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칸타타, 켄트] 최악의 테러도 막지 못한 칸타타의 열기
[북미칸타타, 켄트] 최악의 테러도 막지 못한 칸타타의 열기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0.06 0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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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59명, 부상자 527명. 지난 10월 1일 밤 10시 미국 라스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전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는 21세기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들 가운데 가장 큰 피해다. 라스베가스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학교들도 방과후 활동을 일제히 중단할 정도로 총기난사 사건의 남긴 파장은 컸다.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공연팀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지나온 입국심사장의 분위기는 전보다 훨씬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심사시간도 더 오래 걸렸다. 소품과 세트를 싣고 다니는 트레일러 트럭 역시 평소보다 더 엄격한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다.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 첫 칸타타가 열리는 워싱턴 주 켄트로 향하면서 공연팀은 절로 마음에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칸타타에 오려던 관객들이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까?’ 실제로 4일 아침 일찍 공연장인 쇼웨어센터(ShoWare Center)에 도착한 스태프들은 공연장측 보안요원들의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은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한 보안요원은 ‘6,5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한 쇼웨어센터는 아이스하키 경기도 자주 열리는 큰 시설이기 때문에 시민들도 이런 절차를 거친 후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몇몇 시민들은 ‘총기 사건 이후 요원들의 검문검색이 더 엄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칸타타 공연장인 쇼웨어 센터 앞에 몰려든 시민들. 작년에도 이곳에서 칸타타가 열렸다.

평소처럼 새벽같이 식사를 마치고 무대설치 작업에 임하면서도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은 내심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시민들이 몇이나 올까?’ 하지만 그런 염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공연시작 1시간 15분 전인 오후 5시 45분부터 몰려든 시민들은 불과 30분 만에 ‘ㅅ’자 형태로 두 줄로 나뉘어 섰다. 줄 하나의 길이는 150미터가 넘었다. 관객들은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평온한 모습이었다. 교회로 찾아온 칸타타 홍보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감명받아 교인들과 온 시민, 가족 단위로 온 시민, 작년 공연을 보고 올해 또 보고 싶어 온 시민 등 저마다 사연도 각양각색이었다.

밴쿠버에 이어 켄트에서도 칸타타를 보러 몰려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일곱 이나 되는 자녀들을 데리고 참석한 유리. 함께 온 큰아들은 쑥스럽다고 화면 오른쪽으로 빠져나갔고, 열아홉 살 둘째 딸은 오는 중이라고 했다.

“며칠 전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저는 그럴수록 오히려 칸타타에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아니면 그런 문제나 고통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불완전하고 문제가 생깁니다. 예수님이 우리 인생의 소망이 되십니다.”(유리)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칸타타에 참석했다는 돈 클리블랜드 할아버지. 오른쪽은 그의 딸, 왼쪽은 딸의 친구다.

“그라시아스의 칸타타는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작년에는 아내랑 왔는데, 정말 즐겁게 관람했었죠. ‘무료입장인데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공연을 만들어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도 기대됩니다.”(돈 클리블랜드)

작년에 칸타타를 관람하며 주님을 만났다는 조지 맥도날드(왼쪽).

“사건이 있었지만, 칸타타에 오는 데 대해 전혀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도 그라시아스의 연기, 노래,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모든 데 대해 감명을 받았거든요. 관람을 마치고 공연장을 나올 때는 주님과 함께 나오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항상 선한 일을 허락하시기에 우리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고, 당신께로 더 가까이 인도하십니다. 우리 지혜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하나님을 인정하면 늘 저희를 인도하시지요. 그걸로 충분합니다.”(조지 맥도날드)

보안요원들로부터 금속탐지기 검색을 받는 시민들.
 
공연이 시작된 지 30분 가까이 지났는데도 관객들의 행렬은 끊어질 줄 몰랐다.

공연이 시작될 때만 해도 드문드문 빈 곳이 보였지만 1막이 끝날 무렵에는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연장을 채운 시민들 중에는 수젯 쿡(Suzette Cooke) 켄트 시장도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에 올라 축사하는 켄트 시의 수젯 쿡 시장.

“올해도 칸타타가 저희 켄트 시에서 열려 신이 납니다. 작년에 저희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관람했는데, 어머니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생애 최고의 공연’이라며 칸타타를 극찬하셨거든요. 어머니는 바이올리니스트셨는데 교향악단에서 활동하신 적도 있거든요."

쿡 시장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90세 노모를 모시고 와 맨 앞줄에서 끝까지 칸타타를 관람했다.

칸타타는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넘어 사랑과 기쁨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라스베가스에서 하는 칸타타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라스베가스야말로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통한 부활과 긍정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라시아스가 어느 도시를 가든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이야기의 참 의미를 전달하길 바랍니다.”(수젯 쿡 시장)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켄트 칸타타 공연도 3,800여 명의 시민들로 만석을 기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로 뛰며 행사를 알린 타코마교회 성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코마교회 성도들은 이번에 10만 장의 초청편지를 돌렸다. 10개로 팀을 짜서 600여 곳의 교회를 돌며 칸타타와 기독교지도자모임(CLF)도 알렸다. 그 중 20개 교회에서 행사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었다. 

칸타타에 앞서 진행된 기독교지도자모임(CLF)에는 60여 명의 외부 목회자가 와서 말씀을 들었다.
기쁜소식타코마교회 박주평 선교사

“형제 자매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홍보할 수 있다는 것부터 참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박옥수 목사님께서 열왕기하 5장의 군대장관 나아만에 대한 말씀을 전해주셨는데요. 나아만의 집에 간 작은 계집아이가 마치 아람나라에 간 선교사처럼 느껴졌고, 이 칸타타야말로 내 마음에 그리고 켄트 시민들의 마음에 행복, 소망, 믿음을 전하는 선교사처럼 여겨졌습니다. 홍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아름답게 해결해 주셨습니다. 우리로서는 가질 수 없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이번 칸타타를 본 시민들의 마음에 정확한 하나님의 말씀이 자리잡길 바랍니다.”(박주평 선교사/기쁜소식타코마교회)

 
 

타코마교회의 어느 성도는 생각 외로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후원에 동참해 주어 깜짝 놀랐다고 간증한다. 칸타타가 전하는 그리스도의 탄생이 시민들의 마음에 심어주는 기쁨과 행복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칸타타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다는 수잔 카르멘.

“박방원 목사님은 하나님이나 그리스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알아듣기 쉽게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마음에도 감동을 받았어요.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 꼭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랑하시는 아버지, 베푸시는 아버지이시며, 우리와 세상 모든 죄를 사해주시는 분입니다.”(수잔 카르멘)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이번 라스베가스 테러. 하지만 그 테러도 크리스마스칸타타를 통해 역사하길 바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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