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성지, 이스라엘의 박물관
또 다른 성지, 이스라엘의 박물관
  • 관리자
  • 승인 2015.10.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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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34회)

 

 

 

사해 문서를 중심으로 지어진 이스라엘 박물관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박물관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박물관은 단연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박물관’일 것이다.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인,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사해 사본’이 소장된 곳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이집트에 있는 ‘카이로 박물관’을 둘러본 적이 있다. 이집트의 수천 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몇 시간을 보아도 다 보지 못할 만큼 진기하고 귀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투구, 모세와 겨루었던 람세스 2세의 미라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유물들이 있었다. 이스라엘에 카이로 박물관과 견줄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면 바로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박물관일 것이다.
 이스라엘 박물관에는 고대 성경시대에서부터 예수님 시대, 그리고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물들과 예술 작품들, 그리고 동서양의 문물까지 50만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1947년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두루마리 성경과 여러 필사본인 사해 문서가 가장 귀중한 자료로, 사해 문서를 중심으로 박물관이 지어졌다.

가장 특이한 장소 두 곳
1965년에 유대인 건축가인 다비드 사무엘 고테스만이 사해 사본을 이스라엘 정부에 기증하는 조건으로, 이 문서들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박물관을 짓기 시작했다. 박물관은 완공되기까지 7년이 소요되었다. 박물관에는 가장 특이한 장소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사해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전시장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님 당시의 이스라엘과 헤롯 성전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든 성전 모형 전시장이다.
 사해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는 ‘책의 사당’이라고 불리는 전시장은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던 항아리의 뚜껑 모양으로 만들어져서 유명하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고대 유대인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놓은 성경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전시된 사본들은 조각조각 나 있는 양피지에 고대 히브리어로 한 글자 한 글자 적혀 있는데, 오래되고 찢어지고 해서 마치 다 완성하지 못한 퍼즐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씀의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주님이 말씀이 생각나기도 한다.
 전시장의 정중앙에는 두루마리를 말아놓은 롤 모양의 유리관이 있고, 그 안에 가장 오래된 성경 사본인 ‘이사야 사본’ 전권이 한 바퀴 띠를 두른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다. 가이드들이 설명해 주지 않으면 관람객들은 그것이 진품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사해사본 진품을 그대로 복원한 사진이다. 진짜 성경 사본은 정부에서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으며, 관계자들 외에는 그 위치를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고 한다.
 이사야 사본이 전시된 곳을 지키는 에티오피아 계 유대인 경비에게 ‘이 사해 사본이 진품이냐?’고 웃으며 물은 적이 있다. 그가 웃으며 “나는 경비로서 이것이 감히 가짜라고 관람객들에게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사해 사본 전시관에 있는 고대 성경 사본들 중에 진품들은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석 달에 한 번씩 다른 내용으로 바꿔가며 공개한다. 본래 전시되었던 것은 특별한 방으로 가져 상태보존을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가 전시 차례가 되면 석 달간 전시된다.
 이사야 사본은 이런 교체 과정 없이 처음부터 복사된 가짜를 전시한다. 그 이유는 다른 사본 전시물들은 바닥에 눕혀 전시하는 반면 사해 사본은 전체를 전시하면서 두루마리처럼 원형으로 세워져 전시되기 때문에 사본을 장시간 세워둘 경우 말라 있던 잉크도 여러 영향을 받아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며 밑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있다. 또 오래된 양피지가 세워져 전시되는 동안 지탱하는 힘에 의해 미세한 충격이 가지면서 손상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헤롯 성전의 모형 전시장
제2 성전인 헤롯 성전의 모형을 만들어놓은 곳은 정말 장관이다. 이 모형은 1966년에 이스라엘 호텔 정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호텔 주인이었던 한스크록이 독립전쟁에 참여한 자신의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호텔 주변에 공사가 시작되어 부득이 이스라엘 박물관으로 옮겼다. 옮기는 과정에서 성벽과 예루살렘의 집들 등 모든 조형물들을 하나씩 분리하여 따로따로 옮겼으나, 성전 모형은 분리하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통째로 옮겼다. 그 이유는, 성전은 파괴되지 않고 영원히 유대인들의 마음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헤롯 성전 모형이 있는 전시장은 야외 전시장으로, 사람들이 위에서도 보고 계단으로 가까이 내려가서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위에서 성전 정면을 바라보면, 마치 현재 감람산 정상에서 모스크사원이 서 있는 성전 산을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 더욱 재미있다. 나는 가까이 내려가서 성밖의 골고다 언덕, 다윗 성 근처의 실로암, 그리고 힌놈의 골짜기 등을 찾아보았다.
 이스라엘 박물관의 또 다른 전시장에는 고대 그리스는 물론이고 페르시아와 앗수르, 그리고 이집트 제국과 함께 헤롯시대, 동로마 제국, 이슬람시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전시관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거기에 몇몇 가지 눈에 띄는 물건들이 있다. 히스기야 왕 시대에 브엘세바 지방에서 쓰던 돌 제단, 로마 시대에 십자가 형을 당해 죽은 사람의 ‘못이 박힌 채 떨어져나간 발의 뼈’ 같은 유물들이 특이하다.
 십자가 위에서 양 발이 포개진 채 쇠못이 박혔던, 예수님의 발을 떠오르게 하는 전시품이다. ‘주님의 발이 저런 쇠못에 깊이 박혀 상했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유발과 모세 형제가 발견한 예수님 시대의 배
갈릴리 바다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똑같은 호수지만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디베랴(티베리아) 지역에서 보면 디베랴 바다가 되고, 게네사렛(기노사르) 지역에서 보면 게네사렛 호수가 된다. 게네사렛은 히브리어로 ‘기노사르’라 불리며, 예수님이 베드로를 만난 해변으로 기록되어 있다.
 1986년, 갈릴리 호수의 ‘기노사르’와 막달라 마리아의 고향 마을인 ‘믹달’(옛 이름은 막달라) 사이의 뻘에서 고대 어부들이 사용했던 배 한 척이 발견되었다. 당시 가뭄으로 인해 갈릴리 호수의 물이 줄어들면서 호수의 많은 부분이 뻘로 드러났다. 그때 어부였던 유발과 모세 두 형제에 의해 배가 발견되었다. 이 배는 기원전 50년에서 기원후 70년 사이에 사용되었던 배로, 예수님이 유대 땅에 계시던 시대의 배가 확실했다.
 배를 발견했을 당시 두 형제는 오래된 이상한 못들을 발견하고, 그 근처에서 나뭇조각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아 배 모양의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 당시 배의 몸체는 대부분 뻘에 처박혀 있었다. 배는 오랜 시간 호수 속의 퇴적물 속에 그 몸체가 박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래서 퇴적물 속에 박혀 있던 배의 밑부분은 보존되어 있었고, 공기에 노출된 윗부분은 없어진 상태였다.
 배를 발견한 후 11일 만에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이 배의 형제가 드러난다. 발굴 당시, 오래되어 스펀지처럼 부드러워진 나무를 어떻게 상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여 발굴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였다고 한다. 결국 전문가들은 배를 상하지 않게 하려고,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배 주변의 흙들을 파내 조심스럽게 배를 드러냈다. 그리고 배의 외형에 공사할 때 사용하는 폴리우레탄을 쏘아 배 외형을 완전히 덮었다. 
 발굴자들은 폴리우레탄에 싸여 부풀어오른 배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 호수 쪽 물에 띄운 후, 그 배에 올라타 노를 젓듯 저어서 배를 뻘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2000년 동안 물속에 묻혀 있던, 예수님의 시대에 게네사렛 지방에서 사용되었던 배가 2000년 만에 다시 물 위에 떠 항해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배가 예수님과 어부였던 베드로 등 예수님의 제자들과 상관이 있는 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를 함께 지났던 그 시대의 배임은 틀림없다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를 발굴한 전문가들은 폴리우레탄에 싸인 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후, 보존 작업을 했다. 현재 이 배는 ‘기노사르 키부츠’ 안에 있는 ‘베이트 이갈 알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배가 상하거나 썩지 않도록 특수 처리가 된 상태로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 배의 높이는 1.25미터, 길이는 8.20미터, 폭은 2.30미터로, 4~5명은 넉넉히 타고 가까운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규모다. 2000년 전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았던 베드로나 예수님의 제자들이 어떤 배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자료다.
 배의 재료들을 분석한 결과, 표면은 10여 개의 다른 종류의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레바논의 백향목, 떡갈나무, 소나무, 쥐엄나무, 월계수 등을 깎아 붙여 만든 것이다. 아마도 자투리 나무들을 모아서 만든 듯하다. 배의 이음새 하나하나에 못을 박은 모양을 보면 배가 굉장히 견고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배의 뒤쪽 밑면은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고 한다.
 배를 발견한 유발과 모세 형제는 갈릴리 지역의 유대인으로, 아버지 때부터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배를 발견하기 전까지 늘 ‘갈릴리 바다가 자신들에게 큰 복과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다’라고 소망하며 기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배를 발견한 것은 하나님이 그 간구를 듣고 주신 큰 선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유발과 모세 형제가 발견한 배를 핵심 전시물로 해서 ‘베이트 이갈 알론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갈릴리 지역에 어업이 전면 중단되어 두 형제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성경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이…
두 형제가 게네사렛 호숫가에서 예수님 시대의 배를 발견한 일을 생각하며, 문득 신학생 시절에 스승 목사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이 마음에 떠올랐다. “여러분, 믿음은 발견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 속에 숨겨져 있는 놀라운 주님의 마음과 능력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성경 속에 여러분의 모든 인생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다고 했습니다. 하늘의 보화가 이 성경 말씀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두 형제가 갈릴리 호수 뻘에서 예수님 시대에 사용되었던 귀한 배를 발견한 것보다, 우리가 성경에서 하나님의 능력이신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더 가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박물관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이스라엘 나라 자체가 박물관처럼 여겨진다. 아무것도 아닌 산과 들이 예수님과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과 관련을 가지면서 소중하고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곳이 된다. 나 또한 아무것도 아닌 존재지만, 교회와 복음으로 말미암아 세움을 받고 대접을 받고 있다. 예수님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우리가 존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많이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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