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카리브 바다와 정열적인 사람들, 도미니카공화국
푸른 카리브 바다와 정열적인 사람들, 도미니카공화국
  • 이주애 (도미니카 14기 해외봉사단원)
  • 승인 2019.11.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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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키즈마인드
지구촌 한 바퀴

 

서인도제도의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서인도제도의 히스파니올라 섬 동부에 위치한 나라야. 카리브 해에 있는 나라 중에서 쿠바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나라란다.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크기이고 인구는 1,074만 명 정도야. 그 중 73%가 백인과 흑인의 혼혈이라고 해. 1492년에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이후로 에스파냐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했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스페인어를 사용해. 에스파냐로부터 독립을 한 뒤에는 섬 서쪽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티의 침략을 받는 등 아픈 역사가 많았어.
도미니카는 아름다운 해변과 다양한 축제의 볼거리가 풍성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로 유명해. 대표적인 라틴 민속춤인 메렝게와 바차타의 탄생지라 어딜 가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단다. 오랜 식민지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난도 심하고 억압받고 살아왔지만, 낯선 사람들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여유와 순수한 매력이 가득한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이모저모

대표적인 카리브 해의 휴양지
도미니카공화국은 카리브 해 여러 나라들 중에서 물가가 저렴하고 자연환경이 뛰어나다고 해. 그래서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야. 특히 신혼여행을 많이 오는 곳이지. 수도인 산토도밍고, 북쪽의 라로마나, 동쪽의 푼타카나가 대표적인 도시인데, 카리브 해 특유의 깨끗하고 환상적인 해변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국민들의 열정을 담은 메렝게
쿠바에 살사, 브라질에 삼바, 아르헨티나에 탱고가 있다면 도미니카에는 메렝게가 있어. 농부들이 일하면서 부른 노동요에서 시작된 메렝게의 리듬과 춤은 도미니카 국민들의 감정을 잘 담고 있어. 두 사람이 가까이 빙빙 돌면서 춤을 추는데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두 박자의 리듬에 맞추다 보면 즐거움이 두 배가 되지. 그래서 음악이 나오면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겁게 춤을 춘단다. 2005년부터 11월 26일을 ‘메렝게의 날’로 지정하여 여러 도시에서 메렝게 축제를 열어.

세계 최대의 야구선수 수출국
도미니카 사람들은 야구를 무척 좋아해. 아이들이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막대기를 휘두르며 야구를 즐겨.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축구에 열광할 때에도 이곳은 야구를 즐긴단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세계 여러 나라에 도미니카 선수들이 나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야구선수 수출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야.

특이한 대중교통 수단 콘초
도미니카에는 특이한 대중교통 수단이 있어. 바로 콘초야. 최대 7명까지 탈 수 있는 합승 택시 같은 것인데, 요금은 20페소로, 한국 돈으로 500원 정도야. 한국에서 1990년대에 사용하던 차도 쉽게 볼 수 있어. 종종 한글이 쓰여 있는 차를 보면 정말 신기해. 재미있는 것은 콘초들은 꼭 어디 한 군데씩 고장이 나 있다는 거야. 창문이 없다든지, 문이 한쪽으로만 열린다든지….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콘초에 타라고 손짓을 해. 한번은 콘초를 탔는데 그날따라 양쪽에 뚱뚱한 사람들이 타서 샌드위치가 된 것처럼 꽉 끼어 앉았어. 그런데도 콘초가 좋은 점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져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야. 그 덕분에 스페인어가 금방 늘었어.

 

주는 것의 행복을 발견한 곳

어렸을 때,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 <행복한 왕자>를 읽은 적이 있어. 광장 한가운데에 보석으로 치장한 왕자의 동상이 있었어. 사람들은 그 동상을 우러러 보며 행복한 왕자라고 찬미했지. 어느 겨울 날, 따뜻한 나라로 가지 못한 제비가 동상 위에서 쉬다가 왕자의 눈물을 봤어. 왕자 동상은 자신이 내려다보는 비참한 도시의 모습이 마음 아프다며, 제비에게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어. 제비는 왕자가 부탁한 대로 불쌍한 사람들에게 왕자의 몸에 붙은 보석을 나눠주었어. 사람들은 보석이 없어 초라해진 왕자 동상을 철거했고, 제비도 힘이 다하여 죽음을 맞았지. 행복한 왕자와 제비는 천국에 갔다는 결말로 끝나는데, 나는 ‘그래봐야 뭐해? 비참하게 버림을 받았는데…’라고 생각했어.
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어.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아버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사업을 하셨어. 그 바람에 항상 적자가 났고 결국 사업이 망하고 만 거야. 나는 그것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어려워졌어. 왕자의 동상처럼 우리 집은 한순간에 비참하게 무너졌어.
2015년 한 해는 도미니카에서 보냈어. 여느 대학생들처럼 스펙을 쌓으려면 해외봉사 경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남을 위해 봉사를 할 마음은 별로 없었어. 도미니카에 가서 보니까 사람들이 무척 활발하고 열정적이더라. 항상 먼저 다가와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어. 그런데 나는 그들의 그런 호의가 부담스러웠어. 가난한 사람들이 내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나에게 잘해 줘도 나는 무표정한 태도로 대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보다 가난한데도 항상 자신의 것을 나에게 주려고 했어. 자신이 배가 고파도 내게 먼저 음식을 주었고 나를 먼저 배려해 주었어.
하루는 비꼬듯이 도미니카 친구들에게 물었어. “왜 그렇게 나한테 주려고 해? 난 너희들한테 줄 것이 없는데?” 그러자 한 친구가 “그러면 네가 행복하잖아. 그러면 나도 행복하거든.”라고 말했어. 생각해 보니 그들은 나에게 잘해주면서 참으로 행복해했어. ‘네가 행복하니까 나도 행복하다? 동화 속 왕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을 나도 느껴보고 싶어졌어. 그때부터 나도 친구들에게 내 것을 꺼내 주기 시작했고 그들을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기도 했지. 신기하게도 도미니카에서의 시간들이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도미니카에서 지내는 동안 내 마음이 180도 바뀌었어. 나는 경험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도미니카 사람들은 내게 행복을 주고 싶어 했고, 그러면서 자기들도 행복해했어. 그리고 내 마음도 바꿔 주었지. 나는 그제야 왕자 동상이 왜 행복한 왕자인지 알았어. 사람들은 왕자의 동상이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왕자의 동상은 보석을 나눠줄 수 있어서 행복했던 거야.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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