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에 큰 지혜를 품다 베냉
작은 땅에 큰 지혜를 품다 베냉
  • 이은강 (굿뉴스코 베냉 봉사단원)
  • 승인 2020.06.15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6월 키즈마인드
지구촌 한바퀴

다호메이왕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나라
서아프리카의 기니만에 위치해 있는 베냉은 땅 모양이 열쇠를 닮았어. 우리나라와 면적은 비슷하지만 위아래로 길쭉해서 남부지방과 북 부지방의 기후가 다르단다. 하지만 남부와 북부 모두 1년 내내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덕분에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이 아주 많고 값이 싸서 200원 정도면 파인애플을 실컷 먹을 수 있지. 베냉은 오래 전부터 나라들 간의 무역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왔어. 특히 옆 나라인 나이지리아는 베냉을 거쳐야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할 수 있단 다. 무역을 할 때 중간 역할을 해주는 것을 ‘통과무역’이라고 하는데, 베냉은 통과 무역이 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야. 한때 다호메이왕국으로 이름을 떨치며 번성했던 베냉은 ‘노예무역’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어. 유럽의 상인들이 베냉에서 흑인 노예를 사고팔면서 국민들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생활도 어려워졌지. 베냉의 항구 여기저기에서 노예로 팔려간 아프리카 사람들의 흔적을 볼 수 있어. 또 베냉은 약 100년 동안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60년에 독립했어. 그래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가슴 아픈 역사와 가난, 질병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베냉은 하나님의 말씀이 꼭 필요한 나라야. 

 

베냉의 이모저모 

한국에 김치가 있다면 베냉에는 빠뜨!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와 달리 베냉의 주식은 옥수수야. 베냉 사람들은 옥수수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지만 주로 옥수수 가루를 쑤어 반죽처럼 만든 뒤 소스와 곁들여  먹지. 이 음식을 ‘빠뜨La Pâte’라고 해. 빠뜨는 함께 먹는 소스에 따라 다르게 불리고 스무 가지가 넘는 종류가 있어. 베냉에 가면 누구나 맛볼 수 있는 빠뜨가 요즘도 그리워진단다.

선진국보다 더 안전한 나라 아프리카
나라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 그런 것은 아니야. 베냉은 나라가 안정돼 있고 치안도 잘 유지되어 안전한 나라로 평가받지. 옆 나라인 나이지리아만 해도 저녁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하지만 베냉은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활동 한단다. 남을 해하지 않고 자기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베냉 사람들의 성품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부러운 낮잠 시간  
베냉에서는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바로 ‘낮잠 시간’ 때문이지. 베냉은 날씨가 굉장히 무더워서 한낮에는 활동하기가 힘들어. 그래서 낮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잠을 자고 대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늦은 밤까지 활동을 한단다. 매일 낮잠을 자다니! 정말 부럽지 않니? 

‘간비에’ 수상마을
베냉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수상마을인 ‘간비에Ganvie’ 마을이 있어. 이곳 사람들은 물 위에 집을 짓고 배를 타고 다니며 물 위에서 생활하지. 이런 수상마을이 생긴 데는 이유가 있어. 유럽에 노예로 팔려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호수로 도피해 살면서 마을을 이루게 된 것이란다. 그래서 ‘간비에’라는 이름에는 ‘마침내 평화를 찾은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물 위이지만 시장, 학교, 교회는 물론이고 청소년회관까지 갖추고 있는 이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관광지이기도 해. 

 

값진 지혜를 가르쳐준 스승 

나는 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 잘해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완벽해지려고 노력했지. 공부도 아주 열심히 했단다. 학교에서는 반장을 도맡아 했어.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었어. 실수하고 못하는 내 모습이 보일 때마다 불안해지고 불평만 쌓여 갔지.
그렇게 지내다 대학생이 되어 아프리카 베냉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 어. 정말 열심히 잘해보고 싶었단다. 그런데 베냉에서 지내는 건 쉽지 않았어.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그곳 생활에 적응하기도 어려웠어. 잘 적응하는 것 같은 다른 봉사단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봉사하러 왔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베냉 사람들이 이런 나보다 다른 단원들을 더 좋아할 거야.’ 그러다 보니 베냉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가 점점 두려워졌어. 그리고 결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돌게 되었단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는 종손이라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 어. 그런데 종손이 뜻밖의 말을 하는 거야. “은강아, 내가 잘 못할 때 네 가 나를 도와줄 수 있고 네가 못할 때는 내가 도와줄 수 있잖아. 우리 둘 다 실수도 안 하고 완벽하면 서로 돕거나 힘이 되어줄 일이 없지 않을 까?” 그날 종손이 한 이야기는 나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어. 잘 못하고 부족한 사람이 그 부족함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때부터 나는 내 부족함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단다.
베냉에서 지내면서 나는 처음으로 사람들과 마음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웠어.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부족함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과 마음이 흐른다는 것을 배웠지. 그렇게 서로 마음이 흐르는 동안 어느새 나의 부족함은 채워져 있었어. 가장 값진 삶의 지혜를 알 려준 베냉 사람들은 평생 잊지 못할 내 인생의 스승이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