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라이프]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 김학철(태국, 기쁜소식방콕교회 선교사)
  • 승인 2020.09.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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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_제9화

 

태국에서 글로벌캠프를 시작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캠프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네 번이나 개최했고, 매년 월드캠프도 여러 번 개최하면서 말씀이 김학철 선교사의 마음을 일으켜 세워 태국에서 일어나는 복음의 역사를 보게 하였다.

2005년부터 글로벌캠프가 시작되었다. 박옥수 목사님이 “대학생들에게 가장 멋진 곳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주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그 마음에 심어주자.” 하셔서, 호주 시드니와 하와이 등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곳에서 글로벌캠프가 열렸다.
2007년에는 글로벌캠프 개최지로 태국 파타야가 선정되었다. 그 소식이 기쁘지만은 않았다. 당시 태국 교회는 글로벌캠프를 할 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캠프에 참석할 학생들과 교사들을 포함해 한국에서 오는 2,300명에게 필요한 숙소와 음식과 차량 등을 준비해야 했는데, 태국 교회 성도는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진행부와 스태프들은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와서 파타야에 있는 식당 겸 숙소에서 지내야 했다. 그런 일들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캠프 시작 전날 밤에 태국에 오신 주 강사인 박옥수 목사님을 모시러 공항에 다녀오니, 새벽 3시 반쯤 되어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5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저녁에 캠프 개막식이 있는데, 그 전에 방콕의 언론매체에서 박 목사님 인터뷰가 있어서 목사님을 모시고 파타야에서 방콕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캠프를 준비한다고 한 달 동안 서너 시간씩 자고, 전날은 1시간 반밖에 자지 못해 몸이 많이 피곤했다. 점심을 먹고 방콕에서 목사님과 한 장로님을 차에 태우고 출발했는데,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참아가며 운전했다. 그런데 깜빡 졸다가 깨어 깜짝 놀라면서 엑셀을 밟는다는 것이 브레이크를 잘못 밟아서 차가 갑자기 멈출 뻔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에 세우고 동행한 장로님과 운전을 교대했다. 뒷좌석으로 가서 목사님 옆에 앉자 목사님이 농담처럼 “나, 오늘 죽는 줄 알았다.” 하셨다. 그런데 그 뒤에 한국에서 온 목사님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자세로 운전해서 어떻게 큰 행사를 하냐?’고 하는데 속에서 원망과 짜증이 올라왔다. ‘사정도 모르고 뭐라고만 하냐? 아, 정말 이런 큰 행사 다시는 하기 싫다!’ 일이 너무 많으니까 마음에 스트레스가 계속 쌓였다.

나는 김 목사가 변할 것을 믿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글로벌캠프가 끝났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도 겨울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내가 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도 해주지 않고 2~3일 동안 잠만 잤다. 우리가 진짜 힘들게 지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몇 개월이 지나 필리핀에서 헌당 예배가 있어 필리핀에 갔다가, 공항에서 박 목사님과 함께 차를 타고 교회로 가면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목사님 옆에 앉자 목사님이 하시는 첫마디가 “글로벌캠프 끝나고 섭섭한 게 많지?”였다. ‘내가 말씀 안 드렸는데 어떻게 아셨지?’ 하며, 기회는 이때다 싶어 불만과 섭섭한 것 등 속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다 쏟아냈다.
필리핀 교회에 도착할 때가 다 되어서야 ‘내가 미쳤지. 이런 말을 다 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목사님이 나를 불만이 가득한 사람으로 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내 마음이었다. 원망과 불평 등이 마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몰라 내내 그 어둠 속에 빠져 있었다.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다음날 새벽에 갖는 사역자 모임 때 목사님이 나를 책망하겠다 싶으니까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사역자 모임, 목사님이 요한복음 5장을 읽으시고는 아니나 다를까 “김학철 목사가 어제 공항에서 오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더라.” 하며 말씀하셨다. ‘그러실 줄 알았어. 괜히 이야기해서 도마에 오르게 생겼네. 아마 목회를 그만하라고 하실 거야.’ 생각에 빠져들어 말씀이 하나도 들리지 않고 걱정만 마음에 가득 찼다. 그런데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김학철 목사가 38년 된 병자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김 목사가 변할 것을 믿습니다.”
나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 요한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38년 된 병자에게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셨는데, 그것은 예수님이 그의 질병을 짊어지신다는 것이었다. 그날 박 목사님은 나에게도 “네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어가. 원망과 불평 속에 주저앉아 있었던 그 모든 것을 내가 짊어질게.” 하시는 것 같았다. 캠프가 끝나고 내 마음에는 불평과 원망이 남아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목사님은 내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셨고, 그 믿음을 나에게 넣어주어 나를 일으키고 계셨다.

김 목사, 이제 월드캠프 안 하는 건가?
2011년에 글로벌캠프가 다시 태국에서 열렸고, 2012년과 2013년에도 태국에서 열렸다. 글로벌캠프가 총 9회 진행되었는데, 다른 나라는 캠프 개최가 많으면 두 번이 전부였지만 태국은 네 번이나 한 것이다. 2013년 글로벌캠프가 마지막 캠프여서 ‘이제는 끝났다!’ 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런데 하루는 박 목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김 목사, 글로벌캠프 끝났다고 이제 월드캠프 안 하는 건가? 한국에서 안 간다면 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월드캠프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 예. 합니다.”
월드캠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목사님은 캠프를 할 계획을 이미 가지고 물으셨기에 못 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월드캠프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하지?’ 준비하다가 ‘페차부리 라차팟 대학교’ 총장님과 알게 되어 그 대학에서 처음으로 태국 월드캠프를 가졌다. 그때 교육자 포럼도 같이 가져 몇몇 나라의 대학교 총장들이 함께했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 교회 형제가 한 총장님을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졸음운전을 해서 가로수를 들이박아, 형제는 괜찮지만 차는 폐차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행사를 하면 사고나 나고 빚만 남는데 이젠 진짜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 목사님이 또 전화해서 “이제 월드캠프를 안 하는가?” 하시면 “예, 합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하기 싫고 부담스러운데, 목사님 안에 있는 믿음이 나를 계속 일으켜 세웠다.

내 열심으로 일한 결과는 1,500명을 죽이는 것이구나
2015년에는 월드캠프 장소로 방콕대학교 강당을 계약했다. 1,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으로, 외관이 멋있고 내부도 호텔처럼 고급스러웠다. 캠프 포스터와 홍보용 전단지를 만들고 학생들의 참가 신청도 받았다. 그런데 캠프 3주 전쯤에 대학교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하다가 ‘학생들이 1,500명 접수했다’고 하자 그들이 깜짝 놀랐다. 1,000명 정도로 생각했다가 훨씬 많은 학생들이 온다고 하니까 수용이 불가능하다며 계약을 취소하자고 했다. 캠프가 3주밖에 안 남았고 새롭게 계약할 곳도 없어서 정말 난감했다.
방콕대학교 바로 옆에 탐마삿대학교가 있고, 거기에 만 명까지 들어가는 큰 실내체육관이 있었다. 그런데 방콕대학교 강당보다 임대료가 비싸고 좌석도 너무 많아서 1,500명이 캠프를 하기엔 너무 큰 장소였다. 그 즈음에 박 목사님이 아프리카에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태국에 들르셔서 월드캠프 준비 상황을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믿는 것, 그게 얼마나 악한 줄 알아?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 장소가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 못 채우시겠어? 왜 걱정해? 일어나 걸어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정해졌다. ‘목사님이 믿음을 가지고 계시니, 그러면 됐다.’ 탐마삿대학교 실내체육관을 빌리고, 더 많은 학생들을 모집했다. 2주 사이에 두 달 동안 모집했던 것만큼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해, 캠프가 시작한 날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어디서 이 사람들이 왔지?’ 마치 하나님께서 나에게 “방콕대학교, 거기 너무 좁아. 탐마삿으로 옮겨. 모자란 숫자는 내가 채울게.”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실망하고 어두움에 빠져 있었지만 박 목사님은 나를 일으키셨다. 목사님이 가지고 계신 마음을 나에게 보여 주셨다. 형편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형편을 바라보고 실망에 빠져서 사는 것이 악한 것이었다. 내 계획은 1,500명이 방콕대학교에 모여서 캠프를 갖는 것이었고, 하나님의 계획은 탐마삿대학교에서 3,000명이 모여서 갖는 것이었다. ‘내 열심으로 일한 결과는 1,500명을 죽이는 것이구나.’ 내가 ‘탐마삿은 너무 커. 사람들이 그만큼 오겠어?’라는 생각을 믿고 주저하는 것, 그것이 1,500명을 죽이는 악한 마음이었다.
여러 차례 글로벌캠프와 월드캠프를 하면서 ‘아, 내가 하나님을 섬긴 사람이 아니구나. 나를 섬기고 내 한계 안에서 살았구나.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믿지 않고 불가능하다는 내 생각을 믿고 살았구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 캄보디아 월드캠프 때 박 목사님과 같은 차를 타고 캠프 장소로 가면서 지난 일을 짤막하게 간증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말씀드렸다. “목사님, 이번에 가진 태국 월드캠프가 너무 감사합니다. 목사님께서 밀어주셔서 3,000명이 넘는 학생들과 함께 캠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1,500명을 죽인 악한 사람입니다. 믿음으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그래, 이번에 태국 월드캠프가 좋았지? 앞으로는 일 년에 다섯 번을 해.” 하셨다. 마음에서 ‘학생들이 캠프에 많이 참석하니까 관리 차원에서 선교사를 한 명 더 보내 달라’고 말씀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목사님의 대답에 깜짝 놀라서 그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그 해 월드캠프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캠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월드캠프를 계속 개최하면서 굿뉴스코 해외봉사 지원자를 많이 모집할 수 있었다. 2007년에 시작한 태국 굿뉴스코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14년째이며, 13기까지 1,0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해외에 봉사하러 다녀왔다.

그 주초는 무엇 위에 세웠느냐?
2007년 파타야 글로벌캠프가 끝나고 내 마음은 원망과 섭섭함 등으로 가득 차 ‘나는 더 이상 못해’ 하며 38년 된 병자가 되어 일어날 수 없었는데,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신 목사님의 이야기를 좇았을 때 놀라운 열매들을 보았다. 지금까지 월드캠프를 28회 가져 3만 8천 명의 학생들이 IYF와 만났고, 그 가운데 1,000명이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사르밧 과부가 한 줌 남은 가루로 빵을 만들어 먹으면 결국 죽는 것처럼, 내 한계 안에서 살았다면 그 결과는 죽음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가루 한 움큼으로 엘리야를 위해 빵을 만들어 주었을 때 통에 가루가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내게 있는 시간과 얼마의 돈을 월드캠프를 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쓰면 쓸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보았다.
‘세상 사람들도 풀빵 장사를 하다가 망하면 빚을 내서라도 다시 하는데, 복음 전하는 일이 풀빵 장사하는 것보다 못하냐? 훨씬 귀하니까 빚을 져도 해야지. 하다가 죽는다 해도 해야지.’
하나님이 내 안에 이런 마음을 계속 만들어 주셨고, 태국 교회 형제 자매들도 복음을 위해 살도록 이끌어 주셨다.
“누가 폭우를 위하여 길을 내었으며, 우뢰의 번개 길을 내었으며,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고, 황무하고 공허한 토지를 축축하게 하고 연한 풀이 나게 하였느냐.”(욥 38:25~27)
폭우도 그냥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길을 내고 내리게 하시고, 번개도 하나님이 길을 만든 뒤 치게 하신다고 했다. 방콕대학교가 취소되었을 때 탐마삿대학교의 길을 내신 분이 하나님이셨다. 그렇게 해서 하나님이 광야 같은 태국에 비를 내려주셔야 했다. 광야에 비가 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말라비틀어져 죽는 것처럼, 월드캠프도 없고 굿뉴스코도 없다면 태국은 말라버린 광야와 같다. 하나님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모든 것이 시들어 죽어가는 태국에 비를 주셨다.
“그 주초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이 돌은 누가 놓았었느냐?”(욥 38:6)
태국 교회는 하나님께서 박옥수 목사님에게 주신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라’는 약속 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내가 낙심하고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했을 때 박 목사님이 “나는 김 선교사가 변할 것을 믿습니다.” 하며 일어나 걸어가라고 하신 말씀 안에 굿뉴스코가 있었다.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우리 교회의 성도가 되고, 그들의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교회와 연결되면서 태국 교회가 점점 자랐다. 불교 사상이 마음에 뿌리박혀 있는 어른들에게 전도하거나 교회에 초청해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구원받은 대학생들을 통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셨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고 계신다. 글로벌캠프나 월드캠프나 굿뉴스코 같은 하나님의 선물이 없었다면 우리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복음 전할 방향을 잃고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복음 전할 길을 여셨고,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함께 기뻐하도록 이끌어 주셨다. 하나님을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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