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라이프]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 글 | 김학철(태국, 기쁜소식방콕교회 선교사)
  • 승인 2020.08.1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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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_제8화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하려고 했던 태국 사람들이 도망가면서 더 이상 큰 행사에 사람들을 초청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새끼 독수리가 제대로 날지 못하고 떨어질 때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받아 다시 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하나님은 김학철 선교사에게 자신의 부족함과 상관없이 더 큰 복음의 일을 하도록 하셨다.

 

2002년부터 한국에서 세계 곳곳으로 단기선교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첫 해에 태국으로 단기선교를 왔던 학생이 ‘한국 월드캠프에 태국 사람들을 초청해서 데려가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전단지를 제작해 시내에 나가 홍보했다. 얼마 후, 어떤 사람이 자신은 목사며 성도 4명과 함께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그는 다섯 명의 비행기 값과 월드캠프 회비도 냈다. 한국에 가기 며칠 전 그가 전화해서 “성경이나 개인 용품 외에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더 있습니까?”라고 묻는데, 전화기 너머로 찬송가를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이분은 목사님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입국하던 날, 그때는 세관법을 잘 몰라서 열대과일들을 가져왔다가 세관에서 걸렸다.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나는 남고 다른 사람들은 먼저 나갔다. 벌금을 물어야 해서 하는 수 없이 과일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오는데, 우리를 마중 나온 형제님이 다급하게 “목사님, 큰일났습니다! 태국 사람들 다섯 명이 오자마자 다 도망갔습니다.”라고 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화장실에서 붙잡혔지만 네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월드캠프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들어왔다가 사라졌기에, 이 일로 월드캠프를 망치게 만들겠다는 두려움이 찾아와 그들을 찾으러 공항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그러자 함께 버스를 타고 월드캠프 장소로 가기로 한 캄보디아에서 온 사람들이 빨리 캠프에 참석하러 가야 한다고 재촉해 어쩔 수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일이 자꾸 커지지?
어지러운 마음으로 캠프 장소로 가면서 박옥수 목사님과 여러 목사님을 만날 일을 생각하니 암담했다. ‘새가 될 수 있다면 버스 창문 밖으로 날아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출발했다고 빠르게 달리는 버스가 야속했다. 대덕 수양관에 도착해 접수처로 갔다. 평소 같으면 박 목사님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갔을 텐데, 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접수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김학철 선교사님은 사택으로 오세요.”라고 방송이 나왔다. 사택으로 가니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며 수화기를 건네주었다. 경찰이었다.
“당신이 데려온 태국 사람들이 다 도망갔죠? 이게 신문과 방송에 다 나갔습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 경찰이 그리로 갈 테니 거기 계십시오. 도망가면 안 됩니다.”
전화를 받고 있는데 박 목사님이 “일이 자꾸 커지지?” 하며 들어오셨다. 깜짝 놀랐다. 목사님은 곧 캠프 교사 모임 장소로 가시고, 나도 통화를 마치고 교사 모임 방에 들어가 맨 뒤에 앉았다. 목사님은 말씀을 전하기 전에, 캠프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언더 더 씨(Under the Sea)’라는 노래에 맞추어 추는 건전댄스를 출 사람 나오라고 하셨다. 자원하는 사람이 없자 우리 부부를 불러내셨다. 얼떨결에 불려나가 아내와 함께 서툰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경찰이 나를 잡아가서 유치장에 넣을 것 같아 심란한데 내가 왜 춤을 추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 경찰은 오지 않았고,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당시는 월드캠프가 한 달 동안 이어졌는데, 한 달 내내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경찰은 찾아오지 않았고, 출국할 때에도 아무 문제 없이 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내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위장 취업을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일부러 전화해서 찬송가 연주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속고 나니
‘다시는 외부 사람들을 한국에 데리고 가나 봐라!’라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스스로 설 수 없는 거야
4년 후, 우리는 다음 해에 가질 ‘2007 태국 글로벌캠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해에 박옥수 목사님과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아프리카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태국을 경유하게 되었고, 태국 교회에 이틀 정도 머물다 가기로 했다. 그 기간에, 글로벌캠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서 워크숍을 갖기로 했다. 전단지를 만들어 대학생들을 모집하려고 하니 이전 기억이 떠올라서 홍보 자체가 하기 싫고, 몇 명이나 올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태국의 명문대인 탐마삿대학과 쭐라대학의 강당, 그랜드호텔의 연회장을 빌려 워크숍을 준비해 갔다.
워크숍이 시작되던 날, 박 목사님과 합창단이 도착해 행사 장소인 쭐라대학으로 갔다. 그런데 동남아 지역 사역자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나에게 다가와 큰일났다고 했다. “김 목사님, 피아노가 아직 안 왔어요.” 합창단이 먼저 와서 리허설을 하려고 하니 피아노가 없었던 것이다. 알아 보니, 그랜드피아노 대여 업체에서 행사가 다음날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행사를 2시간 앞두고 피아노를 옮겨와 조율하고 리허설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늘이 점점 노래졌다. 그래도 워크숍은 시작되었지만, 어떻게 진행되는지 돌아볼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 사역자 모임 시간에, 박 목사님이 왜 그런 실수가 생겼는지 하나하나 물으셨다. 행사 준비 담당자는 누구고, 그랜드피아노 대여와 같은 주요사항을 왜 나 혼자만 알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았는지, 아침부터 행사 장소에서 준비하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아무도 피아노가 왔는지 확인하지 않았는지 등등을 물으셨다. 그리고 시편 102편 말씀을 전해주셨다.
“나는 광야의 당아새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같이 되었사오며, 내가 밤을 새우니 지붕 위에 외로운 참새 같으니이다.”(시 102:6~7)
어떤 일을 할 때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믿음으로 한다면 그것은 마치 광야의 당아새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 같다고 설명해 주셨다. 황폐한 곳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날갯짓을 해도 먹이를 얻을 수 없고, 결국 외로운 참새와 같이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 일은 같이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배우고 도우면서 하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사람은 서로 도움을 받으면서 사는 거야. 스스로 설 수 없는 거야.”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내가 혼자서 하려고 했구나’라는 마음이 들고, 박 목사님이나 합창단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미련한 내가 너무 밉고 부끄러워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실수를 하고 나니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만 같았다. ‘이제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시지 않으려나? 사역을 그만두게 하시려나?’ 그런 생각들이 계속 일어나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 후로는 다시는 큰일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일이 없으면 실수도 드러나지 않고 부끄러운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는 것을 모르고
“마치 독수리가 그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그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같이”(신 32:11)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월드캠프 때마다 박옥수 목사님이 새끼를 날게 만드는 어미 독수리 이야기를 자주 전하셔서 이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내 마음은 마치 아기 독수리처럼 보금자리를 좋아했다. 둥지 안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지 나의 테두리와 한계를 벗어나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어미 독수리가 아기 독수리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둥지를 흔드는 것처럼 안일한 내 삶을 어지럽게 만드셨다. 그런데 정작 나는 하늘을 나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한국 월드캠프에 태국 사람들을 처음 데리고 갔을 때의 일은, 마치 아기 독수리가 날개를 펴서 파닥거렸지만 날지 못하고 떨어진 것과 같았다. 그런 경험이 두려움을 남겨 다시는 어떤 일을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서 홍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 후에 박 목사님과 그라시아스합창단이 태국에 온다고 하여 다시 전단지를 만들어서 행사를 준비하다가 피아노 사건으로 또 날지 못하고 뚝 떨어지고 말았다. “나 죽어!” 하고 고함치며 펑펑 울면서 두려움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성경은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받아주시는 하나님을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치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기 독수리처럼 믿음으로 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박 목사님은 어미 독수리가 아기 독수리를 보고 안타까워하듯 자신의 한계 안에서 믿음으로 날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안타까워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믿음의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부담스러운 일들을 허락하셔서 계속 높은 곳으로 올리고 떨어트리셨다. 그런 과정들을 많이 지나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미 독수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독수리들은 보통 3,000km도 거뜬히 난다고 한다. 그처럼 하나님은 나를 높고 멀리 날 수 있게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나를 이끌어 가셨는데, 하나님의 그 마음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주의 종들이 시온의 돌들을 즐거워하며 그 티끌도 연휼히 여기나이다.”(시 102:14)
내가 돌처럼 미련해도 즐거이 받고 티끌처럼 연약해서 실수를 많이 해도 연휼히 여기시는 하나님. 그런 하나님의 날개를 믿지 않고 하나님의 종의 마음도 거부하고 있던 내 마음이 정말 악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만 했지, 그것이 하나님과 그 종의 사랑을 거부하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내가 미련해도 종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많이 연약해도 나를 받아서 또 다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데, 나는 그 사실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처럼 사탄이 주는 생각에 속아서 두려움 속에 깊이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다.

워크숍에 참석한 800명의 대학생
쭐라대학에서 가진 워크숍 때 피아노 사건이 있었지만, 다음날 그랜드호텔에서 가진 워크숍에는 대학생들이 800명이나 참석했다. 당시 태국 교회에는 대학생이 한 명뿐이고 그 외에 어른 30여 명이 나왔기에 대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국 교회의 인도를 받아서 행사를 준비하기는 하지만 100명이나 올까 싶었는데 800명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박옥수 목사님도 정말 기뻐하면서 이 학생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라고 하셨다.
그날 워크숍에 참석한 800명 가운데 신청을 받아 115명이 한국에서 10일 동안 열린 ‘리더스 워크숍’에 참석했다. 한국 교회에서 경비를 지원해주어 학생들은 워크숍 기간에 명소들과 관광지들도 방문하고 교회에서 정성 가득하게 준비해준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하나님은 이처럼 큰 사랑을 입게 해주시는데, 사탄은 그런 하나님을 보지 못하고 생각에 빠지게 했던 것이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 우리에게 복 주시되”(엡 1:3)
태국에 온 지 2년이 되었을 때, 박 목사님이 태국에 와서 첫 집회를 가지면서 에베소서 말씀을 전해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자네가 너무 부럽네. 하나님이 태국에 복을 주실 계획과 섭리를 가지고 계셔. 자네는 복을 받았어.” 이것이 목사님의 마음이었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구하노니 너희를 위한 나의 여러 환난에 대하여 낙심치 말라. 이는 너희의 영광이니라.”(엡 3:13)
“그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엡 3:19)

에베소서에는 “문제가 생겼다고 낙심하지 마. 네가 이런 일을 당해도 담대히 나아가면 어미 독수리가 되는 거야.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는 거야.”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하나님이 이 말씀대로 놀랍게 일하고 계셨는데, 나는 그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내 생각을 믿고 살아왔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너는 독수리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2002년 월드캠프 때 태국 사람들이 도망간 후 교사 모임에서 박 목사님이 우리 부부에게 춤을 추라고 하셨던 마음이 지금은 보인다. 그때 나는 몸은 춤을 추고 있었지만 마음에서는 춤을 추지 못했다. 그런데 목사님은 “그냥 날아. 날아올라.”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어떤 문제가 일어날 때 낙심하지 마. 이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거야. 그러니까 기쁨으로 날아. 태국 사람들이 도망갔지만 아무 문제가 안 돼. 이렇게 하면서 배우는 거야. 떨어지면서 나는 법을 배우는 거야. 너는 독수리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때 그런 문제나 실수가 없었다면 나는 이런 하나님의 세계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세계를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실수하고 잘못하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종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하나님의 세계를 더 깊이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여러 일들을 통해서 내 마음을 더 넓게 더 깊게 만들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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