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 최은성(기쁜소식 푸에르토리코교회 선교사)
  • 승인 2018.07.17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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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의 오늘 17 | 푸에르토리코

2017년 9월,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사망자가 무려 4,645명에 달했다.
많은 국민이 나라를 떠났고 지금도 떠나고 있지만 최은성 선교사는 위기 속에서도
20여 곳의 대피소를 찾아다니며 절망이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에 소망을 심고 복음을 전했다.
‘하나님이 이 나라에 큰 복음의 역사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신 하나님의 종의 음성이
그의 마음에 있기에 오늘도 발을 내디디며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340여 만 명이 사는 미국령의 섬나라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이지만 다른 중남미 국가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국제대회에는 푸에르토리코 이름으로 출전하고 국방, 외교, 통화는 미국이 관할한다. 주민들은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 선거권은 없고, 자치 정부는 푸에르토리코 국민이 선출한 주지사가 운영하고 있다.
2015년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 산티아고시 힐베르토 세루제 시장님의 소개로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시 까를로스 몰리나 시장이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시 체육관에서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캠프를 가졌다. 그 후 교회가 개척되었고, 2017년 5월 12일 우리 가족이 파송되었다. 그동안 단기비자로 3개월씩 두 차례 살다가 얼마 전 한국에서 미국 종교 비자(2년 6개월짜리)를 받고 2018년 3월 27일 입국하여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번 일은 좋은 일이야”
2017년 9월 20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섬 전체를 할퀴고 갔다. 전기공급 및 상하수도시설,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었고 섬 전체에 전기가 끊기는 블랙아웃을 겪기도 했다. 우리 집도 47일간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고 21일간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았으며 10일가량은 통신이 완전히 끊긴 채로 지냈다. 미국에서 구호 물자가 도착하기까지 약 2주간은 모두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식수 문제가 가장 컸다. 이웃집 아저씨는 물 한 잔을 달라고 우리 집에 찾아오기도 했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빗물을 마시며 지내기도 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 8일 만에 어느 목사님의 도움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 북미투어 중이신 박 목사님과 극적으로 통화했다. 박 목사님은 “유라굴로 광풍이 14일간 머물렀는데, 바울이 믿음을 가졌을 때 광풍이 물러갔어. 바울과 실라가 감옥에 갇혀 어려워하고 슬퍼하다가 자정쯤 되어 기도하고 찬송했을 때, 즉 믿음을 가졌을 때 하나님이 그들을 구원하는 일을 했어. 우리는 죄인이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을 때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졌듯이 우리가 평안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도 똑같은 거야. 최 형제! 고생은 하겠지만 이번 일로 하나님이 푸에르토리코에 큰 복음의 역사를 준비하고 계실 거야. 하늘에서 주시는 것만 받을 수 있으니 이번 일은 좋은 일이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후 목사님의 말씀대로 우리 가족은 하늘에서 주시는 것으로 살 수 있었고, 20여 곳의 대피소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껏 복음을 전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나님이 저를 위해 예비하고 계시네요’
처음에는 도로 상황도 좋지 않고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아 아레시보시 인근 대피소만 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나중에는 지도를 보면서 산악지역까지 찾아가 복음을 전했다. 여러 대피소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다 보니 전도용 책자가 모자랐다. 우투아도 대피소에서는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을 한 권만 주면서 돌려보라고 했는데 서로 먼저 보겠다고 해서 순서를 정해드리기도 했다. 우리가 대피소에 찾아갈 때마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베가바하라는 지역의 대피소에서는 자동차 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가족이 복음을 듣고 기도를 받으러 왔다. 말씀을 전하자 남편이 ‘내가 볼 때는 허리케인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는데 하나님이 저를 위해 모든 것을 예비하고 계시네요.’ 하며 소망을 가지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주자라는 지역은 평소에도 길이 험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가족이 찾아가자 외국인 선교사가 찾아와서 말씀을 전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전기가 일찍 공급되었기에 생수를 얼려서 말씀을 전할 때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이 ‘금보다 귀한 얼음물을 주시네요’ 하며 감사해했다.
우리가 처음 방문했던 대피소에서 만난 미겔은 복음을 듣고 우리와 같이 여러 대피소를 다니며 기타반주로 찬양을 해주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려 성경 한 권을 간절히 부탁했던 마리아 목사님도 복음을 듣고 자신의 교회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우리 교회의 예배에 꾸준히 참석하셨다. 그 외에도 도미니카에서 이주하여 살다가 음주운전으로 구치소 생활을 2번이나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조바니가 구원받은 일, 폰세시에서 경찰에게 대피소 위치를 물어보았는데 ‘대피소에 말씀을 전하러 가냐’며 우리를 대피소까지 에스코트해 주었던 일 등등 지금도 그 지역을 지날 때마다 복음을 들었던 많은 분들과 하나님이 주신 간증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한국어 아카데미를 통해 구원받은 사람들
비자기간이 만료되어 푸에르토리코를 비우는 동안 멕시코의 신창은 형제 부부가 와서 80일가량 복음을 전하고 한국어 아카데미를 열었는데 그 가운데 20여 명이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고 마인드 교육을 받으며 마음의 세계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마인드교육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한 명씩 구원받고 주일예배에 나온다. 최근에는 회사원인 디오마라가 한국의 K-POP에 흥미를 가지고 한글을 배우다가 복음을 듣고 구원받았다. 평소에 성격이 아주 밝아 큰 어려움이 없이 자란 친구로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회에서 온 마음으로 봉사하던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서 교회에 마음을 닫고 살았다고 했다. 아레시보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까롤리나에 사는 산드라도 아카데미를 통해 구원받았다. 또 아내와 동갑이며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는 유일한 기혼자인 닐사도 구원받았다. 남편은 현재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가있고 아들 둘은 각자의 삶을 살아서 외로운 마음을 한국 드라마와 K-POP 등으로 달래다가 한글을 배우러 와서 구원받은 것이다.

1. 교회에 방문한 다섯 명의 목회자들에게 CLF를 소개했다. 2. 에드윈 목사의 교회에서 주일 저녁에 100여 명의 교인들에게 간증하는 최 선교사.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들
비자 때문에 한국에 잠시 머물렀을 때 ‘한국 교회가 하는 일에 마음으로 동참하면 푸에르토리코가 복을 받을 수밖에 없겠구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청소년부장관포럼, 교정청장포럼, CLF 등을 푸에르토리코에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허리케인 이후 대피소를 돌보고 관리하던 에드윈 목사님을 찾아가서 CLF 홍보영상을 보여주며 우리 선교회를 소개했다. 그는 영원한 속죄를 이렇게 간단 명료하게 전하는 교회가 있느냐며 놀라워했다. 본부(오순절 계통 교회)에 우리 선교회를 소개하고 한국에 가는 것을 알아보기로 하셨다.
한국어 아카데미 학생의 아버지인 다빗 목사님을 통해 오또 목사 등 다섯 분이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내 간증을 하고 말씀을 나누고 CLF를 소개하자 놀라워했다. 특히 도미니카 출신의 선교사님은 내가 대피소를 다니며 복음 전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도 선교사이지만 미처 그런 생각은 못했다.’며 우리를 후원하시고 교회 두 곳을 소개해주어 기성교회에서 말씀을 전할 길도 열렸다.

1. 최 선교사의 간증과 말씀을 듣고 마음을 활짝 연 레덴똘 기독교 라디오 마케팅 국장 까렌(왼쪽) 2. 3년 전에 푸에르토리코 월드캠프에 참석했던 마르가렛이 얼마 전 최 선교사를 만나 복음을 다시 듣고 구원을 확신했다.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살 것입니다
6월 21일 자 신문에는 허리케인 이전에는 매년 3만여 명 이상이 이 나라를 떠났고 허리케인을 겪은 2017년 한 해에는 28만여 명이 떠났다고 보도했다. 학기가 시작되는 8월 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푸에르토리코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박옥수 목사님이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여리고 성이 무너진 말씀을 전해 주셨는데 허리케인으로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동일하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들은 언제 이 나라를 떠날 것입니까?”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실 때까지 이곳에서 여러분들과 살 것입니다.”

큰 복음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최근에 푸에르토리코의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FM 104.1 라디오 레덴똘방송국을 무작정 찾아갔다. 마케팅 국장을 만나 간증하고 말씀을 전하자 ‘이런 말씀은 푸에르토리코인들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꼭 들어야 한다’며 나를 방송에 초대손님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교회 목사님께도 우리를 소개해 주었다. 2015년 월드캠프에 참석했던 마르가렛도 만났는데, 3년 전에 들었던 복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교회에 와서 다시 복음을 전하자 구원을 확신했다.
요즘도 한 번씩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수도가 끊기지만 박 목사님께서 ‘푸에르토리코에 큰 복음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우리를 통해 일하고 계신 것이 감사하고 소망스럽다. 올해도 한국에서 단기선교사를 모집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푸에르토리코에 와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한글 교실도 운영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무너진 이곳 현지인들에게 마음껏 복음을 전하며 지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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