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르호봇'넓음'이라 하였더라!
그 이름을 르호봇'넓음'이라 하였더라!
  • 김도현(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회 선교사)
  • 승인 2019.11.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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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 (제11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회는 구원받는 사람들이 늘어나 예배당을 새로 지어야 했다. 그런데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부딪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새 예배당 건축 과정의 간증을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박옥수 목사님은 ‘신앙은 회개와 믿음으로 이루어진다’고 강조하신다. 하나님과 인간은 그 길이나 생각이 전혀 다르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믿으려면 먼저 내 생각을 버리는 회개가 필요하고, 이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 것이다. 박 목사님은 누구와 상담하든지 그가 성경 말씀을 믿으면 그 말씀대로 될 것을 믿으셨다. 그런데 나는 어떤 부분은 믿지만, 어떤 부분은 믿지 못했다. 말씀과 다른 생각이나 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런 나에게 말씀을 그대로 믿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알게 하셨다.

좁아진 예배당
부에노스아이레스 예배당은 건축한 지 13년 정도 되었다. 새 건물이지만 성도들이 늘면서 주일이 되면 최대 280명 정도만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고, 나머지 50여 명은 1층 주차장을 개조한 곳에서 텔레비전 모니터로 말씀을 들어야 했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배당을 옮기려고 땅을 알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쌌다. 어느 날  카를로스 멜갈 장로님이 한 변호사를 데리고 왔다. 그가 땅을 보여 주었는데, 위치도 괜찮고 넓어서 무척 좋아 보였다. 3천 평 정도로 4억여 원을 요구했다. 박 목사님에게 말씀드리니 2억 원 정도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이야기하자 상대가 허락하여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형제들이 여러 가지를 조사하더니 사기 같으니 계약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하나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몇 달 뒤, 미국에서 교사들을 초청해 영어캠프를 가졌다. 예배당은 사람들로 붐비고 소란스러웠다. 여름이라 주변 집들에서는 창문을 열어놓고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차와 쓰레기 문제로 많이 불편해했다. 하루는 그로 인해 이웃 사람들과 다툼이 생겼다. 밤 11시가 넘어서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내가 나갔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건물 안에 던져서 난장판이 되었다. 싸움을 말리러 나갔다가 나도 화가 나서 당장 치우라고 소리쳤고, 내 눈치를 보고 있던 선교학생들과 이웃 사람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곧 경찰이 오고 몇몇 형제와 이웃 사람들이 경찰서로 불려갔다.
그날 밤 나는 빈 예배당에서 늦게까지 기도했다. 다툼의 원인을 생각해 보니, 결국 큰 예배당을 준비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하나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우리도 넓은 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

망하더라도 이 일을 진행해야 한다
다음날 아침, 이웃과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장로님을 변호사에게 보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사사로운 분쟁도 변호사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변호사를 만나고 온 장로님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이유인즉, 장로님이 변호사에게 ‘이 일은 예배당이 좁아서 생긴 문제고, 얼마 전에 어느 부지를 보았는데 사기성이 많아서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하자 변호사가 그 땅에 대해 직접 알아보고 땅 주인과 그의 변호사 연락처를 알아봐 주었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에는 땅이든 건물이든 어느 곳에 20년 이상 거주하면 거주자에게 소유권이 생기는 법이 있다. 그 땅은 원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청 주택과 소유였으나 땅을 40년 이상 관리한 사람이 있어서 소유권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과 만나서 우리 측 변호사의 권고로 3천 평이 아니라 6헥타르(약 1만 8천 평)를 65만 달러(약 7억 5천만 원)에 계약하기로 했다. 많이 부담스러웠다. 주위 사역자들에게 이야기하자 왜 어려움을 자처하느냐고 만류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 일을 진행하려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일을 안 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밤새도록 생각했다.
창세기 26장 22절에 르호봇이 나온다. 우물로 인해 그랄 목자들과 이삭의 목자 사이에 시비가 생겼을 때 이삭이 그 우물을 ‘에섹’ 곧 ‘다툼’이라고 칭했고, 다른 곳에 우물을 팠지만 또 다툼이 생겨 ‘싯나(대적함)’라고 했으며, 또 옮겨서 우물을 파자 더 이상 다툼이 생기지 않아 그 우물 이름을 ‘르호봇(넓음)’이라고 했다.
‘이웃 사람들과 다툼이 생긴 것은 넓은 곳으로 옮기길 원하셔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이구나.’
아무도 없는 예배당 강대상 뒤에 작은 등을 켜고 성경과 노트, 박 목사님의 간증집 <겨자씨 한 알>을 펴놓고 창세기 26장 말씀을 읽으며 목사님의 간증과 비교해 보았다. 새벽녘에 마음이 정리되었다. 박 목사님은 평생 하나님이 돕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길을 걸어오셨는데, 하나님이 한 번도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도우셨다. 나도 하나님이 돕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간다면 하나님이 도우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하나님만 바라보라고 하신 것이다
계약을 진행했다. 양측 변호사의 진행으로 6헥타르를 65만 달러에 권리를 넘겨받기로 했다. 교회의 중고 승합차를 팔고 물질을 좀 더 모아서 10만 달러를 주고 계약했다. 곧 양쪽 변호사가 동행한 가운데 형제 자매들과 함께 부지에 가서 제초 작업을 하고 음식도 나눠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수많은 경찰 차량이 몰려오더니 무장한 경찰들이 뒤에 출동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경찰들이 제초 작업을 하던 형제 자매들을 포위했다. 우리는 차분하게 함께 찬송을 부르며 기다렸다. 변호사들이 경찰 간부들에게 우리를 저지하는 법적 근거를 요구하자 그들이 답변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형제 자매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문제가 있는 땅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일까지 발생할 줄은 몰랐다.
좋은 위치에 있는 넓은 땅이 그때까지 비어 있었던 이유가 많았다. 그 땅을 소유하려는 공권력이 있어서 아무도 건축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땅은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경계를 벗어나 다른 시에 있었다. 그래서 그 시에서도 땅을 차지하려고 했다. 40년 동안 땅을 지킨 사람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땅에 대한 권리를 우리에게 팔고, 경찰은 건축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땅을 우리가 계약한 것이다.
성경을 보았다. 사무엘상 17장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의 하나님은 살아 계셨고 골리앗의 신은 죽었기에 백 번 싸워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말씀을 읽었다. 경찰들이 무장하고 우리를 저지하는 모습이 마치 골리앗처럼 보였다. 그때까지 하나님이 나를 인도해 주신 것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았다. 죽을 고비를 넘었던 일과 아르헨티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 하나님은 내 마음에서 살 소망을 끊으신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만 바라보라고 하신 것이었다.
“우리 마음에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뢰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뢰하게 하심이라.”(고후 1:9)
하나님의 도움이 아니면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없었으나 하나님만이 나의 도움과 위로가 되셨다. 사탄이 주는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 일도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기게 하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건물을 빨리 짓는 것이 관건이었다
땅을 계약한 후 재판이 진행되길 기다리며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기간에 아르헨티나 남쪽 빙하가 있는 주州에 속해 있는 작은 도시의 시장님이 주택 부지를 교회에 기증해, 500평 가까운 땅에 IYF 센터를 지었다. 1년 6개월 정도 건축하는 동안 형제들이 훈련을 받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새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게 하나님이 준비시켜 주셨다. 건축비도 많이 들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감당할 수 있었다. 또한, 마약에 빠져 있던 여러 청년들이 구원받았다.
공사를 마치고 20여 명의 형제들이 2017년 5월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당장 거할 숙소부터 준비해야 했다. 큰 컨테이너 두 개를 새 예배당 부지에 놓고 숙소를 만들어 거주하기로 했다. 1년 전에 제초 작업을 했다고 경찰이 출동하고 마찰이 있었기에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진행하기로 했다. 컨테이너를 실은 큰 트레일러 차량이 새 예배당 부지로 들어오고 컨테이너를 예배당 부지에 내려놓으려고 했을 때 경찰이 왔지만, 거주하고 있는 주인이 허락한다고 사인하자 그렇게 하도록 해주었다.
그곳에 숙소를 꾸며서 전도자 세 가정을 포함해 18명이 거주했다. 그곳에 천막을 치고 형제들이 상주하면서 새로운 주인이 왔음을 주위에 알렸다. 그곳은 워낙 넓고 숲이 많아서 주로 범죄자들이 경찰을 피해 도망하는 장소였다. 밤만 되면 총소리가 많이 들렸지만 우리가 상주하면서부터는 그런 일이 없고 주변 환경도 바뀌기 시작했다.
상수도와 전기를 끌어오는 일을 먼저 했다. 70여 개의 전봇대를 밤새 설치하고 전기를 연결했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형제들이 삽으로 땅을 파서 수도를 연결했다.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땅은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었기에 건축을 신청할 근거가 없어서 먼저 그런 일들을 시작했다.
이제 중요한 일은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은 절대 허물 수 없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기에 건물을 빨리 짓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우리는 새 부지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한번은 시청에서 보낸 무장 경찰들과 대형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들어와서 우리 공사를 막고 건물을 허물려고 했다. 형제 자매들이 함께 막았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리라. 이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니라.” (수 14:8)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이 도우신다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했다. 몇 달이 걸려 작은 부엌을 지었다. 그 땅에는 숲과 공기가 좋고 유익한 식물들과 나무들이 많아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형제 자매들이 모두 무척 좋아했다.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사탄은 내 마음에 수시로 두려움을 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말씀을 의지해서 그런 생각을 버리고 싸웠다. 말씀에서는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를 도우신다고 했다. 시청이나 경찰들이 우리를 막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공사를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냥 돌아가곤 한다.

이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작은 식당 건물의 지붕을 만드는 날, 경찰서장이 무장경찰들과 함께 다시 땅에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형제 자매들이 마음을 합하여 경찰들을 막으며 지붕 작업을 마쳤다. 건물이 완공되니 경찰은 더 이상 막지 않았다. 그 뒤로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건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일 오후에는 그곳에서 야외 예배를 드렸다. 성도들 모두 기뻐하고 감격해했다. 예배 후에는 같이 일도 하고 청소도 하고 운동도 했다. 아이들도 좁고 답답한 건물 안에 있다가 넓은 숲에서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놀았다. 봄이 되어 뽕나무에서 오디를 따먹어서 입술이 새까맣게 물든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우리는 주일마다 그곳에서 야외 예배를 드렸다.
6헥타르가 되는 넓은 땅이 이제 우리가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땅이 되었다. 민수기 14장 8절 말씀대로 약속을 이루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 후에 하나님은 더 놀랍게 역사하셨다. 그 간증을 다음호에 이어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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