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는 무기수가 아니라 목사입니다
이제 저는 무기수가 아니라 목사입니다
  • 글 | 사무엘 시둠비 은기기 (케냐, 카미티중범자교도소 목사)
  • 승인 2019.08.06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쁜소식 2019년 8월호
보배와 질그릇
(졸업식에 찾아온 두 딸과 함께)

6월 26일, 케냐의 카미티중범자교도소에서 제1회 신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이날 졸업식에는 세 개 교도소에서 신학 공부를 한 120명의 졸업생과 그 가족들이 참석해 기쁨을 나누었다.
이들은 신학과와 마인드학과에서 공부한 재소자 학생들로, 그 가운데 종신형을 살고 있는 졸업생 네 명에게는
특별히 목사로 안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안수 받은 이들 가운데 사무엘 목사는 공부하는 동안
자신이 감옥에 온 이유를 알게 됐다며, 다른 재소자들에게 복음의 빛을 전해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무기수가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귀한 복음의 일꾼들이다. 사무엘 목사의 간증을 소개한다.

 

 

부모님의 이혼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나는 4형제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고,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우리 가정에 불행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아 다투는 일이 많아지더니,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두 분이 이혼하셨다. 아버지가 알코올에 중독되어 정상적인 삶을 사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이혼은 나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우리 형제들이 함께 살 수 없게 되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어머니는 우리를 둘로 나누셨다. 큰형과 나는 아버지를 따라가야 했고, 어머니는 둘째 형과 막내를 데리고 가셨다. 얼마 뒤에 어머니는 함께 지내던 둘째 형을 작은아버지 댁으로 보내셨다.
나는 큰형과 함께 지내게 되었지만, 큰형은 나이로비에 있는 섬유공장에 이미 취직했기 때문에 집을 떠나 형수님과 함께 살았다. 집에 생활 능력이 없는 아버지와 나만 남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먹는 것은 물론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나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내 곁에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믿을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한 술과 담배와 대마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나이로비에서 직장에 다니는 큰형이 수업료를 내주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회계사로 일하시는 삼촌도 내가 중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하지만 나 혼자서 학교에 다니고, 혼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 내가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서 자연히 친구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데 학교에서 비뚠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악한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친구들 가운데에는 부잣집 아들도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대마초를 했다. 그들과 같이 어울리다 보니 나 역시 그들을 따라서 살았다. 술과 담배와 대마초를 얻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했고, 그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내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내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어두운 생활을 이어갔다.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남의 것을 훔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어 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했고, 두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렇지만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동차 절도범이 되었고, 강도가 되었다. 경찰에 잡혀서 재판을 받아야 했고, 감옥에 갇혀야 했다. 법은 냉정했다. 판사는 나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내 인생이 마쳐져야 했다.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제서야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 내가 어떤 악한 삶을 살았는지가 보였다. 나에게는 아내가 있고 예쁜 두 딸이 있었지만, 나는 오로지 내 욕망을 따라서 살았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감옥에 있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감옥에 있었다. 하루하루 마음이 불안해지고 절망이 마음을 덮어왔다.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형수였다. 그런데 감옥에서 지낸 지 9년 정도 지났을 때 케냐의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단행해서 많은 사형수들이 무기수가 되었다.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늘 드리운 삶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감옥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전히 혹독한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교도소에 개설된 신학교 과정
무기수로 지낸 지 10년이 지난 2018년의 어느 날, 우리 교도소에 신학교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신학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지원하라고 했다. 나는 신학 공부가 나에게 많은 지식을 가져다주고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꺼이 신학 공부를 하겠다고 지원했다. 당시에는 하나님이 내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신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내 마음에는 원망과 증오와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나는 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한 한 부분이었다. 신학교 수업은 신앙과 마인드 수업 두 가지로 진행되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신앙을 공부하고, 수요일에는 마인드교육을 받았다.
교도소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 일과 중에 공부할 시간을 낸다는 것도, 매번 수업 장소가 바뀌는 것도 그러했다. 특히 나를 더 어렵게 한 것은, 주변의 재소자들과 교도관들이 내뱉는 절망적인 말들이었다. “무기수 주제에 신학을 공부해서 뭐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오히려 기도하는 삶과 믿음이 굳건하게 자라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6월 6일, 나는 하나님 앞에 담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신학교 수업은 박옥수 목사님의 설교집인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의 능력이 인간의 모든 죄를 끝냈다고 했다. 성경에서는 내가 이미 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마음에서 깨달은 날은 2018년 6월 6일이었다. 그날 나는 죄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되어서 하나님 앞에 담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복음의 힘이었다. 하나님은 우리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또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 하셨으니”(히 10:17)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오신 예수님이 세상 죄를 지고 가셨기 때문에 내 마음에 더 이상 죄가 없었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가로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요 1:29)

율법을 지켜서 복을 받으려고 했던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마태복음 7장 21절에서 예수님이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날 성경에서 이 말씀을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이교도들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라, 교회에 다니고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신 것이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왜냐하면 법이 있으면 죄가 성립되기에, 율법 아래 있는 사람은 율법을 온전히 지켜야만 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라도 어기면 저주를 받는다. 전에 나도 율법을 지켜서 복을 받으려고 했다. 율법을 지켜서 하나님 앞에서 떳떳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죄는 더 커져갔고 예수님과의 사이는 멀어졌다. 교회에 다녔지만 항상 죄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렇게 살았던 날들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율법을 지켜서 하나님 앞에 담대히 서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의지하여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면서 오래 전부터 마지막 때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구원의 확신이 없었기에 행여라도 심판의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나는 원수의 손에서 나왔기에 두려움이 없다. 나는 거룩하고 의로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죄책감과 증오가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이
죄 사함을 받은 후 내 마음과 삶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두려움과 고통, 죄책감과 증오가 사라지고 마음에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찼다. 예수님이 끊어진 나와 하나님 사이를 이어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다. 이제는 하나님이 얼마든지 나를 위해 일하시고 나를 인도하실 수 있다. 그러니 내 마음과 삶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 옆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강도나 38년 된 병자는 구원받기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과 은혜로 가능했다. 지금 내가 담대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내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내 모든 죄가 씻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롬 10:9)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말씀들이 나에게 힘과 소망을 계속 주었다.
마인드교육도 내 마음을 새롭게 해주었다. 교재인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가지고 마인드교육을 받은 후로 부정적인 생각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쓸데없는 증오나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생이 바뀌고, 사고방식이 바뀌고, 말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지난 1년 동안 신학과 마인드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내가 더 이상 죄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전에는 내 삶이 왜 그렇게 어두웠는지, 내가 왜 감옥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감옥에서 나는 영원한 속죄를 받은 행복과 기쁨을 얻었다. 감옥에서 진리를 알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내가 교도소에서 신학과 마인드교육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작할 때에는 몰랐지만 상상할 수 없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내 인생이 바뀌고, 사고방식이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말하는 태도도 부정적인 방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어서 그동안 증오했던 사람들과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나는 내 삶에 큰 축복과 기쁨과 감사를 가져다준 복음을 재소자들뿐 아니라 교도소 직원들에게도 전하고 있다. 내가 전하는 복음이 그들의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바꿔주는 것을 본다. 내가 할 일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고, 그들이 구원받는 것은 하나님이 이루실 것이다.

이제 나의 소원은…
지난 6월 26일에 가진 졸업식에 두 딸이 와서 행복했다. 딸들에게 내가 해준 것이 없기에 부끄러운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딸들에게 죄 사함의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하나님이 딸들을 무척 사랑하시고 평생 보살펴 주실 것이다.
이제 나의 소원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고 예수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주의 일에 헌신하고 싶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고, 내가 있는 곳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의 내가 있게 인도해준 최재혁 전도사님, 피더슨 목사님, 헨리 목사님, 그리고 신학교와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사랑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둠에 잠겨 있는 다른 많은 재소자들에게 다가가주시길 바라고, 그 일을 하는 모든 부분을 하나님이 축복해 주시기를 바란다.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