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언덕에 핀 장미
모래언덕에 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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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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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이스라엘의 광야.
수십 년 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어쩌면 한 번도 사람이 다녀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빗줄기만이 고요한 모래언덕을 잠시 적실뿐이다.

 

몇 해 전부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일 년 내내 모래바람만이 언덕을 스쳐 지나갔다.
그나마 우기에 쏟아지는 빗줄기에 목을 축이고
땅 속에 밴 물줄기에 뿌리 내리고 살던 풀포기들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푸른빛은 보이지 않는다.
땅바닥도 누렇고, 풀도 누렇다.
더 이상 마를 데가 없는 풀들이
모래바람에 부서져 날아가 버렸다.

 

모래땅에 약한 뿌리를 내리고 살던 부활초는 몸을 웅크렸다.
“저들처럼 부서지지 않으려면 바짝 웅크려야 해.”
그런데 부활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람에 뽑히고 말았다.
“어? 어디로 가는 거지?”
바람이 부활초에게 속삭인다.
“걱정마. 내가 물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부활초는 마른 가시덤불 모양이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밀려다녔다.
어떤 때는 바람이 두고 가는 바람에 하염없이 머물러 있어야 했다.
또 어떤 때는 잠시도 쉬지 않고 모래언덕을 뒹굴었다.
그럴수록 부활초는 몸을 웅크리고 또 웅크렸다.

“앗, 차가워!”
어느 날, 부활초의 겉잎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비, 비다!”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부활초를 적시기 시작했다.
부활초는 순식간에 뿌리를 내리고 몸을 펼쳐 빗방울을 맞이했다.
잎이 부드럽게 펼쳐지고 새잎이 돋고 푸른빛을 자아냈다.
하얀 부활초 꽃이 펼쳐지고 작은 씨앗이 주변에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작은 씨앗은 잎을 낼 준비를 한다.
새로운 부활초가 연두빛 싹을 틔우고 모래언덕을 푸르게 만든다.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부활초를 보고 반가워한다.
“이봐, 여기 여리고의 장미가 활짝 폈어.”
“며칠 전 내린 비에 살아났는가보군. 역시 부활초라고 할 만해.”
“정말 대단해. 비가 오기를 기다리며 사막에서도 몇 년씩 살다니.”
“우리 이걸 가지고 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보고 힘을 내도록 말이야.”
사막에서 몇 년 동안 가뭄을 버틴 부활초, ‘여리고의 장미’.
여리고의 장미는 자신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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