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동남아시아 복음의 중심이 되어
[라이프] 동남아시아 복음의 중심이 되어
  • 글 | 김학철(태국, 기쁜소식방콕교회 선교사)
  • 승인 2020.11.0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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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_제11화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다녀야 하고 마음에 생활의 염려가 가득 찬 시절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에서 솔로몬의 영광보다도 크게 입히실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했다. 선교비로 헌금을 받은 일을 계기로 수도 방콕에 땅을 사서 예배당을 지었고, 작년 6월에는 350평 5층 건물의 새 예배당을 지어 헌당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1996년에 태국에 와서 2년 동안 아파트에 살면서 언어 공부를 하다가, 2년 6개월이 되던 때에 10평 정도의 상가 건물을 얻어서 교회를 시작했으며, 3년이 됐을 때 15명 가량이 구원받고 교회에 정착했다. 그 당시 자주 염려했던 것은 아이들 양육비와 생활비였다. 전도하러 다닐 때면 날씨가 더워 에어컨 버스를 타야 했지만 20바트(600원)가 아까워서 싼 선풍기 버스를 탔고, 그 돈도 없으면 걸어다녔다.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염려가 마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마태복음 6장 28~30절 말씀을 마음에서 계속 생각하게 해주셨다.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하나님이 정말 내 삶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실까?’ 자주 염려와 의심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하나님은 계속 말씀하셨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에게도 은혜를 입히는데 하나님의 자녀인 너를 하나님이 돌보시지 않겠냐?’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악한지를 보여주셨다. 이처럼 악한 내 모습과 상관없이 큰 은혜로 솔로몬의 영광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시겠다는 마음을 일으켜주셨다. 다시 말해, 나는 솔로몬보다 위대한 사람이고 하나님의 능력이 꽃피는 놀라운 사람이라는 소망을 얻었다.

그 돈으로 태국 교회 땅을 사게
그때 태국에서 일하던 한국 형제가 귀국하면서 선교비로 3천만 원을 헌금했다.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했지만 너무 놀라며 하나님이 정말 감사했다. 그 돈을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가 며칠 전에 필리핀 선교사님과 통화했던 내용이 생각났다. 당시 필리핀 성도들이 50명 정도 됐는데 승합차를 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돈을 필리핀 교회 승합차를 구입하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이 내가 보기엔 옳아 보이지만 한국에 계신 박옥수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알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다. 목사님은 “승합차는 필리핀 교회에서 믿음으로 사고, 그 돈으로는 태국 교회 지을 땅을 사게.”라고 하셨다. 
목사님 말씀에 깜짝 놀랐다. 방콕 같은 국제도시에서 3천만 원으로 땅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억 원으로도 조그마한 땅 하나 사기 힘든 형편이었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사님이 그런 믿음을 가지고 계시다면 하나님이 이루시겠다는 마음이 들어, 형제 자매들에게 그 마음을 전하고 땅을 구하러 다녔다. 예배당을 짓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알아 보니 5억 원 정도는 줘야 그 정도 땅을 구할 수 있었다. 여러 곳을 알아 보았는데,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가장 싸게 나온 변두리에 있는 땅이 3억 원 정도였다. 알아 보면 알아 볼수록 3천만 원으로 땅을 산다는 것은 막막한 일이었다. 
그런데 1998년에 터진 IMF 사태로 많은 회사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2년 후에 우리가 사고 싶었던 땅의 주인이 돈이 급해 시가 6억 원 되는 땅을 반값에 급매로 내놓았다. 흥정 끝에 1억 2천만 원에 250평의 땅을 샀고, 층당 100평씩 3층으로 건평 300평의 예배당을 지었다. 그 예배당에서 지낸 지 10년이 지났을 때 성도가 150명이 되어 주일마다 주차장이 비좁아서 예배당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가 쓰시겠다 하라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누가복음 19장 29~35절 말씀이 마음에 다가왔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가시다가 감람원이라는 산의 벳바게와 베다니에 가까이에 왔을 때, 제자 둘을 맞은편 마을로 보내며 가서 사람이 한 번도 타지 않은 나귀 새끼가 보이거든 끌고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만일 누가 왜 나귀를 푸냐고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고 말하라고 하셨다. 제자들 편에서는 예수님이 타고 갈 나귀가 없어서 걱정이었지만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건너편에 가서 나귀 새끼를 풀었다. 그때 나귀 주인이 왜 끌고 가느냐고 물어 “주가 쓰시겠다” 하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 말씀처럼 어느 지역에 있는 어느 땅이라도 주인에게 우리가 쓰겠다고 하면 그가 아무 말 않고 땅을 주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방콕은 약 1천만 명이 사는 큰 도시이기에 교회가 적어도 동서남북으로 4개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동쪽에 위치한 기존 예배당과 멀리 떨어진 북쪽에서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500평으로 정하고 알아보니 당시 가격으로 60억 원(한국 물가가 태국의 3배임을 감안하면 약 180억 원 정도)이었다. 우리에게 60억 원은 마련하기 불가능한 액수였다. 그래서 1년 동안 더 좋은 땅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큰 도로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땅은 너무 비싸서 살 엄두도 내지 못했고, 가격이 적당하다 싶은 곳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아서 아쉬웠다. 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어느 한 곳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하지만 ‘주가 쓰시겠다 하라’ 하신 말씀이 마음에 있었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땅을 보러 다녔다. 
2011년 7월부터 4개월 가량 태국 북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방콕에서 488km 떨어진 푸미폰 댐에 물을 더 이상 저장할 수 없게 되어 정부에서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방류하면 저지대에 있는 수완나품 공항(현 신공항)이 물에 잠기게 되어 관광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자, 인위적으로 랑씻 구역(구 공항) 쪽으로 물을 방류했다. 그로 인해 방콕의 북쪽 땅값이 폭락하여 60억 원 하던 땅이 30억 원으로 경매에 나왔다. 경매에서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아 가격이 계속 떨어져 13억 원까지 내려갔다. 우리가 부동산에 연락해 매매가로 12억 원을 제안하자 13억 원에서 더 이상 깎아줄 수 없다고 하며, 혹시 땅 주인과 직접 흥정할까봐 주인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게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직접 만난 자리에서 주인은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세금 5천만 원을 우리가 부담하라고 했다. 한편으론 세금을 내고 빨리 살까 생각했지만 그 땅은 주님이 쓰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주인이 직접 세금을 냈고, 우리는 12억 원에 하나님이 준비해주신 아름다운 땅을 얻었다.

누가 저 땅과 건물을 살까?
땅을 사고 나니 건축할 돈이 없었다. 8개월 동안 모인 헌금은 6천만 원이 전부였다. 그래서 건축 허가는 2017년 4월에 받았지만 실제 공사는 3~4년 후에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박 목사님이 “왜 태국은 건물을 안 짓냐? 빨리 지어라”고 하셔서, “사실 땅을 살 때 돈을 다 써서 돈이 없습니다. 한 3~4년 후에 지을 생각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목사님이 그러지 말고 옛날 예배당을 팔아서 새로 산 땅 옆에 1,000평을 더 사고 남은 돈으로 공사를 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또 깜짝 놀랐다. 1,500평을 산 것도 큰일이었는데 옆에 1,000평을 더 산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옛 예배당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놓더라도 ‘누가 저 땅과 건물을 동시에 살까?’ 의문이었다. 나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목사님이 말씀하시면 그대로 되겠다는 믿음으로 옛 예배당을 팔기 위해 내놓았다.
어느 날 우리 교회 자매들이 다니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사장님이 중풍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후, 자매들이 여러 번 부탁해서 말씀을 전하러 병문안을 갔다. 전도서 말씀을 보여주며 “짐승과 인간은 다른 점이 있는데, 짐승은 영혼 없이 욕망만 따라 살지만 사람은 영혼이 있어서 죽으면 영혼이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당신은 짐승처럼 욕망만 따라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이번 기회에 하나님을 믿고 영혼이 복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 그분은 건강을 회복하고 교회에 찾아와 “나에게 짐승에 빗대어 훈계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크리스마스 때 쓰라고 350만 원을 건넸다. 그리고 다음 해부터는 나에게 매달 100만 원씩을 주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는 350만 원씩 주겠다고 했다. 나는 미안하지만 그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한 뒤, 예배당이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말하자 자신이 사고 싶다고 했다. 
그 사장님은 16억 원을 주고 땅과 건물을 모두 구입했다. 20년 전에 땅값 1억 2천만 원에 건축비 1억 5천만 원, 총 2억 7천만 원에 지어진 예배당이 6배 비싼 가격으로 팔린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자기가 엉겁결에 사긴 했지만 땅과 건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르겠으니 교회에서 계속 사용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예배당을 판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하나님의 종의 말씀대로 나아가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6개국에서 함께한 공사
이전 예배당을 판 돈으로 새 예배당 부지 옆에 1,000평을 추가로 매입해서 땅만 2,500평이 되었다. 이어서 층당 350평, 5층 건물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태국 교회는 성도의 85%가 청년 자매로, 대학생 아니면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일을 할 사람이 부족했다. 하청을 알아 보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변 동남아시아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박 목사님께도 말씀드렸다. 
그 결과 한국에서 20명, 필리핀에서 3명, 미얀마에서 7명, 베트남에서 10명, 잠비아에서 3명, 캄보디아에서 1명, 모두 6개국에서 44명의 형제 자매들이 공사를 도우러 왔다. 무더운 날씨에 언어도 생소한 태국에 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하나님이 한 명 한 명 가장 합당한 사람을 불러 모아주셨다. 특별히 한국 교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공사 전반을 담당할 소장, 배관 및 설비 전문가, 에어컨과 저온창고 전문가, 도배와 타일 전문가, 건물의 외벽으로 쓰일 빨간 벽돌 전문가, 그리고 기쁜소식대구교회에서 온 봉사팀까지, 각 분야의 기술을 가진 한국 교회의 형제 자매들이 먼 태국까지 와서 한 마음으로 공사를 도와주었다. 
공사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진행되었다. 일례로, 지붕을 올릴 때 걱정이 많았다. 태국 업체에 견적을 의뢰하니 공사비 8,700만 원에 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했다. 그만한 돈도 없었거니와 곧 우기가 시작되기에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때 한국에서 트러스(골조 구조물) 전문가인 정 형제님이 와서 3,000만 원으로 3주 만에 지붕을 완성했다. 3~5월은 태국에서 가장 더운 시기인데, 매일 새벽이나 점심 때 한 차례씩 소나기가 내려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었다.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지붕을 올리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위험한 작업이었던 크레인으로 트러스와 판넬을 올릴 때에는, 햇볕이 쨍쨍하면 철과 판넬이 뜨거워서 작업이 힘들고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이 하루 종일 구름 낀 하늘을 만들어주셨다. 지붕 작업을 무사히 마치자 바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날씨를 주관하고 위험한 사고로부터 지켜주시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에 감사했다.

 

 

태국은 이제 기독교 국가
새 예배당 건축은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었다. 1년 내내 따뜻한 열대성 기후인 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유독 어려운 것을 싫어하고 부담을 피해 다니는 성향이 있다. 태국 교회 형제 자매들도 마찬가지다. 미얀마 형제들은 날씨가 더워도 열심히 일하는데 태국 형제 자매들은 조금만 힘들면 머리가 어지럽다며 누워 있었다. 기초 공사를 할 때 썼던 나무판과 각목 한 무더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못을 빼야 했을 때,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 차광막 그늘 아래 앉아서 못을 빼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무균실에서 지내야 하는 백혈병 환자처럼 마음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예배당 건축이 태국 교회에 꼭 필요한 것임을 알았다. 형제 자매들이 대학교 수업을 마친 후, 직장에서 퇴근한 후 바로 공사장으로 모여 밤늦게까지 함께 시멘트를 붓고 일을 도왔다. 주말이나 연휴에도 쉬지 않고 공사했는데 그때마다 형제 자매들의 마음이 강해지는 것을 보았다. 예배당을 건축하며 경제적 어려움이나 육체의 피곤함은 있지만, 하나님께서 태국 교회에 복음의 길을 크게 여신다는 믿음과 가족들이 이 예배당에 와서 복음을 듣고 구원 받을 소망을 품으며 행복해하는 형제 자매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했다. 
2019년 6월 22일, 새 예배당의 완공을 알리는 헌당예배가 있었다. 그 자리에 한국 사역자들과 형제 자매들, 동남아 지역의 사역자들을 비롯해 태국 곳곳에서 모인 형제 자매들까지 모두 800여 명이 모였다. 어느새 태국 교회 예배당이 동남아시아 복음 전도의 중심인 동남아선교센터가 되어 있었다. 박옥수 목사님이 “태국은 이제 불교 국가가 아닌 기독교 국가입니다.”라고 전하신 메시지 안에 담긴 믿음이 내 마음에 흘러들어와 이 교회에서 많은 태국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구원받을 소망이 마음에 가득 찼다. 
새 예배당이 세워지고 1년쯤 지난 현재, 정말 많은 형제 자매의 가족들이 이 예배당에 와서 복음을 들었고 구원을 받았다. 그리고 불교를 믿어온 많은 태국 사람들이 마음의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방황하다가 이곳에 와서 복음을 듣고 새 삶을 찾았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우리와 함께하다 보니,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이 점점 채워지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버스비 20바트를 아껴가며 생활비를 걱정하던 나였는데, 아무 가치 없는 들풀도 아끼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솔로몬보다 큰 자로 만들어주시겠다는 약속대로 내 인생에 그 어느 백합화보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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