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하나님은 야곱의 허물을 보지 않으시고
[라이프] 하나님은 야곱의 허물을 보지 않으시고
  • 글 | 김학철(태국, 기쁜소식방콕교회 선교사)
  • 승인 2020.12.10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12월호 기쁜소식
선교사 수기_제12화(마지막회)

불교 국가 태국에서 많은 복음의 역사가 일어났다. 글로벌캠프를 시작으로 태국 대학생 중심의 월드캠프가 매년 열리고, 많은 대학생들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다녀왔다. 김학철 선교사는 자주 실수하며 괴로움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주시는 새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 놀라운 복음의 역사들을 맛보았다. 이제 태국에서는 많은 복음의 일꾼들이 자라나고 있다.

 

2012년에 ‘나컨나욕 촐라픕 리조트’에서 태국에서 가진 마지막 글로벌캠프가 열렸다. 한국 대학생이 1,000여 명 왔고, 태국 대학생은 700~800명 정도 참가했다. 캠프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방콕 시내를 투어하는 일정이 있었다. 그 후에는 ‘짜뚜짝 시장’에 있는 JJ몰에 저녁 7시까지 모여서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었다. 당시 태국 교회 상황으로는 700명의 태국 학생들을 모집해서 글로벌캠프에 참석시키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칸타타 공연도 3회나 준비해야 했기에 부담이 더욱 컸다. 2천 명이 관람할 수 있는 JJ몰 공연장에서 금요일 저녁 7시, 토요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 총 3회 공연을 하려면 6,000명의 관객이 와야 했다.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어렵지만, 초대한다고 다 오는 것도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많이 되었다. 
캠프를 진행하는 것도 힘들기에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까지 준비하는 것이 마음에 큰 부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가능해 보였다. ‘한 회에 천 명이나 올까? 2천 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에 천 명밖에 안 오면 어떻게 하지?’ 박옥수 목사님이 공연 중간에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에 무대에 올라가셨다가, 비어 있는 객석만 보실 것 같았다. 목사님은 금요일 공연 후 한국으로 돌아가시기에 금요일 저녁만큼이라도 객석이 다 채워지게 하고 싶었다. 형제 자매들에게 ‘좌석이 다 차도록 사람들을 초청하는 일에 마음을 써달라’고 강조했는데, 오히려 그날만 적게 온다고 했다. 사람들이 금요일에는 퇴근하고 공연장으로 가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대부분 토요일에 관람하겠다고 한 것이다. 

칸타타 공연 시간에 많이 늦어버린 실수
진짜 문제는 공연 당일에 일어났다. 금요일에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은 모두 시내 투어를 가고, 촐라픕 리조트에는 박 목사님과 목사님 몇 분이 남아 있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터라 목사님은 나에게 “나는 언제 시내로 가는가?”라고 몇 번이고 물으셨다. 목사님도 시내를 한번 둘러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일찍 가기가 싫었다. 공연 시간보다 너무 일찍 가면 공연이 시작되기까지 계속 긴장하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히 7시에 공연장에 도착하도록 시간 맞춰서 가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해 보니 1시간 정도 걸리기에, 목사님께 6시에 출발하자고 말씀드렸다. 
6시가 되어 우리는 공연장으로 떠났다. 박영국 목사님이 운전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서 길을 안내했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좌회전해서 나가야 하는 구간이 나와 “좌회전해야 됩니다.”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박 목사님이 나에게 무얼 물으셨다. 순간 ‘대답을 먼저 할까, 아니면 좌회전하라고 먼저 말할까?’ 고민하다가 목사님 질문에 대답하는 사이에 차가 분기점을 지나가버렸다. 좌회전하면 공연장까지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나치는 바람에 돌아가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6시 40분쯤 되자, 공연장에 먼저 가 있던 진행부와 여러 목사님들이 전화해 “언제 도착합니까?”라고 묻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전화가 오는데 차는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도착해야 할 7시는 한참 전에 지났고, 8시쯤 되어서야 공연장이 있는 짜뚜짝 시장으로 나가는 도로가 나왔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곳도 그냥 지나치는 실수를 또 저질렀다. 목사님은 뒷좌석에서 발을 동동 구르시고, 나는 가슴이 턱턱 막히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출발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공연장에 도착했다. 엄청난 긴장감이 풀리면서 곧 쓰러질 것 같았다. 깊은 한숨을 계속 내쉬는데, 옆에 있던 어느 목사님이 “한숨 쉴 게 뭐 있어요? 오늘 하늘에서 문을 여셨어요.”라고 했다. “무슨 하늘 문이 열려요?” 하고 되묻자, 공연장이 관객들로 꽉 찼다고 했다. 대체 어디서 그 많은 사람이 온 것인지…. 나는 그렇게 일하실 하나님을 믿지 못해, 사람들이 조금 오는 모습을 박 목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 목사님을 공연장으로 일찍 모시고 오지 않았던 것이다. 
워낙 큰 실수를 해서 목사님이 많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 내가 박 목사님을 모시고 공연장에 들어가야 했지만 다른 목사님에게 부탁했다. 공연이 끝나고, 그 목사님이 “박 목사님이 태국 리틀 산타들의 댄스 공연을 보면서 정말 기뻐하시던데요.”라고 했다. 목사님은 공연장에 들어가면서 그 전에 있었던 일들을 다 잊었는데 나는 마음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목사님의 마음과 내 마음의 차이구나.’ 나는 실수하면 거기에 계속 빠져들어가는데 목사님은 그런 실수로 나를 판단하시지 않았다. 

 

야곱의 허물을 보시지 않는 하나님
글로벌캠프 기간에 박 목사님은 학생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나서 사역자들과 다시 모임을 가지셨다. 하루의 대부분을, 말씀을 전하고 교제하는 일만 하셨다. 그때 많이 들었던 말씀이 민수기 23장 21~22절이다.
“여호와는 야곱의 허물을 보지 아니하시며 이스라엘의 패역을 보지 아니하시는도다. 여호와 그의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니 왕을 부르는 소리가 그 중에 있도다. 하나님이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으니 그 힘이 들소와 같도다.”
야곱의 허물을 보시지 않는 하나님, 이스라엘의 패역을 보시지 않는 하나님, 나는 그 하나님을 믿지 않고 내 생각을 움켜쥔 채 어두움에 빠져 지낼 때가 많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의 허물과 패역을 보시지 않고 예수님의 피로 덮어 나를 받으셨다. 그 사실을 믿음으로 주저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힘차게 달려가길 하나님은 원하셨다.
“야곱을 해할 사술이 없고 이스라엘을 해할 복술이 없도다. 이때에 야곱과 이스라엘에 대하여 논할진대, ‘하나님의 행하신 일이 어찌 그리 크뇨’ 하리로다. ‘이 백성이 암사자같이 일어나고 수사자같이 일어나서 움킨 것을 먹으며 죽인 피를 마시기 전에는 눕지 아니하리로다’ 하매”(민 23:23~24)
하나님은 나에게 들소와 같고 사자처럼 일어난다고 하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믿을 때 그 어떤 어두움도 박차고 일어나는 들소와 같은 힘이 솟아나는 것이다. 하나님은 나를 실수나, 그로 인한 낙망 속에 있게 하시지 않고 말씀을 의지하고 살 수 있도록 훈련하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믿음으로 나아가면 어떤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나는 실수할 때마다 얼굴을 못 들고, 박 목사님 옆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말씀을 듣고 교제를 나누면서, ‘내가 말씀을 감각하는 것이 이렇게 무디구나. 내 고집이 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고정관념을 믿지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는 내 모습을 하나님이 그대로 보여주셨다. 
“내 혼아, 그들의 모의에 상관하지 말지어다. 내 영광아, 그들의 집회에 참예하지 말지어다. 그들이 그 분노대로 사람을 죽이고 그 혈기대로 소의 발목 힘줄을 끊었음이로다.”(창 49:6)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 사람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시므온과 레위가 “우리 누이를 창녀 취급했단 말이야?!” 하고 격분하며 세겜 사람들을 죽인 사건이 있었다. 사탄도 우리에게 그런 소리를 들려줄 때가 있다. “넌 실수만 하잖아. 혼나기만 하잖아.” 내가 그 말을 듣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잘하려고 하는 동안 어느새 사탄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내 영광아, 너는 싸워서 의로운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 넌 이미 들소와 사자가 됐어. 의로운 사람이 되었고 거룩하다는 믿음으로 나아가면 되지, 왜 사탄이 주는 마음에 이끌려 가냐?’라고 말씀하시고 계셨다.

월드캠프를 진행하면서 배운 믿음의 세계
2007년에 태국 학생들 중심으로 태국 월드캠프를 처음 시작했다. 그때 우리 교회에는 대학생이 자매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그 해에 500명의 대학생이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그 후 2020년까지 13년 간 여러 도시에서 월드캠프를 37회 개최했고, 다 합해서 39,100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2012년에 800명, 2013년에 1,000명, 2014년에 2,000명, 2015년에 7,658명, 2016년에 11,242명 등 많은 태국 청소년들이 월드캠프에 참석해 소망을 얻었다. 그리고 월드캠프를 통해 IYF를 접한 학생들이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지원해서 2020년까지 태국에서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963명을 보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적은 인원으로 큰일을 하려고 하니 실수도 많고, 문제도 많고, 부담스러운 일도 많았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 14:4) 월드캠프가 없었으면 피곤할 일도 없고, 욕먹을 일도 없고, 실수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월드캠프를 하면서 나의 연약한 모습과 악한 것이 드러나면서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었고, 새로운 소망과 믿음과 행복을 얻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칸타타 공연 당일에 큰 실수와 문제가 있었을 때 나는 절망하고 진짜 창피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거기에서 믿음의 세계를 가르쳐주려고 하셨다. 나에게 들소와 같이 박차고 일어나는 힘을 주시고, 사자와 같이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담대함을 주셨다. 하나님은 나에게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진실로 천한 자도 헛되고 높은 자도 거짓되니 저울에 달면 들려 입김보다 경하리로다.”(시 62:9)
내가 거만할 것도 없고, 스스로 정죄할 것도 없다. 내가 잘했다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내가 잘못하는 것도 헛되어 마치 가벼운 입김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탄은 내가 잘하면 마음을 교만하게 만들고, 실수하면 낙망하게 만들며 이리저리 흔든다. 하나님은 그런 나에게 “내 영광아, 너는 이미 예수님의 보혈로 온전한 사람이 됐으니 사탄의 말에 참예하지 말지어다.”라고 말씀하신다.

약속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끝까지 이르리로다.”(시 2:9) 이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종인 박옥수 목사님에게 약속으로 주신 말씀이다. 이 말씀대로 우리 선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기 시작했고, 세계 곳곳에 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많은 사람이 구원을 받았다. 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고 교회가 세워진 것은 나 개인의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잘못한다고 해서 사람이 안 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하나님이 주신 약속과 그 말씀을 믿은 목사님의 믿음의 결과가 태국에서 나타난 것밖에는 없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빌 3:8) 
나는 그동안 내가 했던 것을 가지고 교만했는데 그건 배설물에 불과하다. 내가 나를 높이고 나를 믿고 살았던 삶은 저주였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 버렸을 때 예수님을 얻는 것을 보았다. 선교사로 지내면서, 하나님이 나를 당신의 계획 안에서 이끌어 가시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박 목사님이 받은 약속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과 교회 안에 속해 있는 나의 모습을 하나님이 정확히 가르쳐주셨다. 

선교사 수기를 마치며
태국에서 선교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나의 수고와 의지가 무너지는 시간들이었다. 큰 실수 앞에서 한없이 정죄하며 깊은 어둠 속에 빠진 적도 있고, 복음을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의지로 성실히 사는 나 자신에게 흡족해할 때도 있었다. 그 어떤 실수나 잘한 것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찌끼와 같았다. 그렇게 나의 모든 수고와 의지가 무너진 자리에 교회와 종의 믿음이 그대로 흘러들어오자 태국에 아름다운 복음의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았다. 
수넴 여인이 자기 능력으로 아들을 키웠을 때 아이가 무릎에서 죽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나도 내 방법과 내 지혜로 전도하고 교회를 세워나가려고 했을 때에는 저주의 역사만 있는 것을 하나님은 분명히 알려주셨다. 그리고 그 여인이 죽은 아이를 엘리사의 품에 맡겼을 때 엘리사가 아이를 살렸듯이, 나의 모든 것을 교회에 던지고 맡겼을 때 종과 교회가 나를 살리셨다.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5:27)
박 목사님 마음에는 나를 티나 주름 잡힌 것이 없이 거룩하게 세우실 주님에 대한 믿음이 넘치고 있었다. 지난 2019년에 새 예배당을 짓고 헌당예배를 가졌을 때 목사님이 “이제 태국은 불교 국가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나라입니다. 태국에 500개의 교회가 세워질 것입니다.”라고 말씀을 전하셨다. 종의 믿음을 따라 현재 30여명의 선교학생들이 전도자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들 대다수가 산족族으로, 어렸을 때부터 마약을 해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집에서도 포기할 만큼 통제 불능의 청년들이었다. 교회에 와서도 수업 시간에 방에서 자고,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마약을 하고, 밤마다 몰래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시는 등 망나니와 같은 삶을 살았다.
“장차 들짐승 곧 시랑과 및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들을, 사막에 강들을 내어 내 백성, 나의 택한 자로 마시게 할 것임이라.”(사 43:20)
시랑과 타조처럼 들짐승 같았던 그들이지만 지금은 말씀 앞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이 낮아져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본다. 그들이 하나님을 존경하는 귀한 종이 되어서 사막과 같은 태국에 복음의 길을 낼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 길에 흐르는 영생하는 생수를 모든 태국 사람들이 마시며 하나님을 찬양할 것을 생각할 때 감사와 소망이 넘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