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 위에서 웃고 생각하고 꿈꿉니다
바둑판 위에서 웃고 생각하고 꿈꿉니다
  • 김소리 기자
  • 승인 2021.01.2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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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키즈마인드
만나고 싶어요
흰돌, 검은 은 돌로 뜨거운 펼치는 임상규 바둑기사

임상규 선배는 네 살 때 처음 바둑을 접한 뒤 아홉 살 되던 해 바둑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 왔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바둑 공부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바둑이 가져 다주는 즐거움과 꿈이 더 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지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조용하지만 열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바둑기사 임상규 선배를 만나보았어요.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아마추어 바둑기사 임상규입니다. 저는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바둑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바둑을 전공해왔어요. 가족은 부모 님과 형 네 식구입니다. 저는 운동하는 것을 즐기고 음악 듣기와 노래 부르기도 좋아합니다.

하나님을 어떻게 믿게 되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어요. 초등학생이 되어 바둑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 와서도 교회에 다녔고요. 하지만 예수님이 내 죄를 씻어주셨다는 사실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에서 하는 캠프에 참가해 누가복음 5장에 나오는 베드로에 대해 들었는데, 제가 베드로와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도 베드로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내 생각을 믿고 산 죄인이구나.’ 그러자 예수님의 보혈이 내 죄 를 깨끗하게 씻어주신 것이 믿어졌고 의인이 된 것이 감사했습니다.

바둑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저희 아버지가 바둑을 무척 좋아하셔서 저와 형은 어렸을 때부터 바둑 학원에 다녔습니다. 네 살 때 처음 으로 바둑학원에 갔는데 원장님이 제가 너무 어려서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러자 어머니가 제가 글도 읽고 말도 알아듣는다고 사정을 하셔서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둑을 시작해 계속하다보니 흥미가 생겼고, 또 재능이 있었는지 경상북도에서 열린 어린이 바둑대회에 나가면 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다 서울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뽑혀서 바둑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려고 아홉 살 때 서울에 왔습니다. 서울에 온 첫날 많이 울었는데, 바둑도장에 저처럼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금방 적응했어요. 어린 나이에 바둑에만 전념하며 보통의 친구들과는 많이 다르게 생활했지만 프로 바둑기사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힘들 때도 묵묵히 지내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바둑의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바둑은 정답이 없고 둘 수 있는 자리가 아주 많아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었지만 똑같은 대국이 나온 적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 는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수들을 알 려주어서 바둑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바둑을 두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좋은 수를 두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온 정신을 기울여서 두다보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수를 생각하기 때문에 창의력에도 좋습니다. 둔 바둑을 처음부터 그대로 다시 놓으며 좋은 수와 안 좋은 수를 평가하는 ‘복기’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분석력과 기억력도 좋아집니다. 또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산만한 성격을 차분하게 누그러뜨리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바둑을 하면서 ‘내가 틀리지 않았을까?’ 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영어단어나 전화번호 같은 것도 잘 외우고요. 바둑은 여러 면에서 좋습니다.

대국을 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예절이 있나요?
시작하기 전에 서로 인사를 합니다. 또 바둑은 한 수씩 번갈아 가며 두는 게임이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겨루어 상대를 이 겨야 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을 하는데요. 바둑을 둘 때 상대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두는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요.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바둑 도장에서 생활하며 공부합니다. 주로 바둑을 두고 둔 바둑을 복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수읽기(상대가 둔 수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공부와 기보(프로 기사나 AI가 둔 바둑 내용을 기록한 것) 공부도 합니다. 운동시간에는 축구나 족구를 하고 한강 주변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를 소개해주세요.
2019년에 열린 ‘여명의 검’이라는 대회가 생각납니다. 전국의 실력 있는 아마추어 기사들이 대부분 참가한 대회였는데요. 제가 7전 전승으로 우승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민수기 14장 9절의 “오직 여호와를 거역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 밥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 말라.”는 말씀으로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 시합 을 하는데 하나님이 상대 기사를 물리쳐주신다는 느낌이 들었죠. 분명히 하나님이 저를 도와주신 것이었습니다. 성경 말씀에 힘입어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대회라 정말 감사했고, 우승한 날이 마침 어버이날이었는데 부모님께 효도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바둑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바둑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프로 바둑기사’라는 꿈이 있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둑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생 각이 안 나더라고요. 하하^^; 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에 바라는 것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프로 바둑기사를 뽑는 입단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올해에는 꼭 프로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바둑을 통해 저를 이끌어주신 하나님을 소개하고 복음도 전하고 싶고요. 가족 모 두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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