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도서관을 지켜라!
똑똑도서관을 지켜라!
  • 송근영
  • 승인 2020.09.23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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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분홍 마을에는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의 장소가 있어요. 그곳은 바로 흥미로운 책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한 ‘똑똑도서관’이지요. 똑똑도서관은 가족, 친구들과 책을 읽으러 온 아이들로 언제나 붐볐어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책놀이’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과학탐구 책에 나온 물방개를 만들 거래!”
“와! 나 어제 그 책 읽었는데, 정말 신나겠다!”
언제나 긴 콧수염을 매만지며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똑똑도서관의 ‘긴수염’ 관장님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을지 매일 고민했지요. 
“이번 주는 색깔 비누방울 놀이를 준비해볼까? 아니면 책 쌓기 놀이? 엄마와 함께 공룡쿠키 만들기?”

 

그날도 관장님은 도서관 책상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할 책놀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열람실이 소란스러웠어요. 
“으앙! 으아아앙! 너무 가려워!”
“나도! 나도 가려워!”
“어머, 얘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열람실에 모여 책을 읽던 아이들이 너도나도 가렵다며 울기 시작했어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지요. 긴수염 관장님도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TV에서 긴급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속보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가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으니 외출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이럴 수가!”
“어서 집에 갑시다!”
분홍 마을을 뒤덮은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집집마다 문을 걸어 잠갔고 학교도, 학원도, 가게도 모두 모두 문을 닫았어요. 똑똑도서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넘쳐나던 도서관 입구에는 ‘휴관합니다’라는 푯말이 나붙었어요. 
“곧 괜찮아질 거야!”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지만 일주일,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지쳐갔어요. 바이러스는 ‘긁어긁어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달고 멀리 퍼져 나갔지요. 

 

아이들은 집 안에 갇혀 심심하고 답답하게 지냈어요. 도서관에 갈 날만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뉴스는 들려오지 않았어요. 문 닫힌 도서관 마당에는 참새들만 들를 뿐이었지요. 모두가 외롭고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우울해하던 긴수염 관장님은 시름시름 앓다가 급기야 몸져눕고 말았어요. 분홍 마을 아이들은 그 소식을 듣고 더욱 슬퍼했어요. 똑똑도서관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책을 읽는 날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 가던 훈이는 불안해졌어요.
‘이러다 도서관이 영영 문을 닫으면 어쩌지!’
고민하던 훈이는 긴수염 관장님께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긴수염 관장님, 저 훈이에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관장님과 책놀이를 하던 때가 너무 그리워요. 관장님,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제가 응원할게요!”
훈이는 편지 안에 책놀이 시간에 만든 예쁜 색종이 꽃도 붙였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어요. 
“은비야, 안녕? 할 말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이튿날, 여전히 끙끙 앓고 있는 관장님 앞으로 택배 상자가 도착했어요. 
‘딩동’ 
‘아니,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겨우 일어나 현관에 나간 관장님은 문 앞에 놓여 있는 상자를 열어 보고 깜짝 놀랐어요. 비뚤비뚤하지만 정성 어린 손 글씨로 쓴 편지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거든요. 

“긴수염 관장님, 힘내세요!”
“빨리 다시 책놀이를 하고 싶어요.”
“책 보기 싫다고 투정부렸던 것 죄송해요!”
똑똑도서관을 그리워하는 분홍 마을 친구들이 훈이의 전화를 받고 긴수염 관장님께 편지를 쓴 거예요.
관장님은 앓아누워 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어요. 
‘아이들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던 내가 긁어긁어 바이러스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있었구나! 이런 때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 될 것을! 그래, 내가 어리석었어. 얘들아, 정말 고맙다!’

 

그날 이후, 긴수염 관장님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도서관 한편에 예쁜 스튜디오가 만들어졌고, 관장님은 방송으로 책놀이를 진행했어요. 아이들이 이제 집에서도 긴수염 관장님의 신나는 책놀이 수업에 함께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방송 덕분에 전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책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되자 관장님은 정말 행복했어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긴수염 아저씨와 함께하는 책놀이 시간입니다~! 오늘의 책은 이번에 새로 나온 ‘긁어긁어 바이러스 꼼짝마!’라는 책입니다. 우리 함께 바이러스를 잡으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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