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안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안식일에 안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 관리자
  • 승인 2017.02.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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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야기 2

이웃 사람 솔로몬의 부탁
몇 년 전, 우리 가족이 살던 집 옆에 ‘솔로몬’이란 유대인 이웃이 있었다. 그는 유대교인이었는데, 늘 머리에 키파(유대인들의 정수리를 가리려고 쓰는 작은 모자)를 쓰고, 안식일 아침엔 일찍 토라를 들고 동네 회당을 갔다. 한번씩 이 친구가 안식일이 시작되고 나면 저녁에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나를 찾곤 했는데, 이유는 자기 집에 가서 자기를 대신해서 에어컨을 틀어 달라는 것이었다. 무더운 여름에는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이나 절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에어컨 작동 시간을 예약하고 ‘통곡의 벽’에 기도하러 가야 하는데, 깜빡 잊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나는 귀찮지만 종종 그 집에 가서 에어컨 스위치를 눌러 주었다.
그 친구 말이, 율법에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에어컨 스위치를 눌러서 기계를 돌리는 것은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안식일에 불을 피우는 것도 금하기 때문에 전깃불도 미리 켜놓아야지 안식일이 시작되고는 스위치를 켜면 그것은 일하는 것이기에 율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내게 그런 일을 부탁하냐고 물어 보니, 주변엔 전부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을 범하는 일을 시킬 수 없어서 이방인인 나한테 어쩔 수 없이 부탁하는 것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는 말라고 했다. 되게 우습고 기가 막혔다.

유대교인들이 만들어내는 안식일의 풍경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지금도 이스라엘 시간으로 금요일 저녁 해질 때부터 토요일 저녁 해질 때까지, 안식일을 지키려고 애쓰며 살고 있다. 안식일이 시작될 때는 먼저 안식일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다. 그리고 모든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식당과 가게 등이 문을 닫으며, 버스와 전철 같은 대중교통이 일제히 운행을 중단한다. 그래서 다음날인 안식일 오전까지는 거리에 차량이 거의 없어서 너무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다른 도시보다 종교적인 예루살렘은 안식일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특별히 종교인들이 밀집해 있는 동네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하다.

한번은 안식일에 차를 몰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종교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진입했는데, 차가 다니는 도로마다 검은 옷을 입은 수많은 종교인들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차를 몰고 들어서자 일부 종교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차 앞으로 달려와서 막아서고 “안식일에 누가 차를 몰고 들어오라고 했냐?”며 당장 나가라고 막무가내로 소리쳐서 혼이 났었다.
물론 유대교인이 아닌 보통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쉬거나 가족끼리 야외에 나가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공원들에서는, 안식일에 불을 켜거나 피우는 것을 금하는 유대인들 보라는 듯이 아랍인들이 안식일 오후에 가족끼리 숯불을 피워 바비큐 파티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또 베들레헴 등 현재 팔레스타인들의 지역으로 가는 아랍 버스들은 안식일과 전혀 상관없이 운행하기 때문에 안식일에 아랍인 지역이나 인근으로 가려는 외국인들에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유대교인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식일 직전의 모습을 보면, 예루살렘의 재래시장인 ‘맠하네 예후다’나 대형마트 등이 안식일용 음식 재료나 물건을 사러온 유대인들로 북적댄다.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제수 용품을 사러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안식일을 위한 촛불과 만찬
가정마다 안식일용 음식과 저녁상이 준비되면 먼저 안식일 촛불을 밝혀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금요일 해가 지고 안식일이 시작되면 규례대로 불을 켤 수 없기 때문에 안식일을 위한 촛불은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촛대는 반드시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을 두어야 한다. 촛대를 보통 두 개로 규정한 것은 출애굽기 20장 8절에서 규례를 찾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에서 촛대 하나는 히브리말로 ‘기억하다’를, 다른 하나는 ‘지키다’라는 동사를 가리킨다고 보통 말한다. 일부에서는 두 촛대는 하나님의 ‘완전함’과 ‘거룩함’을 상징한다고 하기도 하고, 일부는 솔로몬 성전을 받친 두 기둥을 가리킨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안식일을 위한 촛불을 켤 때에는 주로 여자들이 불을 켜는데, 이때 다른 언어권에 있는 유대인들도 꼭 이렇게 축사한다.
“바뤀아타 아도나이 엘로헤이누 멜렠하올람 아쉐르 키드샤누 베 미쯔봇타브 베 찌바누 레하들릭 네르 쉘 샤밧 아멘. (거룩하신 주 하나님, 당신은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당신의 계명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신 온 세상의 왕이십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에게 안식일의 등불을 밝힐 것을 명하셨나이다.)”
안식일이 시작되면 불을 켤 수 없는 것을 규례 삼아, 축사가 끝나기 전에 불빛을 보면 율례와 맞지 않다고 하여 축사하면서 불빛을 손으로 가려 보이지 않게 하고, 옆에 있는 아이들은 눈을 감고 불빛을 보지 않도록 한다. 축사가 끝나야 불빛이 보이도록 하는 관습이 있다.

안식일이 시작되면 저녁식사 시간에 ‘할라khala’라고 하는 안식일용 빵과 미리 준비한 새 포도주로 만찬을 갖는다. 먼저 ‘키두쉬’라 불리는 의식으로, 안식일을 위한 포도주를 한 잔 가득 채워 손에 들고 집안 어른이 규례대로 축사하고 가족이 돌려 마신다. 안식일 빵은 소금과 함께 먹는 풍습도 있다.
이런 관습들은 전통적으로 규례가 되어 계승되어 온 것이고, 성경에는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세부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안식일을 지키는 관습이나 형태에 관해 일부분에 의견을 달리하는 유대인들도 있다.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안식일에 전혀 안식하지 못하는 유대인들
얼마 전, 한 유대인 친구와 함께 안식일에 초대를 받아 유대교인들의 저녁 식사 자리에 간 적이 있다. 대략 백 명쯤의 손님이 모였는데, 이방인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안식일을 위한 많은 음식들이 종류별로 주방에서 계속 나왔다. 깜짝 놀란 것은, 모든 음식을 아주머니 두 사람이 안식일이 시작하기 직전에 다 예비했다는 것이다.
그 집 주인은 부자 종교인으로 안식일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서 안식일을 풍성히 즐기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 같이 갔던 친구의 소원은, 자기도 부자가 되어 그 사람처럼 안식일에 사람들을 많이 초청해서 풍성히 베풀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집 아주머니가 안식일용 음식을 준비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힘드니까 일꾼을 고용하자고 했는데, 남편이 안식일을 위한 봉사와 정성을 강조하며 거절해서 싸웠다고 한다.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은 특별한 날이 분명하다. 하지만 예루살렘에서 살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거의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안식일에 전혀 안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안식일이 시작되는 밤에 복도의 자동 점등을 거부한 어느 유대인 아주머니가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져 굴러서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있기도 했고, 귀가가 늦은 어느 유대교인이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길 가운데에 세워두고 간 자동차 때문에 경찰들이 출동해 애를 먹는 경우도 보았다. 모든 호텔이나 고층아파트에서는 안식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작동해 탑승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층마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혀서 많은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안식일의 주인인 예수님을 배척하는 유대인들
하나님이 안식일을 주신 참된 목적은, 우리 마음이 예수님 안에서 안식하는 것이다. 안식일을 통해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참된 안식인 죄 사함의 구원을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임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악한 선지자이며, 그 가운데 괴수로 규정했다. 그들이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로 서너 가지를 꼽는다. 즉, 예수님이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유대인들만의 세계를 범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첫째는 성전을, 둘째는 안식일을, 셋째는 하나님의 유일한 신성을 범했다는 것이다.
예수님 시대에 유대인들에게 가장 거룩한 장소인 성전 방향으로는 화가 나도 웃으며 그 쪽 방향으로는 절대 욕이나 어떤 저주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수님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삼일 만에 다시 일으키겠다.”고 하셨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성전을 헐라고 하신 부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또 하나는, 유대인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날인 안식일에 대해 예수님이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시며, 당신이 안식일보다 더 높다고 나타내셨다. 유대인들은 안식일보다 위에 계신 예수님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셋째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곧 하나님이라고 하며,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당신을 하나님과 하나라고 선포하신 것을 유대인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들자면, 레위기 17장에서 ‘피를 먹지 말라’고 명하셨다. 그런데 예수님은 잡히시기 전 마지막 만찬에서 “이는 죄 사함을 위해 흘리는 내 피니 받아 마셔라.”고 한 것이다. 이 부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지금도 유대인들은 말하고 있다.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기에
2천 년 전,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법에 매여 쉼이 없는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이 안식일보다 높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시며 법에 매여 있는 많은 유대인들에게 안식을 주셨다.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시고 안식일은 예수님 아래 있기에 어떤 유대인이든지 예수님을 만나 구원을 받으면 안식일을 지켜야 한다는 법에서 벗어나 마음이 참된 안식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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