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도망갔어요
목소리가 도망갔어요
  • 송근영
  • 승인 2020.02.0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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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꼬마 도깨비 요요는 별명이 징징이에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계속 투덜투덜 징징거렸지요.
“싫어, 싫어~. 이거 하기 싫단 말이야~.”
“형, 나랑 놀아줘!”
“엄마, 배고파! 밥 줘요~. 바아압~~”
늘 징징거리는 요요 때문에 엄마도 짜증이 날 지경이었어요. 
“요요, 너 꼭 그렇게 말을 해야겠니? ‘엄마, 밥 좀 주세요’ 
하면 더 예쁘지 않을까?”
“싫어, 싫어! 싫단 말이야!”
요요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들은 그런 요요를 놀렸어요.
“요요는 징징이. 매일 징징거린대요~.”
“나 징징이 아니야!”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 모두 요요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했지만 요요는 아랑곳하지 않았답니다.  

어느 날 밤, 곤히 자던 요요에게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요요, 요요!”
“으응…. 이게 무슨 소리지?”
“나야 나, 네 목소리.”
“뭐? 내 목소리? 어, 진짜 내 목소리랑 비슷하네?”
요요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목소리는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요요, 잘 들어. 나는 이제 너를 떠나기로 했어. 너처럼 매일 짜증만 내는 도깨비의 목소리로 사는 게 힘들어. 상냥한 말투를 
가진 주인을 찾아갈 거야.”
“뭐라고? 나를 떠난다고?”
“그래! 더 이상 ‘징징대는 목소리’라고 불리기 싫어! 그럼 잘 있어.”
“….”
요요가 놀라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요요는 더욱 놀라서 눈을 번쩍 떴어요. 다행이 꿈이었어요.
‘아, 다행이다. 꿈이었구나! 어? 그런데 왜 정말로 소리가 안 나오지?’
요요가 놀라 목과 배에 힘을 주고 소리쳐 보았지만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으아으아어어어.”
요요가 답답해하며 우는 소리에 엄마, 아빠가 왔어요.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 
“요요! 어떻게 된 거니?” 
하고 물었지만 요요는 답답한 소리를 내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요요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요요는 엄마, 아빠에게 목소리를 찾아오겠다고 허락을 받고 떠났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작은 가방에 도시락과 물을 넣어 길을 나섰지요. 
한참을 걷고 걸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울창한 숲을 지났어요. 그곳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도깨비 아저씨를 만났어요.
“오, 꼬마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구나. 어디로 가는 거니?”
“아… 으….”
“어? 너 말을 못하니?”
요요는 답답한 표정으로 작은 수첩을 꺼내 글을 썼어요. 
‘며칠 전 제 목소리가 도망을 갔어요. 그래서 찾으러 가는 길이에요.’
“이런, 이미 도망간 목소리를 어떻게 찾는단 말이야?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어때?”
‘어떻게 만들어요?’
“나는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든단다. 너도 나처럼 
열심히 목 운동을 하면 새로운 목소리가 생길 거다.”
요요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어요. 그래서 아저씨 옆에서 목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아’ 소리를 내보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운동을 해도 전혀 
목소리가 생기지 않았어요. 안타깝게도 ‘워워’ 하는 이상한 소리만 나올 뿐이었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람쥐 할아버지가 요요에게 말했어요. 
“허허, 운동을 한다고 목소리가 만들어지긴 힘들지. 목에 좋은 차를 많이 마시는 게 어떠니? 이건 내가 만든 생강청인데, 목을 부드럽게 해준단다.”
‘고맙습니다.’
요요는 다람쥐 할아버지가 준 생강차를 마셔보았어요. 마시는 순간 목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어요. 
‘아, 한결 낫군. 이제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아!’ 
요요는 기대하며 소리쳐 보았어요. 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다시 생강차를 마시고 소리쳐 보기를 반복했지만 목이 따뜻해질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배가 불러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어요. 

그날 저녁, 요요는 너무 슬퍼서 나무둥치에 기대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앞으로 영영 말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왔어요. 소리 없이 한참을 울던 요요는 눈을 감고 지쳐 쓰러졌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자 주변에서 여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나무 밑 작은 굴속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엄마 토끼의 목소리, 예쁘게 대답하는 아기 토끼의 목소리,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작은 새의 목소리, 밖에 나간 아기 여우를 부르는 엄마 여우의 목소리…. 요요의 귓가를 지나가며 사랑을 속삭이는 개미 커플의 대화 소리도 들렸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모두 아름다웠어요. 

‘정말 아름다운 소리다.’
요요는 살며시 눈을 뜨고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며 자신의 목소리가 떠날 때를 떠올렸어요.
“너처럼 매일 짜증만 내는 도깨비의 목소리로 사는 게 힘들어!”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그래…. 다른 목소리들은 저렇게 예쁜데, 난 항상 징징거리는 소리를 냈으니 얼마나 싫었을까? 가족들과 친구들이 징징거리는 목소리라고 할 때마다 목소리가 속상했겠다. 그동안 내가 목소리를 함부로 대했어. 미안해, 목소리야. 미안해. 그러나 이제 와서 미안해 해봐야 소용없지.’
그때였어요.
“요요, 이제야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어, 내 목소리다!’
“그래, 네 목소리야. 이제야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으니 다시 돌아가도 되겠는걸.”
‘아, 정말이니?’ 
요요의 목이 간질간질했어요.
“콜록! 콜록! 아, 아, 아아? 어? 목소리가 나온다. 내 목소리가 나와!”
요요는 뛸 듯이 기뻤어요.
“소중한 목소리야, 돌아와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나도 예쁜 소리를 낼게.”
요요는 얼른 일어나 집으로 향했어요.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말이에요. 요요의 행복에 겨운 고운 목소리가 별들에게까지 전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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