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안에 진정한 자유를 주셨으므로
내 마음 안에 진정한 자유를 주셨으므로
  • 글 | 이상화(기쁜소식강남교회 | 중국 활동 미술가)
  • 승인 2018.12.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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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간증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20년 동안 미술을 해왔다. 항상 ‘겸손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 “이거 잘하시네요? 할 줄 아는 게 되게 많네요?” 하면 “아니에요. 저는 미술 밖에 못 해요.”라고 항상 대답했다. 스스로는 겸손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그 마음을 깨뜨려주셨다. 
미술가는 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갤러리에 찾아가서 내 그림을 보여주려고 해도 쉽게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졸업 전시는 외부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큰 기회이다. 그때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면 그만한 큰 기회를 앞으로 만나기 쉽지 않아 힘들어진다. 당연히 욕심이 많이 났고, 준비도 많이 했다.
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적는다. 그 메모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추리고 추려서 졸업 작품을 준비했는데 하는 방법마다 모두 실패했다. 나에게는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터득한 나름의 성공하는 방법이 있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다시 시도했는데 또 실패했다. 시간만 점점 없어졌다.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남기고 다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한다고 했는데 절반은커녕 20%도 안 되었다. ‘이러다가 졸업도 제대로 못하고 망신만 당하겠다.’ 하고 막막해졌다. 그때 마음속에서 스스로 겸손하다며 “저는 미술밖에 못해요.” 했던 것이 떠올랐다. TV방송에 전문가들이 15분 동안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요리 전문가라면 15분만 줘도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미술을 할 줄 알면 시간이 짧든 길든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못 하는 사람인 것을 정확히 발견했다. 내가 미술을 나름 할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래서 기도가 되었다. 
나는 그동안 기도할 때 “제가 이 그림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부터는 “하나님, 저는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려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재료들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동안 그려본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친구들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림이나, 요리나, 건축물이나 똑같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머리에 완성본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업 순서에 맞춰서 작품이 딱딱 완성되기 때문이다. 손은 계속 그리고 머리로는 ‘이 다음에 뭘 해야 하는데…’ 하면서 작업해 나간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릴 때는 방해가 될까봐 음악조차 듣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졸업 작품은 완성본이 내 머릿속에 없었다. 머릿속에 완성본이 없으니까 고민할 것도 없고 여유가 생겨 8~11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 시간 동안 매일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듣지 못한 복음강해도 듣고 주일말씀도 듣고…. 매일 말씀을 들으니까 좋았다. 그림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동안 ‘이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까?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고 재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그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게 그림을 그렸다. 
드디어 졸업 전시회가 열렸는데, 중국 학생들과 유학생 전체를 포함해 내 그림이 전시 제의를 가장 많이 받았다. 몇 년 전 대학교 졸업 전시회에서는 정말 열심히 했지만 한 번도 제의를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제일 많은 전시 제의를 받아서 신기했다.

졸업 후에 작업을 하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 하니 친구들은 직장부터 구했다. 아니면, 부모님 그늘 아래 더 있고 싶어서 박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동안 선배들을 봤을 때, 돈을 먼저 번 후 미술을 해야겠다고 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돈이 모이지 않아 여유가 없어져 결국 그림을 포기했다. 반대로 돈을 잘 번 사람은 그림을 팔아 일시적으로 얻는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싫어했다. 직장은 안정적이고 화가는 굶을 때도 있고 맛없는 밥도 먹어야 하니까 그 길을 가지 않았다. 나는 일단, 직장은 말고 그림 그리는 것을 선택한 뒤, 부모님께 “이제껏 아버지께 짐을 지워드렸는데 이번에는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같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다. 
가진 돈으로 3개월 치 집세를 미리 지불하고 그림을 그렸다. 대학원까지는 그림에 집중하고 싶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마지막까지 부모님이 빚을 내어 도와주셨는데, 결국 그마저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기도하는 법을 정확하게 몰랐던 것 같다. ‘하나님께 구하면 받은 줄로 믿으라고 그랬는데 어떻게 구해야 나한테 주시는 걸까?’ 나는 한국에 있는 목사님께 여쭤보고 주변 분들에게도 여쭤보았다. 기도는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줄 줄 알았는데 다들 “하나님이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실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신기한 것이, 박옥수 목사님이 그 주 주일 예배말씀에서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말씀하셨다. ‘아, 그렇게 하는 거구나!’ 나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돈은 계속 줄어들어 수중에 10위안(1,500원 정도)만 남았고, 하루가 지나면 전기까지 끊어질 상황이 되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자세히 말씀을 드리지도 못했다. ‘내일이면 전기도 끊어지게 돼.’ 
정말 막막할 때, 아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전에 그림 그리는 것을 보조로 도와주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주었던 돈의 두 배를 줄 테니 도와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기회인 줄 알고 혹했다가, 생각해 보았다. ‘한 달 동안 형을 도와주면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데, 하나님은 내가 무엇을 하길 원하실까?’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셨기에, 내가 돈 때문에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바로 형에게 안 하겠다고 전화하고 나서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이전 같았으면 지금 당장 저녁도 먹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무서우니까 일한다고 하고, 돈도 미리 줄 수 없냐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이 그림을 그리게 해주실 뿐 아니라 더 원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가고 싶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15분이 지났는데, 전화가 울렸다. 내 그림을 사고 싶다는 전화였다. 11월에 한국에서 전시회가 있어서 그림은 12월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 또한 괜찮다고 하면서 필요하면 돈은 먼저 보내주겠다고 했다. 물건을 받기 전에 이름도 없고 계약서도 없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화를 끊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그분이 그림을 사겠다고 결정했던 것은 졸업 전시회가 있었던 5월이었다. 하나님은 이미 그때부터 ‘상화한테 내가 은혜를 베풀어서 돈을 줘야겠다.’ 하고 예비하셨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니까 먹고 살 방법에 대해 고심했던 거였다. 아버지가 “상화야, 하나님이 다 계획하셨는데 우리가 너무 못 믿었다.” 하시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수중에 200위안(약 32,000원)이 남았을 때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20위안까지 내려가자 박옥수 목사님의 젊은 시절처럼 나도 굶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한 끼도 굶진 않았지만, 돈이 없어서인지 아무거나 다 맛있고, 마지막 끼니가 될 수도 있으니까 끼니마다 소중했다. 
예수님이 수가성의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자에게 말씀한 마르지 않는 샘물이 생각났다. 내가 스스로 물을 퍼서 마실 때에는 물이 바닥나면 다시 물을 뜨러 가는 계획을 세우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제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걱정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림 때문에 고민할 것도 없고, 돈 때문에 걱정할 것도 없고…. 현재 나는 ‘자유’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하나님이 내 마음 안에 진정한 자유를 주셨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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