이를 돌려줘야지. 갈 길이 바쁜 모양인데 어서 가지고 가게.”
“아니, 금덩이가 어떻게…?”
젊은이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휭 하니 방문을 나섰어요. 달아나는 젊은이의 뒤에 대고 부자가 소리쳤어요.
“아직 젊고 팔 다리가 멀쩡하니 부지런히 땀 흘리며 살게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