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예솔이와의 대화
[라이프] 예솔이와의 대화
  • 글 | 박상규(기쁜소식강남교회)
  • 승인 2020.10.1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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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호 기쁜소식
성도 간증

모처럼 거실 PC 앞에서 쉬고 있는데 아홉 살 예솔이가 고양이처럼 비집고 들어와 내 무릎에 앉아 휴식을 방해했다. 그러더니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아빠 있잖아. 나는 예수님이 내 죄를 씻으셨다는 게 안 믿어져.”
깜짝 놀랐다. 먼저 든 생각은 ‘아이가 벌써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인가?’ 하는 대견함과 이런 마음은 보통 어른들도 꺼리는 주제인데 아빠한테 툭 던지듯이 꺼내놨다는 고마움,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딸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줄까?’ 하는 잠깐의 망설임이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물었다.
“예수님이 네 죄를 씻으셨다는 게 안 믿어진다고?”
“응”
“왜?”
“지난번에 오빠랑 엄마랑 아빠한테도 거짓말을 했는데, 만약에 내가 죄가 씻어졌으면 거짓말을 안 할 거 아냐? 근데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까 내 죄는 안 씻어진 것 같아.”
아이의 순수함, 마음 표현의 대견함, 그리고 문제의 단순함이 내게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아빠는 예솔이랑 똑같이 종종 거짓말도 하고, 화도 내고, 누구를 미워하는데도 아빠의 죄가 씻어졌다고 믿는데?”
“아빠니까 그렇겠지.”
“예솔이 생각에는 거짓말을 했으니까 죄가 안 씻어진 것 같아?”
“응”
“예수님이 우리 죄를 씻으셨으면 예솔이가 거짓말을 안 해야 할 것 같고?”
“응.”
“그렇구나. 근데 성경 말씀에는 뭐라고 하셨어?”
“음, 내 죄를 씻어주셨다고 하셨어.”
“그렇지. 그런데 예솔이 모습을 보니까 안 믿어지는구나?”
“응”
“그럼 우리 성경 말씀을 한번 볼까?”
마침 책상 한쪽에 있는 아내의 성경을 펴서 로마서 3장 23절과 24절을 찾아서 천천히 읽어주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3~24)
“예솔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것을 알고 있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 죄가 깨끗이 씻어진 거야. 그리고 예수님은 우리가 의롭게 된 걸 알려주시기 위해서 다시 살아나신 거야. 그래서 우리는 죄가 영원히 씻어지고 의롭게 됐어. 그러면 예전에 거짓말한 죄는 씻어졌어, 안 씻어졌어?”
“씻어졌어.”
“그럼 오늘 거짓말한 거는 씻어졌어, 안 씻어졌어?”
“씻어졌어.”
“그럼 내일 거짓말한 거는 씻어졌어, 안 씻어졌어?”
“내일도? 아직 거짓말도 안 했는데? … 씻어졌어?”
“그럼, 예솔아,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 뭐라고 하시면서 돌아가셨다고 했어?”
“다 이루었다.”
“그렇지. ‘다 이루었다.’ 하셨는데 예솔이가 오늘 거짓말한 것까지만 이루셨을까? 아니면 영원히 이루셨을까?”
“영원히…?”
“그렇지.”
“자, 여기를 봐봐.”
나는 히브리서 10장 14절을 보여줬다. 박옥수  목사님이 항상 기쁨으로, 때론 눈물로 수백 번 수천 번을 얘기하셨던 말씀.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
“말씀은 영원히 온전케 하셨다고 나와 있지?”
“응.”
“그런데 왜 예솔이는 이 성경 말씀보다 예솔이 생각을 믿었을까?”
“왜냐하면 내가 거짓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렇지. 예솔이 모습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지?”
“응.”
“그래, 사탄은 이런 식으로 우리를 속이는 거야. 성경 말씀보다 내가 보는 것을 더 믿게 만들어. 예수님은 우리들을 위해 피 흘리고 돌아가시면서 ‘다 이루었다.’ 하셨는데 사람들은 실수하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죄가 안 씻어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거는 예수님 믿는 거야, 안 믿는 거야?”
“안 믿는 거야.”
“그렇지. 그거는 예수님이 덜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예수님을 믿는 것은 내 모습하고는 상관없이, 내 죄를 씻으시고 영원히 온전케 하셨다는 이 말씀을 믿는 거야. 알았지?”
“응”
“그러면 예솔이에게 죄가 있어, 없어?”
“죄가 없어.”
“그러면 예솔이 영원히 의로워, 안 의로워?”
“의로워.”
“또 거짓말하면?”
“그래도 죄가 씻어졌어.”
“그래도 의로워?”
“응, 의로워.”
“그래, 예솔아, 그게 믿음이야.”

이야기를 마치고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이 샘솟았다. 만약 아이의 마음에 이런 생각이 찾아왔을 때, 하나님의 마음을 전해주지 못하고 “크면 알 거야.”라고 하거나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믿어.”라는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면 아이나 나나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내가 참된 복음을 만났고, 그 복음을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복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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