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길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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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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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마음도 소심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 준호는 몸도 마음도 약한 자신이 싫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준호에게 군대에 들어오라는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준호는 통지서를 앞에 두고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군대는 훈련도 힘들고 규율도 세서 어렵다는데, 나같이 약한 사람이 어떻게 군 생활을 하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아들을 불러 이야기했습니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다녀오는 군대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이런 평범한 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 만큼 약한 내가 어떻게 군대에서 훈련을 받느냔 말이에요?”
“어째서 네가 약하다고 생각하니?”
“저는 힘도 없고 체력도 약해서 금방 지치고 성격도 소심해서 새로운 것은 다 부담스러워요.”
“준호야, 그런 건 약한 게 아니야. 부담스러운 일을 만났을 때 피하고, 편하고 쉬운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 진정 약한 것이란다.”
“네?”
“형편에 굴복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진정한 패배인 것이다.”
“….”

 

얼마 뒤, 준호는 머리를 새파랗게 밀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하루하루 고된 훈련 속에 준호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훈련 과정에서 꼴찌를 도맡아 했고 때로는 중도 포기하여 얼차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준호는 동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준호는 놀림을 당하는 것이 싫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훈련소의 마지막 훈련을 받는 날이 되었습니다. 완전 군장을 메고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행군 훈련으로, 하루가 꼬박 걸리는 가장 힘든 훈련이었습니다. 무거운 총과 군장을 갖춘 훈련병들이 긴장한 얼굴로 출발지점에 모였습니다. 출발명령이 떨어지자 모두들 힘차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자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쯤 지나자 몸의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한낮의 뙤약볕이 훈련병들의 기력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출발할 때는 무리 지어 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떨어졌습니다. 준호는 맨 뒤로 처졌습니다.
‘아, 역시. 내가 가장 뒤에 처졌구나!’
타오르는 태양과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준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꼴찌할 텐데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갈까?’
준호는 그늘을 향해 몸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군대에 오기 전에 아버지가 하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편하고 쉬운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 진정 약한 것이다.’
준호는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새 해가 서편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준호 앞에 두 갈래 길이 나타났습니다. 구불구불한 한쪽 길에는 ‘훈련병 전용로’라는 푯말이 있고, 다른 길에는 ‘장교 전용로’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훈련병 전용로는 뭐고, 장교 전용로는 뭐지?”
준호는 가만히 서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장교들이 가는 길이 편하고 쉽겠지? 훈련병 전용로는 훈련병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기 위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만들어 놨을 거야.’

 

준호는 장교 전용로로 가고 싶었습니다.
‘이 길로 가면 먼저 간 훈련병들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으니 장교 길로 가도 문제 없을 거야.’
그때 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형편에 굴복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진정한 패배인 것이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준호는 아버지의 충고를 되새기며 훈련병 전용로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커브길이 나타났습니다. 커브를 돌자 정렬한 훈련 교관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환한 웃음과 박수로 준호를 맞아주었습니다.
“이준호 훈련병, 어서 와라!
“수고했다.”
준호가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앞서 간 동료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훈련병 몇 명만 그늘에 앉아 자신을 보고 미소 짓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참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교관이 말했습니다.
“이준호 훈련병, 상위권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저는 제일 뒤에 처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직 도착하지 못한 훈련병들은 장교 전용로를 택해서 험하고 먼 길로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자네는 두 갈래 길에서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자네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택했다. 그것이 다른 훈련병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된 것이지.”
그제야 준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덕분에 제가 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준호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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