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공의 노래
구두 수선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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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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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었구나.”
오늘도 빌은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빌은 다른 사람의 낡은 구두를 고쳐주는 구두 수선공이었어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해서 열심히 일했어요.
“룰루랄라, 룰룰루! 즐거운 월요일! 구두를 깨끗이 닦고 또 닦고!”
빌은 일을 할 때도 노래를 불렀어요. 사람들은 그런 빌을 보며 감탄했어요.
“빌은 참 대단해. 늘 저렇게 즐겁게 일을 하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빌을 보면 나까지 즐거워진다니까요.”
“나도 빌처럼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빌의 옆집에는 늘 인상을 찌푸리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그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하는 사채업자였어요. 그는 큰 집에서 혼자 살면서 좋은 차를 타고 다녔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내 돈을 갚지 않다니! 내일 찾아가서 한바탕해야겠구먼.”
사채업자는 늘 돈 때문에 사람들과 싸우고 돈을 더 벌 생각에 걱정하고 염려하며 잠자리에 들었어요. 밤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지요.
“돈으로 달콤한 잠을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겨우 잠이 든 날도 아침 일찍부터 들려오는 구두 수선공 빌의 노랫소리에 잠이 깨는 날이 많았어요.
“어휴, 저 사람은 뭐가 좋다고 아침부터 노래야!”
 
하루는 사채업자가 구두 수선공 빌을 찾아갔어요. 그날도 빌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낡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었어요.
“이보게, 빌!”
“아, 어서 오세요. 구두를 고치시게요?”
“그런 게 아니고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네.”
“네, 제가 알려드릴 것이 뭐가 있을까요?”
“자네는 항상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일을 하던데, 돈을 많이 버는 모양이지?”
사채업자의 질문에 빌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어요.
“어이구, 많이 벌기는요. 제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겁니다. 하루 종일 낡은 구두 몇 켤레 고치고 받는 돈이얼마나 되겠어요? 저는 돈하고는 인연이 없는걸요.”
“그런데 어떻게 항상 즐거워할 수 있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일도 없답니다. 매일 먹을 양식을 살 수 있고 아픈 데 없이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죠. 그리고 제 실력을 믿고 망가진 구두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고맙고요. 이 정도면 노래할 만하지요?”
“그러면 자네는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 계산하지 않고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말인가?”
“물론이죠. 어떤 날은 조금 더 벌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금밖에 못 벌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아예 일거리가 없기도 하죠.”
빌은 태연하게 대답했어요.
“그런데도 매일 노래가 나오다니 놀랍군.”
“그야 돈을 좀 못 번다고 굶지는 않으니까요. 헤헤헤!”
빌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어요.
“나는 매일 돈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살아왔는데, 자네의 말을 들으니 생각이 달라지는구먼.”

사채업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은화 백 닢을 빌에게 내밀었어요.
“자네에게 인생을 새로 배운 값을 치르고 싶네. 받아주게.”
“어이쿠! 이건 제가 평생 일해도 벌지 못할 큰돈입니다. 어떻게 이걸 받겠습니까?”
빌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어요.
“그러지 말고 꼭 받아주게. 자네에게 이 돈보다 귀한 가르침을 얻었으니 말일세.”
 
사채업자가 굳이 건네는 바람에, 빌은 어쩔 수 없이 은화 백 닢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돈을 지하실에 숨겨두었어요. 다음날부터 빌의 구두 가게에서 노랫소리가 흐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빌은 잔뜩 찌푸린 얼굴에 사나운 눈매를 하고 일을 했어요.
‘혹시 저 사람, 내가 지하실에 은화를 숨겨놓은 것을 눈치 채고 온 거 아냐?’
빌은 구두를 고치러 온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어요.
‘누가 지하실에 몰래 들어가서 은화를 훔쳐 가면 어쩌지?’
빌은 은화 걱정에 구두 수선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밤에는 잠이 들지 않아서 새벽녘까지 이리저리 뒤척였어요. 빌은 그제야 깨달았어요. 은화를 갖고 있지 않던 때가 행복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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