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섬으로 가는 다리
꿈의 섬으로 가는 다리
  • 송근영
  • 승인 2020.10.22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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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어휴, 힘들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 좀 쉬었다 가야지. 우리 어머니는 왜 이렇게 힘든 걸 시키신담!’
요정 삐요는 어깨가 내려앉을 만큼 무거운 돌덩이를 반나절이나 쉬지 않고 지고 온 참이었어요. 삐요는 커다란 나무 그늘이 보이자 등에 멘 가방을 내동댕이치듯 던져버리고 벌러덩 누웠어요. 제법 시원해진 바람이 삐요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지요. 피로가 밀려와 살며시 눈을 감자 며칠 전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우리 공주가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사윗감을 정해야한다. 하지만 아무나 왕의 사위가 될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시험을 쳐서 제일 좋은 사윗감을 뽑겠노라.”
온 나라에 왕의 어명으로 방이 붙었고, 몇 단계의 시험을 거쳐 삐요와 뚜뚜 두 요정이 공주의 사윗감 후보로 올라왔어요. 삐요와 뚜뚜를 맞은 요정나라 왕 띠용띠용 3세는 굵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어요. 그곳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음침해진 ‘꿈의 섬’이 보였어요. 
“자네들도 알다시피 요정들의 마음에 소망을 주는 꿈의 섬으로 가는 다리가 끊긴 지 오래다. 하지만 꿈의 섬으로 가는 다리는 아무 재료로나 만들 수가 없다. 내일부터 보름의 기한을 줄 테니 이곳을 떠나 다리를 만들 재료를 구해오도록 하라! 그 결과를 보고 누굴 사위로 삼을지 정하겠노라!”
그날 저녁, 삐요의 어머니는 삐요를 불러 놓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삐요야, 다리의 재료를 찾는 동안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 생긴다고 피하면 절대 안 된다. 혹시 몸에 상처가 날 수도 있지만 그런 걸 두려워해서는 안 돼. 알겠니?”

뚜뚜의 어머니도 뚜뚜를 불러 간곡하게 일렀어요. 
“뚜뚜야, 다치지 않게 항상 조심하렴. 혹시 너무 어려울 것 같으면 쉬운 길을 찾도록 해. 안되는데 애쓰지 말고. 세상에 길은 많단다.”
이튿날 날이 밝자 삐요와 뚜뚜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길을 떠났어요. 둘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뚜뚜, 넌 재료를 어떻게 찾을 거야?”
“난 꿈의 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재료를 구할 건데 어머니가 쉬운 길을 찾아가라고 하셨어. 예쁜 꽃잎이 있는 곳에 가야지! 너는?”
“우리 어머니는 재료를 어렵게 구해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무겁고 튼튼한 돌을 모으려고 해.”
“야, 그거 너무 힘들겠는데? 너희 어머니 너무하신 것 아니야?”
“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어쩌겠어.”
“어, 잠깐! 저기 꽃밭이 있다. 저기 가서 꽃을 구해 봐야지. 우린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겠다. 나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갈 수도 있겠는 걸! 하하하!”

 

<br>

‘에, 에취!’
너무 오래 잠들었던 것일까요? 삐요는 선선하다 못해 찬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에 재채기를 하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주변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두움이 깔리고 있었어요.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어요. 삐요는 가방에 향기로운 꽃을 가득 담아 올 뚜뚜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자신은 무거운 돌덩어리를 잔뜩 지고 갈 생각을 하니 짜증이 밀려왔지요. 그때였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나비 한 마리가 삐요 앞으로 비틀거리며 날아왔어요. 나비의 날개에는 거미줄이 얼기설기 얽혀 있어 나는 게 굉장히 힘들어 보였어요. 
“거, 거미줄에 걸렸다가 도망쳤는데 지금도 거미가 쫓아오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나비의 애타는 목소리에 삐요는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저만치에서 커다란 거미가 침을 흘리며 기어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어, 어쩌지! 내가 저 커다란 거미를 어떻게 물리쳐! 그냥 도망갈까? 그럼 저 나비는?!’ 

안절부절못하는 삐요의 눈에 지금까지 자기가 모은 돌덩어리들이 보였어요.
‘저걸 다 쓰면 난 시험 칠 자격이 없어지는데…. 어쩌지!’
고민하던 삐요는 결심한 듯 눈에 힘을 주었어요. 그리고 가방을 열어 나비에게 돌을 건넸어요. 
“조금만 힘을 내서 이 돌을 저 거미에게 힘껏 던져요!”
삐요와 나비는 가방에 있는 돌을 꺼내 거미에게 마구 던졌어요. 갑자기 날아오는 돌덩이에 정신없이 얻어맞은 거미는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못하고 도망쳐버렸어요.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삐요와 나비는 한참을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머나, 그럼 시험을 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뭐, 그렇게 됐어요. 어쩔 수 없죠.”
삐요는 미안해하는 나비를 뒤로 한 채 가벼운 가방을 메고 왕궁으로 돌아왔어요. 

 

왕궁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뚜뚜는 마당 한가득 예쁜 꽃잎들을 쌓아 놓고 의기양양하게 삐요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니, 삐요? 너 왜 빈 가방이야? 시험을 포기한 거야?”
삐요가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는 순간 띠용띠용 3세가 왕궁 뜰 안으로 들어왔어요. 
“자, 다들 시험 준비는 잘해 왔느냐? 그런데 삐요는 왜 빈손이지?”
“저, 그게 말입니다….”

그때였어요.
“잠시만요!”
하늘에서 수많은 나비떼가 날아오고 있었어요. 크고 작은 돌들을 하나씩 안고 온 나비들은 왕궁 뜰에 돌을 살며시 내려놓은 뒤 다시 하늘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나비 한 마리가 삐요 앞으로 날아왔지요. 바로 삐요가 구해 준 그 나비였어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너무 고마워서 우리 친구들과 함께 돌을 구해왔답니다. 부디 시험을 잘 치르세요!”
나비의 말에 감동을 받은 삐요는 띠용띠용 3세에게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씀드렸어요. 다행히 나비떼가 돌을 가져다주었지만 삐요의 재료는 뚜뚜의 꽃잎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했어요. 

 

시험이 시작되고 삐요와 뚜뚜는 각자 구해 온 재료들로 꿈의 섬까지 다리를 놓았어요. 삐요의 다리는 거칠고 투박한 반면, 뚜뚜의 다리는 아름답고 부드러웠지요. 요정들은 모두 뚜뚜의 다리로 편안하게 건너가고 싶어 했어요. 
띠용띠용 3세는 다리가 모두 완성되자 손을 들며 말했어요.
“이제부터 누구의 다리가 좋은지 시험하겠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주변이 깜깜해지고 바람이 거세지자 요정들은 당황했지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투박하고 거칠게만 보였던 삐요의 다리가 환하게 빛이 났어요. 마치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말이죠! 지켜보던 요정들은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뚜뚜의 아름다운 다리가 바람에 꽃잎이 모두 날아가고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럴 수가!”
삐요는 그제야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을 피하지 말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뜻이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띠용띠용 3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겉보기엔 거칠고 투박해 보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오히려 은하수로 변하는 돌다리가 꿈의 섬으로 가는 길이 되었구나. 게다가 삐요는 믿음직한 친구를 얻는 법을 배웠으니 사위로 삼지 않을 이유가 없도다! 허허허허!”
작은 어려움에 포기하지 않는 강한 마음을 배운 삐요는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하여 요정나라를 행복하게 이끌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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