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깨끗하게 해주는 파리 하수도 박물관
도시를 깨끗하게 해주는 파리 하수도 박물관
  • 이가희
  • 승인 2017.03.3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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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는 늘 관광객으로 붐벼요. 그 바람에 쓰레기와 오물로 거리가 몸살을 앓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걱정할 필요 없어요. 파리 전역에 설치된 하수도가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해 주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파리를 깨끗하게 해주는 파리의 하수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파리하수도박물관을 소개할게요.

취재|윤성진(프랑스 16기 해외봉사단원)

 

혹시 빅토르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본 적이 있나요? 소설의 주인공 장발장이 쓰러진 마리우스를 구출한 뒤 하수도로 도망치는 장면이 나와요. 소설 배경이 된 그 하수도가 지금은 파리에서 유명한 박물관이 되었어요. 박물관을 방문하는 날은 비가 많이 내렸지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수도 박물관을 찾아갔답니다. 파리 하수도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잘 설치되어 있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호기심 많은 키즈마인드 친구들도 파리 레지스탕스 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도 박물관에 꼭 와보세요.

배설기관 같은 파리의 하수도

220년 전, 나폴레옹 3세 때 하수와 각종 오물로 파리는 심각한 몸살을 겪었어요. 그러다가 19세기 후반 센 주의 오스망 지사가 도시 계획을 했어요. 토목 기술자 벨그랑Belgrand이 파리 시내를 재개발하면서, 근대식 하수도를 만들었어요. 파리 시내에만 약 2,100킬로미터의 복개 하수도 망이 있어. 이런 하수도가 인체의 배설기관처럼 오물과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해요. 정말 어마어마하지요?

사람들은 프랑스 파리하면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성당같이 멋진 건축물과 센 강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려요. 관광 대국답게 프랑스를 찾는 여행객들로 파리가 붐비지만, 가끔 거리에는 여행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가득 찬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프랑스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독특한 청소 방법이 발달했어요. 그게 바로 하수도 거리 청소에요. 청소부는 빗자루로 쓰레기를 모아서 하수도 구멍으로 넣어요. 이렇게 모인 오물이 하수 물길을 따라 처리 과정을 거치면 완벽하게 분리돼요. 처리 과정을 통과한 80퍼센트의 깨끗한 하수는 다시 센 강으로 흘려보내져요. 나머지 20%의 하수는 파리 시내를 청소할 때 사용하기 위해 다시 파리 시내로 옮겨진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신기하지요? 상상했던 것과 달리 하수도 안에는 정말 많은 일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마치 우리 몸에 있는 소화·배설기관들이 음식물을 분해해 잘 처리해주는 것처럼요.

 

하수도에도 번지가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작업하는 인부들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하수도를 청소하는 큰 구슬도 모형으로 축소해 전시되어 있어요. 파리 도로의 모퉁이에 길거리 이름과 번지수가 적혀 있듯, 지하 하수도 통로마다 지상과 똑같은 주소가 적혀 있지요. 수리공이 지나가면서 각 건물의 배수 구멍을 살펴보면서 누구네 집의 하수도 시스템이 막혔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해요. 파리 하수도 구멍에 반지나 시계, 열쇠 꾸러미를 빠뜨렸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하수도 박물관으로 연락해 길거리 이름과 번지를 알려주면 담당자들이 아주 친절하게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줘요. 정말 고맙지요? 더 신기한 것은 파리에는 전신주가 없어요. 전기선과 통신망이 모두 지하 하수도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아름다운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하수도 박물관에는 쥐들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해서 쥐 모형도 있어요. 생활하수와 청소한 물이 쓰레기 더미와 함께 하수도로 흘러들고, 이런 쓰레기가 분해될 때 쥐들이 큰 몫을 담당했대요. 수리공들이 일할 때 쥐들이 달려오면 ‘아! 저 앞에 위험한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수리공들은 그런 사인을 경고로 받아들여 위험을 피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가스가 나오거나 뱀과 같은 위험한 동물이 나온 적도 있어요. 40년 전에는 악어가 나타났대요. 물론 악어는 동물원으로 옮겨졌지요. ^^

처음에는 생소했던 하수도 박물관. 나는 하수도 직원 아저씨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어느새 하수도 냄새도 잊을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와 광경에 푹 빠졌어요. 지하에 있어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수도지만 파리의 생활에 얼마나 유익한지 알겠죠?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저분한 것을 분리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건 꼭 우리 마음과도 같아요. 우리 마음도 밝고 깨끗하게 살려면 어두운 생각과 더러운 죄를 구분해서 버려야 하니까요. 아름다운 파리를 더욱 아름답게 유지하려고 했던 선조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나요? 나 역시 하수도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파리 하수도에서 일하는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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