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사람의 소리
내 속사람의 소리
  • 김주원 기자
  • 승인 2017.05.3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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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에세이

나는 구원받기 전까지 20년 동안 사업을 했다. 직원으로 일해 본적도 없고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으

 

면서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했다. 현재는 선교회 산하 기관인 기쁜소식사에서 평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시간을 맞추어 하는 직장 생활은 숨이 턱턱 막히는 힘든 장벽이었다. 몸에 익숙해지기까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날 아침은 출근하는 길이 유난스레 피곤했다.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올라왔다. 차는 왜 이렇게 막히는지….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는~음~음음~” 순간 깜짝 놀랐다. ‘지금 내가 뭘 한 거지?’ 나는 노래하는 것을 싫어해서 노래를 읊조린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가사도 모르는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쉽다. 가사만 다 알면 차 안에서 목청껏 부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왜 내가 다른 두 마음을 같이 원하는 거지?’ 정말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깊이 생각에 잠겼다.
‘아하! 내 안에서 영이 찬송하며 기뻐하는구나! 내 몸은 피곤해 하지만 내 영혼은 지금 가는 이 길을 즐거워하는구나.’ 그날 나는 내 안에 있는 거듭난 형체를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 속마음이 기뻐하는 것에 마음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몸이 피곤하다고 투덜대던 소리가 금방 사라졌다. 그 후로도 나는 두 가지 소리가 같이 들리는데, 내 안의 영이 하는 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된다.
하루는 친한 동생과 얘기를 나누었다. “예배 때가 아니더라도 목사님 얼굴도 뵙고, 한 번씩 놀러와.”라고 했다. 그러자 본인도 그러고 싶지만, 바빠서 예배에 자주 빠지다 보니 ‘무슨 염치로 그렇게 해? 목사님을 뵙고 자매들을 만난들 주눅이 들어서 말도 안할 거면서…. 다음부터 예배라도 잘 참석하면서 그때 뵙지 뭐.’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에게는 두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 마음이 느껴지는 게 맞아. 하나는 영의 마음이고 하나는 육의 마음이야. 우리 거듭난 영은 살아 있기 때문에 교회에 가고 싶고, 목사님도 뵙고 싶고, 무의식적으로 찬송도 부르고, 말씀을 들으면 힘도 나는 거야. 늘 육체를 위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교회를 사모하지 않는 건 아니야. 육의 소리는 그냥 내버려두고, 네 안에 교회에 가고 싶고 말씀을 듣고 싶어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라며 지난번 출근하면서 나도 모르게 찬송을 불렀던 일과 사도 바울이 영을 거스르는 육체를 두고 이야기했던 로마서 7장을 읽어 주었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롬7:22~8:1)
이야기를 듣던 동생의 마음이 밝아졌다. “언니, 내 육신이 뭐라고 하든 내버려두라는 말이지? 나도 내 영이 즐거워하는 걸 해야겠어. 목사님도 보고 싶고, 간증도 하고 싶고, 영의 소리를 따라 자유롭게 할 거야. 정말 기쁘다. 우리가 구원받았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신앙생활을 잘해 보려고 할 때가 있었다. 내 안에 영과 육체가 바라는 것이 완전히 다른데도 하나의 모양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어 보려고 할 때가 있었다. 두 음성을 한 모양으로 갖추려는 어리석음에 시간을 허비했다. 육은 항상 영을 거스르고 악하다는 것을 정확히 보고서야 그만둘 수 있었다. 사단은 나의 육체를 이용하여 나를 생각에 옭아매었다. 나의 육체는 나를 침륜에 빠지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주님을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는 빛나는 도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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